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vs FI 분쟁 어디로 가나
  • 이용우 시사저널e. 기자 (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9.03.28 11:00
  • 호수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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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FI와 설정한 풋옵션 조항이 발목…최악의 경우 교보생명 IPO 연기될 수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풋옵션(지분을 특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을 이행하려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중재소송에 들어갔다. 신 회장은 유감을 표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일각에선 신 회장 측에서 주주간계약 무효 소송으로 맞대응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 구성된 교보생명 FI들은 최근 신 회장 측에 풋옵션 이행 가격을 내지 않으면 풋옵션 이행을 위한 중재를 신청하겠다고 통보하고 신 회장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신 회장은 중재 신청 중단을 위한 협상안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제3자 매각, IPO 후 차익보전 등 3가지 안을 제시했으나 FI들은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담고 있지 않다며 이를 거부했다.

신 회장은 이에 유감을 표하며 “주주간계약이 일방적이고 복잡해 모순이 있는 등 억울한 점이 없지 않다”며 “나름 고민한 끝에 60년 민족기업 교보를 지키고 제2 창사인 IPO의 성공을 위한 고육책으로 최선을 다해 ABS 발행 등 새 협상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PO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보험업계 불황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최대주주이자 CEO로서 당면한 자본확충 이슈가 회사의 운명을 가를 수 있을 만큼 큰 위기라는 인식 속에 교보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상황대응이었다”며 “FI들도 이런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중재 신청 재고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재무적 투자자들이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예고해 주목된다. 최악의 경우 교보생명의 기업공개가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뉴스뱅크
교보생명의 재무적 투자자들이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예고해 주목된다. 최악의 경우 교보생명의 기업공개가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뉴스뱅크

풋옵션 가격이 불러온 분쟁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풋옵션 행사가다. FI들은 주당 40만9000원을 내놓으라고 주장한다. FI들은 행사가격은 변동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은 40만원대의 풋옵션 행사가가 지나치게 높다고 맞서며 절반인 20만원대를 주장하고 있다. FI들이 풋옵션을 계산한 기준 시점은 지난해 6월말인데, 신 회장 측은 시장 상황이 좋을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공정가치를 산정하면 지금처럼 행사가가 지나치게 부풀려진다고 본 것이다. 

특히 풋옵션 행사가가 40만9000원이 될 경우 신 회장이 협상안으로 제시한 ABS 발행이나 IPO 이후 차익보전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FI가 주장하는 가격이 유지될 경우 시가의 약 2배에 거래가 진행돼야 하는데 그만큼의 손실을 감수할 투자자들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교보생명 지분가치가 업계 불황을 이겨내고 2~3배 오를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결국 보험업계는 FI들이 신 회장의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40만원대의 풋옵션 행사가를 끝까지 주장하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고 판단한다. 

이번 분쟁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 회장은 당시 우호적 지분 확보를 위해 FI들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에 FI들은 대우인터내셔널이 내놓은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54억원에 인수했다. 이와 함께 신 회장과 FI들은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의 IPO가 이뤄지지 못하면 FI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주간계약을 맺었다. 현재 FI들은 교보생명의 지분 중 29.34%를 보유 중이다. 1대 주주인 신 회장에 이어 2대 주주다. 

하지만 2015년이 지나도 교보생명이 IPO를 진행하지 않자 FI들은 지난해 11월 신 회장을 상대로 2조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하고 나서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신 회장은 지난해 말 뒤늦게 교보생명의 IPO를 선언했지만 FI들은 현 보험업계 상황 등을 봤을 때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계약대로 풋옵션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FI 측이 풋옵션 행사를 위해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심판에 나설 경우 신 회장은 경영권마저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중재원의 중재심판은 단심제로 약 5개월이 소요되는데, 2~3개월 내에도 분쟁 해결이 가능하다. FI의 중재 신청 후에도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교보생명이 계획 중인 올해 IPO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FI들의 풋옵션 행사가 주주 간 분쟁사유로 볼 수 있어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에서 결격사유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FI와 계속되는 협상 결과 주목

물론 중재심판에서 FI들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신 회장은 FI들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보유지분의 일부를 넘기거나 압류를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교보생명의 최대주주로서 신 회장의 입지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재계는 지적한다. 

시장에선 FI들이 중재 신청에 들어가면 신 회장 측이 주주간계약 무효 소송으로 맞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PO를 결정하는 것은 이사회인데, 신 회장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이유로 FI들이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교보생명이 2015년 IPO를 추진하지 않을 당시 FI들이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와서 풋옵션을 행사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FI들은 중재 신청을 통해 40만원대 가격을 확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신 회장 측이 2조원 이상의 자금을 당장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신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중재심판으로 가도 신 회장 측이 적극적으로 FI들과 협상 테이블에 나서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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