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공사 “北 내부 봉기로 20년 내 통일될 것”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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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급 탈북 외교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여성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주장
“훗날 빵집 열 것…한국생활, 자유로워 즐겁다”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내부에서 먼저 들고 일어날 겁니다. (이들이) 김정은을 내몰고 합리적인 정권을 세울 것이며, 우리에게 먼저 통일하자 손을 내밀 겁니다.”

2016년 여름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김씨 일가가 배제된 한반도 통일에 대한 확신에 차 있었다. 태 전 공사는 3월15일 서울 모처에서 여성경제신문과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한반도 통일 시점을 ‘20년 이내’로 봤다. 그는 “지금 60~70대 즉, ‘김정은(김씨 가문)에 대한 이념적 충실성이 있는’ 기존 세대가 자연스럽게 지나가면 40~50대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데, 이들은 북한 사회의 성공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대”라면서 “사태(통일)의 발단은 북한 내부로부터 일어날 것”이라고 이유를 전망했다.

태 전 공사 말대로라면, 통일 한국은 핵보유국이 된다. 과연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변 열강들이 이를 지켜보고만 있을까. 그는 “새롭게 출범한 정권이 우크라이나처럼 스스로 핵을 포기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가 내부 붕괴에 확신을 갖는 이유는 왜일까. 태 전 공사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내부 기류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렬됐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3월1일 조선중앙통신, 3월6일 기록영화를 통해 하노이 회담이 마치 큰 성공인 것처럼 보도했다가 3월10일 간접적으로 ‘합의문 없이 회담이 결렬됐다’고 알렸다”고 말했다. 불과 며칠 만에 정반대 결과를 내놓은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는 “지금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주민들이 9만여 명이다. 이 사람들이 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이들이 매일 세계 것(소식), 한국 것(소식)을 들여다보고 있다. (회담이) 결렬됐는데 노동신문이 계속 ‘성공했다’고 보도하면 ‘김정은은 사기 치는 놈’ 이 되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해프닝은 북한 권력 상층부가 내부 주민들을 더 의식한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태영호 전 공사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지난 3월 15일 서울 명동의 한 식당에서 여성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여성경제신문 박철중

 

"'벼랑끝 전술' 쓰는 북, 무시해도 된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양측 간 냉각기는 계속되고 있다. 태 전 공사와 만난 3월15일 일부 외신은 “북한이 조만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중단할 것이며 김 위원장의 생각이 담긴 ‘중대성명’이 발표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태 전 공사 역시 당분간 북한이 ‘강 대(對) 강’ 전략을 펼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쟁점은 ‘영변+α’다. 영변 외에 북한이 어떤 핵시설을 추가로 검증‧사찰 대상으로 내놓을 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북한의 핵협상 패턴은 일정하다. 미국이 의혹을 제기하면 처음에는 무조건 잡아떼다 국제사회가 나서 쟁점화 시키면 마지못해 인정하는 식이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너무 많이 써먹었기 때문에 이제는 무시해야 한다”면서 “이 흐름을 유지해 가면 북한도 기세가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기 위해선 한·미 동맹이 굳건하게 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하노이 회담의 ‘노딜’(No Deal)은 의미가 있다. 태 전 공사는 “하노이회담 결렬이 통일을 10년 앞당길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노딜’로 김정은이 할아버지, 아버지 때처럼 ‘숨기는 방법으로 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돌아간 게 아주 큰 성과”라고 말했다.

 

태영호 전 공사 “아내, 제빵사·바리스타 자격증 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탈북 외교관으로는 최고위급 인사다. 그래서인지 북한은 태 전 공사를 가리켜 ‘천하의 인간쓰레기’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북한의 비난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악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단어를 동원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태 전 공사 본인은 정작,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 태 전 공사는 “강연도 다니고 사람들도 만나면서 바쁘게 보내고 있다”고 대답했다. 함께 한국으로 온 자녀들은 현재 남한의 모 대학에 다니고 있다. 태 전 공사는 “학교에 다니는데 아직 학위는 받지 못했다”면서 “아내도 학교에 다닌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훗날 빵집을 열 계획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아내가 제빵학원을 다녀서 제빵사 자격증과 바리스타 자격증을 다 땄다”면서도 “빵집을 하려고 했는데 공부를 좀 더하겠다고 말해 아직 가게를 열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고향 생각을 하며 자주 냉면집을 찾는다는 태 전 공사는 “즐거움보다 자유롭다는 걸 더 소중하게 느낀다”며 남한 생활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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