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 선생이 문재인·김정은·트럼프에 전하는 메시지
  • 김지영 기자 (you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6 07:55
  • 호수 15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혼돈의 시대다. 혹자는 난세(亂世)라 부른다. 갈피를 못 잡고, 갈 길을 못 정한 채 방황하는, 우왕좌왕하는 시대다. 시사저널은 2019년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특별기획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각계 원로(元老) 30인의 ‘대한민국, 길을 묻다’ 인터뷰 기사를 연재한다. 연재 순서는 인터뷰한 시점에 맞춰 정해졌다. ⓛ조정래 작가 ②송월주 스님 ③조순 전 부총리 ④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⑤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 ⑥김원기 전 국회의장 ⑦김성수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 ⑧박찬종 변호사 ⑨윤후정 초대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 ⑩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⑪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⑫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1987년 12월12일 백기완 대통령 후보가 서울 대학로 유세장에서 수많은 지지자를 향해 열변을 토하고 있다. ⓒ 연합뉴스
1987년 12월12일 백기완 대통령 후보가 서울 대학로 유세장에서 수많은 지지자를 향해 열변을 토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8년 새해벽두 한반도 냉기가 서서히 녹더니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지고 있다. 3월15일 인터뷰 때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에게 ‘만약 문재인·김정은·트럼프를 만난다면 무슨 얘기를 해 주고 싶으십니까’라고 물었다. 백 소장은 대뜸 “가정이 너무 비현실적이야”라며 “남쪽이 됐든 북쪽이 됐든 권력을 쥔 사람이 나 같은 할아버지를 기억이나 하겠어. 그런 가정은 안 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남·북·미 3국 정상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있었던 듯싶다. 백 소장은 “다만”이라면서 이렇게 일갈했다. “남쪽의 누가 됐든, 북쪽의 누가 됐든 ‘젊은 사람’이 미국하고 만날 때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누구를 만나든 이 말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만나지 마라. 뭐냐. 한반도 분단을 강제한 게 누구냐. 미국이야. 미국이 한반도 분단을 강제한 거야. 여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소한 사과를 받아. 그것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미국놈을 만나선 안 되는 거야. 그건 우리 민족의 피눈물 나는 역사를 배신하는 거야. 아주 중요한 얘기야. 남쪽 높은 사람이 됐든 북쪽 높은 사람이 됐든 미국 사람 만나면 ‘네놈들이 우리나라 허리를 잘라서 그것을 하나로 만들려고 500만 명이 죽었어’라고 해. 꼭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만나려고 하지 말라. 그 역사적 범죄에 대해 사과하고 나서 차를 마셔라. 그렇지 않고 싱글싱글 웃으려고 하면 만나지 말라 이거야(백 소장의 목소리가 대중집회 연설할 때처럼 쩌렁쩌렁했다). 글 마지막에 이 말 꼭 써!” 남북 정상에게 전하는 조언이지만 한편으론 꾸짖음이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