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금형산업, 현실에 맞는 지원정책 늘려야”
  • 경기 = 정세진 기자 (sisa214@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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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형산업 영세업체 만성적인 임금체불 및 인력 부족 심각
경기도 금형산업 지원정책, 이화순 행정2부지사도 관심 갖고 있어
산업통산자원부, 금형수출 및 특화단지 지원 꾸준히 하고 있어
부천시 한 금형업체 현장 모습 ⓒ 시사저널 정세진
경기도 부천시 한 금형업체 현장 모습 ⓒ 시사저널 정세진

금형산업은 제조업 중에서도 고도로 숙련된 기술을 요구하는 전문 분야이다 보니 한때는 유망한 기초산업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 간 지속돼 온 제조업 불황의 여파를 금형산업도 피해 가지는 못했다. 특히 20명 미만의 영세업체들의 경우 지불 문제와 만성적인 인력 부족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경기도 부천시는 전국의 20%, 수도권의 70%에 이르는 금형업체들이 몰려 있는 금형산업의 메카라고 불리는 곳이다.

지난 7일 기자가 방문한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우경테크’의 김창범 대표와 직원들도 한 목소리로 위기에 처한 금형산업의 현실을 토로했다. 

김 대표가 가장 먼저 언급한 고충은 영세화된 산업 구조에 따른 불안한 운영 기반이다. 그는 “부천시에 있는 금형업체 100곳 중 직원 2~3명으로 버티고 있는 곳이 70~80%에 이른다”며 “10명이 넘으면 대기업으로 불릴 지경”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영세업체들의 경우 중간 규모 이상의 기업들과는 달리 정부의 각종 지원 사업에서도 소외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자금을 풀어도 혜택은 큰 기업들에게만 돌아간다는 것. 

“나라에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용이 어려울 뿐 아니라 우리 같은 작은 회사들은 지원 신청을 위한 서류작업만 해도 몇 시간이 소요되니 사실상 그림의 떡인 셈이죠”라고 김 대표는 한숨 짓는다. 

전반적인 제조업 불황으로 인한 주문 자체의 감소와 업체들의 제살 깎아먹기 경쟁도 지금의 금형산업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우경테크 직원들은 “이전에 800만원씩 주던 주문이 이제는 700만원으로 깎이는 등 마진이 나오지 않다 보니 우리로서는 할 수 없이 인건비만 건지자는 심정으로 일을 한다”며 “최근 몇 년 사이에 단가 하락이 더욱 심해진 듯하다”고 말했다. 

주문업체에서 결제를 제 때 해주지 않는 것도 자금 회전에 큰 걸림돌이다. 지불이 밀리니 월급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투명한 결제 시스템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는 게 영세업체들의 이야기다. 

즉, 결제가 먼저 이뤄져야 물건이 인도되는 식으로 시스템이 바뀌어야 지불 문제로 인한 고충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것. 

기존에 본청→금형→사출로 이어지던 생산 구조가 단가 절감을 위해 사출업체와의 직거래로 바뀌고 있는 것도 금형산업의 고충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다. 

중국 업체들의 기술 추격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 등도 문제이지만 업체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애로사항은 금형산업의 기반을 이어가기 위한 신규 인력의 부족에 있다.  

20~30년 전만 해도 금형 종사자들은 타 기술직에 비해 높은 연봉을 받았으나 지금은 기술 평준화로 인해 예전만큼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청년층이 어려운 금형일을 기피하는 것도 문제라고 업계에서는 지적한다. 

인력 충원이 어려운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초보 기술자를 애써 시간을 들여 일을 교육시키고 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직에 있는 금형 기술자들은 대부분 40~50대의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다. 산업을 이어나갈 ‘허리’ 역할을 할 30대 기술자는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시에서는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형산업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을까. 부천시청 기업지원과에 문의하니 현장의 목소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업지원과 과학기술팀 권기랑 주무관은 “오정동 한국금형센터가 설립된 것이 2016년 10월”이라며 “이곳에서는 기업들이 시제품을 만들거나 장비를 사용해 측정을 할 필요가 있을 때 국비사업으로 설치된 기계를 소정의 수수료를 내고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밖에 품질향상, 불량률 감소, 생산성 제고를 위한 시험생산(Try-out) 지원, 설계·가공 지원 및 관련 전문 기술인력 양성 교육 등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권 주무관의 이야기다. 다시 말해 직접 돈을 풀어 기업들을 지원하는 사업이 아닌, 기술지원과 인력 교육에 집중하는 사업인 셈이다. 

한국금형센터 설립 전에는 정부 출연기관에서 기술 지원이 이뤄졌으나 제대로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권 주무관은 밝혔다. 장비가 어느 정도 확보된 지금은 기술자들을 확보하는 등 사업을 안정화시키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형 산업의 불황이 상당히 오래 전부터 시작돼 온 것에 비하면 지원 사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한때 ‘금형 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던 부천시의 금형 기술자들은 “차마 떠나지 못해 일을 계속 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강조하는 금형 산업 부흥의 관건은 새로운 인력교육에 있다. 김 대표와 작원들은 “정부에서 뿌리 산업이 흔들리면 국민의 삶의 기초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제조업을 지원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금형산업 현장의 소리에 경기도와 산업통산자원부는 어느정도 금형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지원정책을 펴고 있는지 전화통화로 들어봤다. 임희재 경기도 혁신산업정책관 기업지원과 주무관은 “금형산업 지원은 도비 6억원 시비 6억원으로 편성돼 있다. 이화순 행정2부지사가 부천시에 있는 금형산업 관계자들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접수한적도 있다. 도에서는 국내외 금형전시회에 참가하는 업체를 지원하고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지원과 여러 가지 애로사항에 대해 지원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기 산업통산자원부 소재부품총괄과 뿌리산업팀장은 “한국에는 6개 뿌리산업이 있다. 주조, 금형, 표면처리, 열처리, 용접 등 그 중에 금형산업은 첨단산업으로 수출 유망 산업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정기적인 예산을 세워 지원하는 것은 없지만 공동설비시설이나 금형특화단지에 대한 지원 사업은 꾸준히 하고 있다. 또한 작년에는 일본 나고야 금형전시회에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회원사들 중 희망기업에게 부스참가비 등을 지원해 수출성과를 만들어냈다”며 “고용노동부와 함께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을 연계하고 있어 뿌리산업 중 금형산업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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