전남도 ‘진도군민과의 대화’서 군수측-주민 ‘설전’
  • 전남 진도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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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 측-일부 주민 “그만해라” vs 발언 주민 “이게 진도군 수준”
설전에 ‘노한’ 김영록 지사 “사회자 가만히 있어요”···참석자 대부분 ‘관망’
지역정가 관계자 “감정 쌓인 친군수-반군수 세력 간 여전히 반목 중”

전남도가 3월 14일 오후 진도군청에서 연 ‘도민과의 대화’는 군수 측과 일부 주민 사이의 ‘설전장’으로 변했다. 설전의 초점은 3선의 이동진 진도군수체제의 실정(失政)이었다. 초반 덕담이 오가며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던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진도군민과의 대화’는 이 군수의 독단적 행정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가시 돋친 고성이 오갔다.

 

14일 전남지사의 ‘군민과의 대화’ 중 군수 실정(失政) 놓고 고성 오가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14일 오후 진도군청에서 군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동진 진도군수, 김상헌 진도군의회 의장, 김희동 도의원, 주민 등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 건의와 요구사항 청취, 지역현안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전남도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14일 오후 진도군청에서 군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동진 진도군수, 김상헌 진도군의회 의장, 김희동 도의원, 주민 등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 건의와 요구사항 청취, 지역현안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전남도

 

포문은 행사 말미에 발언권을 얻은 한 주민이 먼저 열었다. 진도군 의신면에 산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성훈씨는 진도군의 무리한 행정과 ‘쏠비치호텔&리조트’ 관광단지 독점적 지위 부여 등을 문제 삼았다.

먼저 김씨는 ”(진도군이) 100억을 들여서 진도타워를 건립했는데 과연 그 당시 내세웠던 대로 진도군의 랜드마크가 됐고 관광활성화에 기여한 것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진도군정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진도 대명리조트관광단지와 관련해서 청사진만 난무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국토부로부터 해양복합관광단지 투자선도지구로 지정돼 92억 예산이 지원된다는 말이 있으나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는 점을 (김 지사가) 참작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곳은 대명리조트(쏠비치호텔&리조트) 관광단지가 위치한 초사리 해안지역으로 특혜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도지사가 관광지 지정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진도 대명리조트를 겨냥한 듯) 1개 업체에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지 말고 관광단지 시장을 개방해서 다양한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14일 오후 이동진 진도군수, 김상헌 진도군의회 의장, 김희동 도의원과 진도군 의신면에 건설 중인 ㈜대명리조트의 ‘쏠비치호텔앤리조트‘ 신축공사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전남도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14일 오후 이동진 진도군수, 김상헌 진도군의회 의장, 김희동 도의원과 진도군 의신면에 건설 중인 ㈜대명리조트의 ‘쏠비치호텔앤리조트‘ 신축공사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전남도

 

김씨의 ‘특혜의혹’ 발언은 곧바로 참석자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았다. 행사장 오른편 뒤편에서 말끔한 양복차림의 40대 중반 주민이 “그만 하시죠”라며 그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일부 주민들도 웅성거리며 호응했다. 하지만 김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진도군의 불법행위에 관한 다양한 내용들이 있다”며 질의를 이어나갔다. 그러자 앞서 고함을 쳤던 주민은 “지금 이 자리가 그런 말 할 데냐. 다음에 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군수 측도 가세했다. 군청 간부인 사회자와 이 군수가 한마디씩 보태며 군민과의 대화 자리는 순식간에 ‘설전장’으로 뒤바뀌었다. 사회자는 “군민 대부분이 그만하면 좋겠다고 그러는데 혼자만 그런다”면서 제지했다. 얼굴이 상기된 이 군수도 여러 차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지사님과 다음 일정이 있다”며 발언 제지에 가세했다. 하지만 “대화의 장은 군민 의견을 듣자고 하는 것 아닙니까”라는 김씨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날 사회는 박수길 진도군 행정과장이 봤다.

장내가 점점 소란스러워지자 급기야 ‘노한’ 김영록 전남지사가 중재에 나섰다. 김 지사는 “사회자가 진행을 나에게 맡겼으니 가만히 계셔요”라고 핀잔을 준 뒤 김씨에게 “간략하게 (계속해서) 말하라”고 발언권을 줬다. 이에 힘을 얻은(?) 김씨가 “이게 진도군의 수준이다”고 힐난하자 장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후 김씨는 김 지사에게 질의 겸 의견을 제시했다. “도지사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시군에 시정명령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아무리 많은 예산을 진도군에 내려 보내도 그 예산이 공정 공평하게 사용되지 못하면 사회적 약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때문에 관련 예산을 내려 보내면 반드시 감사와 감리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

이에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다 말할 수는 없지만 도에서 행정할 때 (지적 사항을)유념해서 하겠다. 이 김영록이 그렇게 함부로 하지 않는다. 잘 하겠다”고 답했다.

ⓒ전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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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지켜보던 한국토지공사 사장 출신 이동진 군수는 역으로 김씨의 오해를 지적하며 반격했다. 김 지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발언에 나선 이 군수는 “국비 등으로 산업단지나 농공단지를 조성해 한 업체에 통째로 분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진도쏠비치호텔&리조트 관광단지의 경우 국비나 군비가 들어간 경우가 아니다. 대명 측이 투자계획을 세워서 정부로부터 관광단지를 지정받은 점에서 (산업단지 조성과) 차이가 난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이날 소란 속에도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조용히 지켜보는 분위기였다. 일부 군수 측 인사와 군 간부가 듣기 거북한 발언을 한 주민을 향해 “그만하라”고 외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입을 다문 채 관망했다. 일부 주민들은 행사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떴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군수 측과 주민 간의 논쟁은 민선 5~7기를 거치면서 쌓였던 군정에 대한 피로감과 친군수 세력과 반군수 세력 간의 반목이 가열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군 관계자는 “그간 서로 쌓인 감정이 폭발하는 것 같다”며 “도지사와 군민이 참석한 도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이게 뭐냐”고 한숨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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