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사교육 규제는 미봉책, 사교육 필요 없는 교육 만들어야”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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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혁신학교 확대․자사고 폐지로 교육 양극화 해소”

지난 몇 개월, 교육계는 그 어느 때보다 말 많고 탈 많은 시간을 보냈다. 미투(MeToo) 현상과 맞물려 전국 여러 학교에서 ‘스쿨미투’가 연이어 터져 나왔고, 지난 가을부터 시작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사태는 여전히 유치원3법 통과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드라마 ‘SKY캐슬’ 열풍으로 극심한 교육 양극화 문제가 다시금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게도 여러 결단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조 교육감은 3월5일 한유총 설립 허가를 취소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스쿨미투와 관련한 집회와 간담회에 여러 차례 자리를 함께했다. 또한 수험생들을 ‘갉아 먹는’ 무한 입시 경쟁의 해소를 위해 교육감 선거 때부터 강조해 온 수평적이고 다양한 교육정책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계획이다. 3월15일 서울시 교육청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조 교육감은 “어느새 교육이 사회의 ‘희망’에서 ‘골칫거리’가 된 느낌”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사회 개혁’을 동반하지 않으면 교육현장의 근본적인 개혁은 결실을 맺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3월15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 하는 조희연 교육감 ⓒ시사저널 최준필
3월15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 하는 조희연 교육감 ⓒ시사저널 최준필

반년여 동안 지속된 ‘한유총 사태’를 어떻게 바라봤나.

“그간 사립유치원들은 유아교육의 황무지에서 국가 대신 사재를 털어가며 헌신해 왔다. 그런데 일부 반교육적인 강경 지도부에 의해 휘둘리는 사이, 국민들과의 괴리는 더욱 커지고 말았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사립유치원들이 국민의 달라진 눈높이에 맞게 미래지향적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

이번 사태로 한유총이 힘을 잃었지만 핵심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다시 조직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향후 유사한 조직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사전에 방해하거나 재단하는 건 위헌적인 발상이다. 그렇지만 한유총이 지금껏 해온 방식으로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사익만 추구한다면 우린 이번과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이미 한유총의 노선과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나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가 있고, 한유총 내부에도 일부 강경 지도부의 방침에 동의하지 않았던 유치원들이 많다. 한유총이 이달 초 공식적으로 개학연기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던 1533개 유치원 중, 실제 참여한 유치원은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게 그 증거다.”

유치원3법이 난항 끝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쉬움이 많이 남으나, 유아교육 공공성 확보를 위한 사회적 변화는 이미 큰 물살에 오른 상황이다. 3법 처리가 늦어진다 해도, 교육청에서는 교육행정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 동원할 것이다.”

3월15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 하는 조희연 교육감 ⓒ시사저널 최준필
3월15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 하는 조희연 교육감 ⓒ시사저널 최준필

“혁신학교 학부모․학생 만족도 높아”

최근 교육계의 또 다른 이슈로 ‘스쿨 미투’가 있었다. 지금도 중고교와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의 쌓였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데.

“우리 교육청은 교육 현장의 성차별․성폭력을 뿌리 뽑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을 더욱 기울이려 한다. 그 일환으로 올해 성평등팀을 신설했다. 3월6일 성인권 시민조사관 20명을 위촉한 것도 노력의 일환이다. 스쿨미투 발생 시 직접 조사에 참여함으로써 보다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사안을 처리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최근 드라마 ‘SKY캐슬’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화제가 된 데에는 그것이 우리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무한 경쟁 구도에서 학생들이 숨 돌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희망이었다. 그런데 어느덧 교육이 고통과 좌절의 원천으로 변해가고 있다. SKY캐슬은 그 교육경쟁 현실과 희망의 단초를 극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를 조금이나마 변화시키기 위해 혁신교육 확대와 자사고 폐지 정책 등을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청의 권한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교육 현장의 변화 역시 입시제도의 변화나 대학개혁 등 사회개혁이 동반되지 않으면 결실을 맺을 수 없다.”

여러 교육 제도를 손본다고 사실 치열한 입시경쟁이 쉽사리 개선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대학입시경쟁은 중하층에게는 생존경쟁이고, 중상층에게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부를 지속하기 위한 도구경쟁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학개혁 역시 사회개혁이 있지 않는 한 지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강화된 현실을 교정하지 않고서는 이 생존경쟁으로서의 입시경쟁만 똑 떨어트려 해결할 수 없다. 교육개혁과 사회개혁이 같이 가야 하는 이유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이 많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지금과 같은 승자독식 사회구조에선 어떠한 처방을 내리더라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다. 불안이 체화돼 있는 상태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교육에 달려드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가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교육이 학생들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교육이 가능하려면 학생 개개인이 어떤 길을 선택해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가 전제돼야 한다.”

 교육부 차원에서 사교육을 규제하면 자칫 풍선효과로 더욱 사교육시장이 음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사교육을 규제하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다. 사교육이 필요 없는 교육을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이를 위해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해결되는 평가 체제, 사교육을 받아도 해결되지 않는 평가 체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

혁신학교를 늘리는 데 있어 학부모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일반 학교에 비해 학력 저하 현상이 나타난다,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이 나오는데.

“지난해 강동송파지역 개교학교에 대한 혁신학교 지정 추진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반대여론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혁신학교에 대한 오해가 크게 부각되긴 했지만 실제로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선호도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혁신학교가 되면서 학력이 더 낮아졌다는 데이터 또한 없다. 그런데도 이런 오해가 생기는 건 정해진 답을 잘 풀어내는 것이 가장 잘 공부하는 것이라는 기존의 학력관이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혁신학교로의 교육 변화 흐름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부정적 여론도 조만간 자연히 해소될 거라 생각한다.”

3월9일 조희연 교육감이 8일 개원한 국내 첫 '매입형 유치원' 서울구암유치원을 방문해 어린이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월9일 조희연 교육감이 8일 개원한 국내 첫 '매입형 유치원' 서울구암유치원을 방문해 어린이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남북교육교류사업 계속 적극 추진할 것”

공약이었던 자율형사립고 폐지 문제를 두고 각 지자체는 물론, 여권 내에서도 입장이 다소 갈린다. 존치를 원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그럼에도 자사고 폐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1973년 ‘고교 다양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자사고 정책은 당초 지정목적과는 달리 경쟁위주 교육, 사교육 유발 등 교육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일각에서 고입을 ‘대입의 전초전’이라 부를 정도다. 따라서 외고-자사고-일반고로 서열화 된 수직적 고교 체제를 수평적 다양성의 고교 체제로 개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단순히 몇몇 자사고를 없애느냐 마느냐의 갈등 차원이 아니라, 우리가 20~30년 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교육을 만들어 줄 것인가 하는 정책적·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평양 수학여행을 비롯한 남북교육교류를 강조해왔다.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최근 싸늘해진 한반도 분위기의 영향도 받을 것 같은데.

“추진 중인 남북교육교류사업은 남북의 교육당국이 협업해 평화와 공존의 교육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획된 사업이다. 그러나 이 사업의 특수한 성격상 교육교류의 시기와 내용은 한반도의 정세, 사업 당사자 간 실무 협상 내용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최근 북미 관계가 다소 싸늘해진 것이 사실이나, 남북관계까지 암울하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현재의 국면에서 우리의 더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지 않나 싶다.”

남은 임기 가운데 가장 몰두하고 있는 정책이나 사업이 있다면.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았다. 과거 우리 교육은 누가 뭐래도 희망이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골칫거리가 된 느낌이다. 어떻게 해도 뚜렷한 해법이 잘 안 나오기 때문에 모두가 교육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있다는 점을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인데, 당시 독립운동가들은 해방된 조국의 모습을 학교에 담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100년이 흐른 지금, 우린 어떤 미래를 교실에 담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개성과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 자신의 생각을 떳떳하게 말하고 토론할 수 있는 사회. 이런 미래를 담은 교실을 만들고 가꾸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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