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안내원과 114교환원은 어디로 갔을까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6 17:00
  • 호수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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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직업’과 ‘뜨는 직업’ 분석…IT기술과 4차 산업혁명이 불러 온 신(新)직업들

들어는 봤다. 손님이 오면 버스요금을 받고, 사람이 오는지 확인한 후 문짝을 두드리며 “오라이~”를 외치던 버스 안내원이라는 직업을. 대부분의 안내원들이 여성이라 이후 ‘버스 안내양’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당시 20대 초반의 여성들에게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직업인 버스 안내양은 1980년대 들어서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82년 요금을 직접 요금함에 넣고 승차하는 ‘시민자율버스’가 생기면서다. 버스 하차벨과 자동문이 설치되면서, 2만 명이 넘는 안내양들의 역할은 사라졌다. 

일자리는 시대의 흐름과 산업의 발달에 따라 사라지고 생겨났다. 1970년대부터 2020년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까지, 근 50년을 관통하고 있는 직업들을 살펴보면 사회가 어떻게 변했고, 어떤 산업이 주력으로 발달했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1970년대 섬유와 제조 직군이 근대화의 상징이자 대표 직업이었다면, 2020년대 주목되는 직업은 IT와 인공지능(AI), 데이터를 다루는 초연결사회 직업군이다. 이 같은 직업의 변화는 불과 10년 전에는 예측조차 하지 못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모바일 앱 개발자라는 직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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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에서 AI까지, 시대와 같이 변해 온 직업

실제로 2006년 한국고용정보원이 주목했던 이색 직업을 보자. 당시 웰빙이나 여가 측면에서는 풍선아티스트, 켈리그라퍼, 쇼콜라티에 등이 걸음마 단계에 있는 이색 직업으로 주목됐고, IT 쪽에서는 위폐 감식 전문가, 유전자 감식 연구원, 게임방송 해설가 등이 신설 직업으로 꼽혔다. 창업 컨설턴트, 조향사, 파티시에 등도 당시에는 이색 직업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직업들이다. 자율주행차가 다니는 스마트 도로를 설계하는 스마트 도로 설계자, 드론의 운항을 분석하는 드론 운항 관리사, 밥 소믈리에, 식용 곤충 요리사가 정식 직업으로 등재될 날도 머지않았을지 모른다.  

큰 틀에서 직업의 변화는 산업혁명과 그 궤를 함께했다. 예컨대 197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도 수출 비중의 두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었던 섬유산업. 이를 직업으로 하는 방적공들이 급격하게 사라진 이유는 기계화와 자동화였다. 단순 작업에서 최첨단 기술이 접목되는 산업으로 바뀌게 된 섬유산업에 이전처럼 많은 인력은 필요하지 않았다. 노동력 절감과 자동화를 겸한 새로운 기계 설비가 도입되고, 생산계획과 조업 방식이 시스템화됐다. 제조업, 단순 노동에 치우쳐 있던 직업 구조가 지각 변동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요리연구가’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 신직업 등재

특히 컴퓨터의 도입은 직업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3차 산업혁명부터다. 197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정부 및 공공기관, 교육기관, 기업들이 컴퓨터를 도입했다. 손으로 해야 했던 일들이 컴퓨터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회의 내용을 손으로 기록하던 속기사는 컴퓨터를 이용해 입력하는 직업으로 업무의 내용이 바뀌었고, 자동화 시스템이 일반화되면서 사업장에서 고용하는 직원들의 수는 대폭 줄어들었다. 이렇게 전체적인 시스템이 바뀌면서, 일부 직업은 사라졌다. 

엘리베이터 안내원, 전화교환원, 연탄 배달원이 없어진 배경을 보자. 음성 기술이 기계에 탑재되면서 엘리베이터에서는 안내원의 목소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됐다. 전화가 집집마다 보급되고 이동통신 시장이 성장하면서, 수동식 전화를 연결해 주던 전화교환원이라는 직업은 이제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디지털 카메라가 생겨나고 휴대전화에 카메라가 탑재되면서 거리 사진사는 사라졌다. 인쇄와 포스터 기술이 발달하자 극장 간판 화가라는 직업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여러 영화를 상영하는 멀티플렉스는 한 영화를 상영하던 옛날의 극장처럼 대형 그림 간판을 세울 필요가 없었다.

도시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연탄에서 기름보일러로 난방 체제가 전환되면서 연탄 배달부와 연탄 제조원들은 자취를 감췄다. 국가공인 자격증을 갖춘 주산 강사가 잘나갔다는 이야기도 옛말이 됐다. 과거 상업계 고교 졸업생들의 필수로 꼽혔던 주산 자격증이 사라지고, 그 자리는 컴퓨터나 IT와 관련된 자격증이 대신하고 있다.

1990년대로 넘어가면서 인터넷이 등장한다. 인터넷은 3차 산업혁명의 꽃이었다. 웹에서 신문 정보가 제공되기 시작하고,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장인 ‘e-commerce’의 시대가 열렸다. 그러면서 쇼 호스트, 쇼핑몰 마스터라는 직업이 등장했고, 인터넷을 구축하는 웹 디자이너와 웹 엔지니어 등의 직업도 출연했다.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라는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해 사이버 경찰이 활동하게 됐고, 컨설팅과 보안, 백신 개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10년 전인 2009년, 한국고용정보원은 “우리의 몸에 착용해 건강상태를 체크해 주는 ‘입는 컴퓨터’가 등장하고, 스스로 주변 사물들을 인지해 말을 배우고 경험을 쌓아가는 ‘인공지능’의 등장도 꿈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꿈’이었던 그 말은 현실이 됐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모바일 등 핵심 기술이 기존의 산업과 기술과 융합된 ‘생산의 지능화 혁명’을 일으켰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전의 산업혁명보다 훨씬 큰 변화를 일상생활에 몰아오고 있다.

 

ⓒ 연합뉴스·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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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망 직업 10선

① 사물인터넷 전문가 ② 인공지능 전문가 ③ 빅데이터 전문가 ④ 가상(증강·혼합)현실 전문가 ⑤ 3D프린팅 전문가 ⑥ 드론 전문가 ⑦ 생명공학자 ⑧ 정보보호 전문가 ⑨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자 ⑩ 로봇공학자

자료: 한국고용정보원 

위기의 직업…콜센터 직원·금융사무원

이에 따라 직업분류 체계도 전면 개편됐다. 통계청은 2007년부터 유지됐던 직업분류를 2017년 말 개정했다. 2018년부터 적용된 ‘한국표준직업분류’를 보면, 10년 전과 달리 새로 생겨난 직업의 세태가 보인다. 정보통신 기반 기술 융합·복합 분야, 문화와 미디어 콘텐츠 분야, 사회 서비스 일자리 관련 직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연구직 및 공학기술직이 대분류로 신설됐고, 고령화에 따라 수요가 늘어난 보건·의료직도 중분류에서 대분류로 변경됐다. 데이터 전문가,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라는 직업도 새로 등재됐다.

사회 환경의 변화도 직업의 변화에 일조했다. 1인가구와 고령사회, 맞벌이 가구가 많은 현대사회가 새 직업을 낳았다. 반려동물 미용 및 관리 종사원, 요양보호사, 노인 및 장애인 돌봄 서비스 종사원, 놀이 및 행동치료사 등도 새로운 직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문화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공연·영화 및 음반 기획자, 요리연구가, 문화 관광 및 숲·자연환경 해설자도 신설됐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직업이 떠오르고 어떤 직업이 질 것인가. 한국고용정보원은 2018년 ‘4차 산업혁명 미래 일자리 전망’ 보고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망 직업과 위기 직업을 분석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사물인터넷 전문가, 인공지능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 생명공학자, 응용 소프트웨어 전문가, 로봇공학자 등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창출된 유망한 직업으로 꼽힌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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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위기 직업 6선

① 콜센터 요원 ② 생산 및 제조 관련 단순종사원 ③ 의료진단 전문가 ④ 금융사무원 ⑤ 창고작업원 ⑥ 계산원

자료: 한국고용정보원 

위기에 놓인 직업은 무엇일까. 콜센터 직원, 생산 및 제조 관련 단순종사원, 의료진단 전문가, 금융사무원, 창고작업원, 계산원 등이다. 이미 채팅하는 로봇, ‘챗봇’은 페이스북을 비롯해 국내 자동차, 보험, 통신 회사에서 활용되고 있다. 제조업은 이미 인력이 필요 없는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되고 있고, 창고 작업 역시 로봇이나 IoT, 센서 기술로 가능해졌다. 기존 매장 역시 키오스크(터치스크린)로 메뉴를 주문하는 가게가 늘고 있고, 무인 편의점도 생겼다. 

핀테크로 인해 은행 창구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점차 줄고 있다. 예금과 출금, 적금 가입, 공과금 수납을 은행에서만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카카오뱅크는 ‘점포 없는 은행 업무’ 출범 한 달여 만에 300만 가입자를 모았고, 현재 고객 수는 800만 명을 웃돌고 있다. 국민 5명 중 1명이 카카오뱅크에 가입한 셈이다. 실물 지점이 없는 카카오뱅크의 인기는, 더 이상 창구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무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영상을 보고 병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도 인공지능이 더 뛰어나다는 분석도 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암 환자를 진료할 때 환자의 의심되는 신체 부위의 영상 이미지와 환자의 부위에서 떼어낸 조직을 검사해 암 여부와 종류를 결정하는 의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방대한 논문과 의학정보를 분석하고 의료 내용을 학습해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도 추천해 준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위기 직업의 특징은 인공지능으로 대체가 용이한,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특정 사이트를 보고 음란물이 포함됐는지를 판단하거나, 조립되는 제품 상태를 보고 불량품 여부를 판단하는 일, 환자의 사진을 보고 질병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 등 일정한 규칙을 찾을 수 있고 데이터를 통해 확률을 계산하는 일이라면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비용이 기존 인건비보다 낮고, 기능이 더 뛰어날 수 있다면, 일자리 대체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나 위기라고 해서 일자리가 순식간에 없어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보통 여러 직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사람’의 일자리 특성상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당장 모든 것을 대체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또 해당 기업이나 고용주가 인공지능이나 자동화 기계의 도입을 늦출 수도 있다. 고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 완전히 사라진다고 분석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공인탐정 등 도입 위해 제도적 걸림돌 제거해야

그러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대다수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30년까지 인공지능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약 735만 명이 직장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출현한 직업들뿐 아니라, 육성이 가능한 다양한 신직업에도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조건적인 인력 대체에 손을 놓고 있기보다는 재교육과 작업환경 혁신, 신직업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의 ‘신직업 활성화 방안’에는 의료기기 과학 전문가, 치매 전문인력 등이 포함됐다. ⓒ 연합뉴스
정부의 ‘신직업 활성화 방안’에는 의료기기 과학 전문가, 치매 전문인력 등이 포함됐다. ⓒ 연합뉴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신직업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얼마나 내비치고 있을까. 정부는 지난해 12월 ‘신직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유전체 분석가, 의료기기 과학 전문가, 치매 전문 인력, 치유 농업사, 환경 및 여가 분야에서는 냉매회수사, 실내 공기질 관리사, 동물간호복지사, 정보수집과 관리 분야에서는 공인탐정과 개인정보 보호 전문 관리자가 육성 대상 직업으로 꼽혔다. 

이 직업들은 신직업이라는 특징도 있지만, 신직업으로 활성화되기 위해 관련 제도와 법이 정비돼야 한다는 걸림돌이 남아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치유 농업사를 발굴하려면 농업 활동을 통한 치유를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하고, 동물간호복지사가 존재하려면 수의사법을 개정해야 한다. 각종 위법 행위나 사고 피해 확인, 소송증거 수집을 수행하는 직업인 공인탐정은 2005년부터 도입 필요성이 논의됐지만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추진되지 않았다.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장은 “특히 공인탐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제도화가 안 돼 있는 직업이다. 일자리 창출의 파급효과가 크고, 사회적 수요가 있는 직업이라면 관련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수요는 있지만 제도권 밖에 있는 문신아티스트, 원격진료코디네이터, 동물간호사와 같은 업무는 사람과 동물의 신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의료 사고 등을 방지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반드시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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