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공격’ 한국당이 달라졌어요!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2 13:00
  • 호수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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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풍향계] 지지율 30%대 진입, 북·미 관계 기류 변화, 태극기부대 영향으로 ‘닥공 정치’ 변신

자유한국당이 변했다. 변해도 많이 변했다. 더 이상 국정농단에 짓눌려 있던 ‘폐족’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그동안 탄핵에 대한 책임으로 신음하던 정당의 얼굴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다. 닥치고 공격하는 야성이 봇물 터진 듯 샘솟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교섭단체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이 더 이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해 달라”는 발언을 했다가 국회 파행으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강도 높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설에 대한 사과나 후퇴 기색은 전혀 없다. 

황교안 신임 당 대표는 한 발 더 나간 모양새다. 최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안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연대에 대해 “좌파 홍위병 정당을 국회에 대거 진입시키고 이를 통해 좌파 정권을 연장할 궁리를 하고 있다”며 십자포화를 날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황 대표의 입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운동권 카르텔이라 썩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공격 수위를 한껏 높였다. 닥치고 공격이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이 소속 의원들의 입조심을 당부할 정도로 조심스러웠던 한국당의 분위기가 일순간 달라진 이유가 무엇일까. ‘닥공’ 정당이 된 이유를 세 가지에서 찾게 된다. 

북한 바라보는 국민 여론 달라진 데 힘입어

먼저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변화가 눈에 띈다.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30%대 지지율에 진입했다. 정치에서 그리고 선거에서 30%대 지지율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정당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벤트는 선거다. 출마하는 후보들이 당선을 기대하기 위해 정당은 적어도 30%대 지지율로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3명 이상의 후보가 나온다면 선거 환경에 따라 30%대의 지지율은 당선 가능성의 충분조건이 된다.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율 조사(구체적인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를 분석하면 한국당의 태도 변화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지방선거 직후 조사(2018년 6월18~22일)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54.1%로 절대적 우세였다. 한국당 지지율은 고작 16.7%에 불과했다. 한국당의 지방선거 참패는 예상대로였다.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홍준표 전 대표는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역임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고군분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 지지율은 올라가지 못했다. 

나경원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 일성은 문 대통령에 대한 공격보다 당내 계파 갈등 해소에 더 비중을 두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문 대통령과 현 정부를 공격해도 지지율은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난 2월말 한국당 전당대회와 북·미 회담 결렬 이후 지지율은 요동쳤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 조사(3월4~8일)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30.4%로 30%대 지지율에 진입했다. 나 원내대표의 ‘수석대변인’ 발언은 이 조사 이후 등장했다. 대통령의 아세안 3개국 순방 중에 있었던 조사(3월11~15일)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더 올라갔다. 한국당은 31.7%였고 민주당은 36.6%로 두 당의 차이는 오차범위 내 수준이다(표1). 이 조사 이후 황 대표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한국당의 태도가 달라졌어요’의 두 번째 이유는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시각 변화다. ‘통일 대박’을 외친 박근혜 정부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만난 회담만 3차례였다. 판문점과 평양 정상회담은 단순히 상징적인 만남을 뛰어넘어 많은 감동을 국민에게 가져다주었다. 당연히 국민들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북·미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국민 인식에 중대한 변화가 엿보인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2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실시한 조사(구체적인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는지 또는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64%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중도층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61%로 ‘포기할 것’이라는 의견보다 두 배가량 더 많았다. 심지어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지해 왔던 진보층마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긍정과 부정이 팽팽한 수준이다(표2). 만약 지난 하노이 회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왔다면 이처럼 한국당의 닥공 모드 전환이 가능했을까. 공교롭게도 나 원내대표가 인용했다고 이야기한 블룸버그통신의 ‘수석대변인’ 기사는 무려 지난해 9월에 나왔다. 왜 이제야 꺼내들 수 있었을까. 북한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태극기부대’ 때문이다. 지난 2월말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태극기부대의 당내 입지는 달라졌다. 최근까지 태극기부대는 지나친 보수성으로 계파 청산과 외연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 일색이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우려와는 달리 한국당은 집토끼(보수층)와 산토끼(중도층)를 모두 잡았다. 리얼미터의 한국당 지지율 추이(구체적인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보수층과 중도층의 변화를 짚어보자. 

지난 지방선거 직후 조사에서 한국당의 보수층 지지율은 채 절반이 되지 못했다(44.6%). 중도층 지지율은 고작 13.8%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전당대회 직후 조사(3월4~8일)에서 한국당의 보수층 지지율은 63.6%로 껑충 올라갔다. 중도층 지지율은 31%로 지난해 지방선거와 평양 정상회담 직후 조사와 비교하면 2배가량 올라갔다. 황 대표가 문 대통령에 대한 날 선 공격을 이어간 지난 3월11~15일 조사에서 한국당의 보수층 지지율은 65.9%로 더 올라갔다(표3). 우연의 일치일까.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가 태극기부대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는 소식은 없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3월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동료의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3월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동료의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당내 혁신·쇄신 없이 ‘닥공’ 유지는 어려워

누가 보더라도 한국당의 태도는 지난 한 달 동안 매우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른바 닥치고 공격이다. 원래 닥공은 최강희 전 전북 감독의 전매특허였다. 그런데 최 감독의 ‘닥공 축구’는 탄탄한 수비 없인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국당의 ‘닥공 정치’ 역시 당의 본질적인 혁신과 쇄신이 없다면 지속 유지하기는 어렵다. 닥공으로 변한 한국당이 반드시 유념해야 하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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