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다. 혹자는 난세(亂世)라 부른다. 갈피를 못 잡고, 갈 길을 못 정한 채 방황하는, 우왕좌왕하는 시대다. 시사저널은 2019년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특별기획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각계 원로(元老) 30인의 ‘대한민국, 길을 묻다’ 인터뷰 기사를 연재한다. 연재 순서는 인터뷰한 시점에 맞춰 정해졌다. ⓛ조정래 작가 ②송월주 스님 ③조순 전 부총리 ④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⑤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 ⑥김원기 전 국회의장 ⑦김성수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 ⑧박찬종 변호사 ⑨윤후정 초대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 ⑩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⑪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은 국내 언론이 2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유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트럼프, 김정은 두 정상 스스로가 모두 회담을 결렬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 전 장관은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의 의견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이번에 합의해 봤자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북한은 미국 행정부와 트럼프를 오판했다는 게 한 전 장관의 판단이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보니까, 트럼프란 사람이 별 뜻 없이 정치적으로 한 건(件) 하는 걸 위주로 행동한다고 생각한 거 같다. 좋게 말하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속여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용호 외무상이 회담 중 김 위원장의 말을 끊은 것은 북한 체제가 아니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북한의 사정이 급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