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 사각지대 있는 신직업 관련 제도 정비해야”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6 16:55
  • 호수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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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장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해 직업이 되는 시대다. 동물간호사, 문신아티스트, 탐정 등 아직 법의 사각지대에 있지만 사람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들도 등장했다. 정부도 신직업 육성추진 계획에 따라 과거에 보지 못하던 형태의 직업들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제도라는 벽에 가로막혀 갈 길이 멀다. 신직업으로 규정된 직업들뿐 아니라, 주도적으로 사회적 흐름과 소비자들의 욕구를 읽어 기존 직업을 재설계하거나 직종을 만들어내는 ‘창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장에게 한국 신직업의 현주소와 뚫어야 할 돌파구에 대해 물었다. 

ⓒ 시사저널 최준필
ⓒ 시사저널 최준필

4차 산업혁명 시대 가장 유망하고 각광받는 직업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으로 파생된 직업의 특성은 ‘연결성’이다. 사물과 사람이 연결되면서 파생된 직업들이다. 사물인터넷 소프트웨어 개발자, 빅데이터 전문가 등이 주목된다. 데이터 이동이 많아지면서 보안 전문가와 같은 직업도 초연결사회의 핵심 직업이 될 것이다.”

어떤 직업이 상대적으로 침체될 것으로 보나.

“상대적으로 기술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는 침체될 수밖에 없다. 스마트팩토리, 스마트팜이 고도화되면서 제조 관련 직업이 줄어들었고, 콜센터 상담이나 계산, 창고 관리와 같은 업무들은 시스템화되고 있다. 회계사나 약사 등의 직업이 위험해진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직업이 바로 사라진다기보다 직업의 일부 직무가 인공지능화되는 것이라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미국은 약 자판기를 통해 약을 살 수 있지만 처방과 조제 영역은 약사가 맡는다.”

신직업이 일자리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나.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은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과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직업이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신직업은 초반의 일자리 창출은 미약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자리 창출에) 효과적이고 필요한 시도다. 신직업들은 일자리에 들어간다는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창직’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직업이 아니었던 정리수납 전문가가 직업으로 떠오르고, 은퇴를 하신 ‘신중년’들이 자신의 경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컨설팅 전문가에 도전하고 있다.” 

직업군을 보면 성(性) 구분이 사라져가고 있는 모양새다. 

“과거에는 이과 영역에 남성 비중이 높았다. 또 ‘핑크 잡(Pink Job)’이라고 해서 여성들이 주로 이 직업을 맡았다. 그러나 공학과 인문사회 영역이 모두 결합된 현재 트렌드에서는 성 역할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다. 여성이 주로 담당했던 텔러 업무도 핀테크 산업화가 되면서 성 구분이 없어졌다. 육체노동이 없어지면서 신체적 차이를 구분할 필요도 줄었다. 성별의 벽은 더 완화될 것이다.”

세계적 추세에 맞춰 직업을 발굴할 필요성도 강조된다. 2005년부터 도입을 시도하던 공인탐정 제도가 대표적인데.

“제도의 신설이나 규제 완화가 필요한 직업들이 아직 진입을 못 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탐정이나 문신아티스트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있는데 아직도 제도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특히 탐정은 우리나라만 제도화가 되지 않은 직종이다. 제도화가 되면 일자리 창출의 파급효과가 크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서비스 수요가 있는 직업들과 수혜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나의 직업이 성숙되려면 제도만 찍어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직업들을 정식으로 규정해야 하는 이유는.

“아직 문신아티스트 같은 직업은 불법 영역이다. 제도권 밖에 있지만 시장은 커지고 있다. 사람의 신체, 특히 보건과 관련된 직업들은 제도적으로 규정해야 의료 사고를 막고 종사자들의 역량과 지식을 검증할 수 있다. 동물간호사 등도 정식 직업으로 규정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더 높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신직업 발굴에 있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법 개정이 필요한 것들은 국회 차원에서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민간의 자유로운 직업까지 정부가 통제할 필요는 없다. 일부 직업은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초기 단계에서 마중물 역할을 해 줘야겠지만, 결국 민간에서 커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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