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시험대에 오른 김영록號 ‘7기 전남도정’
  • 전남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7 16: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순항 ‘김영록號’, 광주군공항 이전·나주SRF 등 해결 시험대 올라

3월 26일 오전 전남 무안군청 2층 대회의실. 200여명의 무안 군민들이 김영록 전남 도지사와 ‘도민과의 대화’를 갖기 위해 몰려들었다. 김 지사는 군민과의 대화가 시작되자 60여분 동안 10여명의 도민들 건의사항을 꼼꼼하게 메모하면서 2~3명씩 묶어 거침없고 시원시원한 답변으로 참석자들의 많은 호응을 이끌어 냈다.

특히 건의사항의 수용 가능 여부를 즉석에서 명쾌하게 일일이 답변을 해줬고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민선 7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대화라는 것이 행사장을 빠져나오는 대다수 군민들의 평이었다. 주민 건의사항은 가능한 법 테두리 안에서 대부분 수용하겠다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이날 오후 신안군청 도민과의 대화에서는 ‘OK군수’라는 닉네임을 가진 박우량 신안군수가 즉석에서 김 지사를 ‘OK도지사’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난해 7월 1일 오전 도청사에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전남도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난해 7월 1일 오전 도청사에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전남도

김 지사는 미리 예상문제를 공부라도 해온 듯이 굵직한 도정 현안부터 세세한 민생 부분까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파악하고 있는 ‘실력’을 과시해 좌중을 놀라게 했다. 주민들이 예산지원 요청 등 다소 곤란하거나 어려운 건의 등에 대해서는 배석한 해당 실국장들로 하여금 즉석에서 답변토록 해 신뢰감을 배가시켰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전국 17개 시도지사 직무수행 지지도 조사에서 8개월 연속 1위를 기록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현장’에서 보여줬다. 그가 이끄는 전남도는 주민생활 만족도 조사 결과 17개 시·도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한국행정학회와 공동으로 2월 전국 17개 광역시·도 주민생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지난 1월 조사 대비 3.8%p 오른 64.0%로 민선 7기 조사 시작 이래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김 지사는 개인적 ‘영광’인 직무수행 지지도 평가보다 주민생활 만족도 1위 등극에 훨씬 고무된 느낌이다. 언론에서도 호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날 무안 도민과의 대화에서는 광주 군공항 이전문제라는 복병을 만나게 되면서 다소 주춤거렸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이전까지 질의응답 시간과는 사뭇 다른 살얼음을 걷는 분위기였다. 김 지사는 지지부진한 군공항 이전사업에 대해 관련 절차 진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예비 후보지로 거론되는 해당 지자체 주민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단서를 붙였다. 추진은 하되 해당 자치단체 의견에 반해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광주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서 해당 지자체 의견이 중요하다”며 “국가 안보차원에서 국가적 과제로 접근해야 하고, 전남도는 조정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박일상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추진위원장으로부터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은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에 암초이며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광주 군공항 이전을 위한 설명회나 공청회 등 절차상 협의는 필요하다는 의견을 달면서 한번 더 비틀었다. 마지막까지 무안군과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같은 김 지사의 발언은 군공항 이전의 유력한 예비 후보지로 무안군을 압박한다는 의혹이 일면서 무안군의 반대가 거세지자 주민들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무안지역이 유력 후보지로 꼽히자 군내에서는 ‘무안 이전 반대 범군민대책위’가 구성되는 등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무안군 역시 이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김 지사 발언의 원칙과 단서를 한데 묶어 쭉 읽어 내리면 그 표현이 모호하기 짝이 없어 대체 그 심중을 헤아리기조차 쉽지가 않다. 예전에 한 지상파 방송의 개그프로그램 ‘같기도’라는 코너에서 모호한 세태를 풍자하기도 했는데, 이게 딱 그 짝이다. 그만큼 전남도정이 안고 있는 여타 문제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난제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광주 군공항 이전문제와 나주SRF열병합발전소 가동, 농산물 가격폭락, 전남도 제2청사인 동부권 통합청사 입지, 광양보건대 정상화 등을 도정 안팎의 논란과 주민 갈등을 지필 수 있는 ‘화약고’로 꼽고 있다. 이들 사안은 대부분 주민들의 재산권과 환경권에 직결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치적 만족감에 들떴던 이 지역 주민들의 볼멘소리가 정파에 상관없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나 각료시절에 이 같은 주민요구에 ‘부응’했던 김 지사도 이제는 주민들의 손만을 마냥 들어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대부분 국가적 사안이긴 하지만 본인이 타깃이 되는 일도 잦기 때문이다. 

나주시민과의 대화에서는 나주혁신도시 SRF열병합발전소 가동문제로 행사장 안팎에서 불만을 가진 주민들과 맞닥뜨려야만 했다. 농도 전남의 수장으로서 겨울배추와 양파 대파 전국 주산지인 해남, 진도, 무안, 완도 등지에서는 농산물 폭락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주민 목소리에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진도군민과의 대화에서는 독단적 군정 수행을 놓고 군수와 주민이 설전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목도하며 ‘성난 물은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군주민수·君舟民水)는 독 오른 민심의 경고도 새겨야만 했다.

민선 7기 김영록호(號)가 닻을 올린 지 다음달 1일로 9개월째를 맞는다. 지금까지 연안에서의 운항은 비교적 순조로웠으나 먼 바다의 파고는 갈수록 높아지는 양상이다. 복잡다기한 이해관계가 얼키고 설킨 갈등은 광주 군공항 이전과 나주혁신도시 SRF열병합발전소 가동, 동부권 통합청사 입지 등의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더욱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만한 해결여부가 김 지사의 정치력을 시험하는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