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 재단사·주산강사 등 ‘복고 붐’ 타고 재등장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6 16:55
  • 호수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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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AI를 기반으로 직업이 만들어지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과거 직업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밀려 자연스럽게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다가 재등장한, 수십 년 전의 직업들이 있어 주목된다. 그중 하나가 맞춤양복 재단사다. 기성복이 없던 1960년대까지만 해도 양복 재단사라는 직업은 인기가 높았다.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한 양복 재단사는 당시 성공한 직업으로 불리던 은행원과 견줄 만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제일모직에서 기성복을 출시하면서 수제품은 기성복들에 밀려났고, 많은 맞춤 양복점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최근 기성 양복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이 맞춤 양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예복을 맞추려고 양복점을 찾는 2030세대도 늘어나면서, 맞춤양복 재단사라는 직업이 다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양복점을 찾는 젊은 세대가 다시 늘고 있다(왼쪽). 계산기와 컴퓨터에 밀려 자취를 감춘 주산학원은 온라인 홈스쿨의 형태로 재등장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연합뉴스
양복점을 찾는 젊은 세대가 다시 늘고 있다(왼쪽). 계산기와 컴퓨터에 밀려 자취를 감춘 주산학원은 온라인 홈스쿨의 형태로 재등장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연합뉴스

추억의 직업이었던 버스 안내원의 복귀도 눈에 띈다. 인구 노령화가 심각한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안내 도우미를 도입해, 어르신들과 교통약자들의 승하차를 돕고 안전사고를 예방하게 한 것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30% 이상인 충남 태안군은 2006년부터 버스 안내원을 채용했다. 충북 옥천, 경남 하동, 경북 의성에서도 버스 안내원이 운영되고 있다. 주로 20대 젊은 여성들이 일하던 과거와 달리,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 중년 여성들을 중심으로 채용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전남 고흥군도 최근 버스 안내원을 공개 모집하고, 버스 이용객이 많은 장날에 승하차 보조와 무거운 짐 들어주기, 노선 안내 등의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계산기와 컴퓨터에 밀려 자취를 감춘 주판 역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단순한 주산법과 계산 방법을 넘어 창의력과 논리력을 키우는 데 주산을 활용하는 추세다. 학부모들 사이에 주산과 암산을 배우면 아이들의 수학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교육 팁이 공유되면서, 주산학원과 주산강사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주산 홈 스쿨’까지 등장했다. 웰빙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숯제조원이라는 사라져가던 직업도 다시 하나의 직업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숯은 과거 연탄과 함께 난방용으로 사용됐지만, 지금은 활용 형태가 달라졌다. 건강을 위해 숯을 활용하기도 하고, 캠핑에서 음식을 굽거나 고급 식당에서 화로구이를 하는 용도로도 숯을 사용한다. 젊은 세대들이 활용하는 취업 정보 사이트에서도 숯제조원과 관련된 채용 공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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