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부가 없어져요”…배재대 학생들 폭발
  • 대전 = 김상현 기자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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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발표한 대학측 일방적 학제 개편에 학생들 분노
미술디자인학부 학생들 공개 청문회까지 진행
학생, 학부모 의견 없는 일방적 커리큘럼 변경에 문제점 제기

대전시에 위치한 배재대학교 교정에 ‘미술디자인학부의 실태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학교 측에서 ‘미술디자인학부’의 명칭을 ‘아트앤웹툰과’로 변경하고 커리큘럼이 웹툰 위주로 바꾸는 것에 대한 항의문이다.

여기에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왜 이러한 문제들을 학생들 모르게 진행하고 있는지, 왜 몰라야만 하는지 의문이 다”라고 적혀있다. 또 “아트앤웹툰과로 명칭이 바뀌면서 시각디자인과를 없애고 산업디자인과로 변경함에 따라 학과의 커리큘럼이 바뀐다”라는 주장이 기재됐다. 미술디자인학부는 26일 오후 7시에 관련 공개 청문회를 진행했다.

배재대 교정에 붙은 대자보. 학교의 일방적 학제 개편에 대한 분노가 느껴진다.
배재대 교정에 붙은 대자보. 학교의 일방적 학제 개편에 대한 분노가 느껴진다. 

 

2시간 동안 이어진 뜨거운 공방...“사기 당했다”는 의견까지

청문회는 250명이 넘는 학생과 학부모와 교수들이 참석해 문제의 심각성을 증명했다.

미술디자인학부 4학년 이성범 학생은 모두 발표를 통해서 “학생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학과의 명칭을 바꾸고 커리큘럼까지 바꾼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과명 변경에 대해 학교 측에 문의하자 “학생이 알 필요 없다”라며 오히려 “누가 말했는지 잡아와라”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918명에게 학과명칭 변경에 대해 묻는 설문 결과를 보여줬다. 설문 내용에는 “학생 상대로 사업하지 마라”라거나 “디자인을 배우려 왔지, 웹툰을 배우러 온 것이 아니다”라고 항의하는 내용이 다수였다.

청문회에 참석한 학부모들도 비슷한 의견을 소리쳤다. 4학년의 학부모라고 밝힌 한 남성은 “이런 학교를 믿고 내 자식을 4년이나 학교에 보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라고 이야기 했다. 한 학부모는 “지난해 3개 대학에 합격했음에도 ‘디자인’을 배우는 것이 좋겠다는 딸의 결정에 배재대를 선택했는데 사기당한 기분이다”라고 일갈했다.

학과명 개편에 대한 설문에 담긴 의견들. 이영우
학과명 개편에 대한 설문에 담긴 의견들. ⓒ이성범

학생과 학부모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교수진들은 진땀을 흘렸다. 미술디자인학부의 유일한 정교수이자 학부장인 이영우 교수가 대부분의 질문에 답했다. 이 교수는 “학과가 이미 폐과 수순을 밟고 있었다”라고 밝혀 참석자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그는 “학교에서는 학과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었고 학부장 입장에서 학과를 살리고자 학과명과 커리큘럼 변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항변했다.

2시간 가까이 펼쳐진 공방에도 끝내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다시금 학생과 학교 측이 문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로 약속하고 행사를 갈음했다.

공청회를 마친 후 이영우 교수는 “학제 개편이 너무 급하게 진행했다”라고 아쉬워하며 “지난해 말에 시작해 3개월 만에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어떻게든 학생들과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었다”라는 것이 교수 측 입장이다.

 

성급했던 학제 개편과 발표...교육부 핑계는 오해?

학생들이 공청회까지 열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배재대의 갑작스런 학제 개편 때문이다.

배재대는 지난해 대학기본역량 진단 1단계에서 기본역량 진단을 통과하지 못했다. 위기에 몰린 배재대는 △선도적 학제개편 △학제개편에 따른 교육과정위원회 가동 △경상경비 경감 △대학 수입 증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혁신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최종 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학제 개편을 시행하고 지난 3월 20일 기존 5대학·4학부·51전공의 학제를 6대학·4학부·41전공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문제가 커지자 학교 측에서는 혁신안에 대한 내용을 빨리 결정해 보고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교수들도 “3월 안에 개편안을 확정해 교육부에 보고해야 했고, 이미 보고가 완료된 건이라 학과명 변경은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부 문의 결과 “자율개선대학에 선정한 학교에게 정원 감축 권고나 개선안 제출 등의 요청은 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학교 측에 관련 내용을 재차 문의하자 “교육부 제출 때문이 아니라 대학교육협의회에 2020년 수시모집 계획 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교협은 “2020학기 수시모집 계획은 5월 2일까지만 등록하면 되고 이후에도 학과명 변경 등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라고 확인했다. 더구나 구조조정 등에 따른 정원 수 변경은 5월 말 이전이면 충분히 수정 가능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결국, 대교협 등록 시안이 1달 넘게 남았음에도 급하게 학제 개편을 몰아붙였다고 의심할 수 있다. 교육부 때문인지 대교협 때문인지 학교와 교수 간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학과 통폐합은 배재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배재대 측도 “우리 학교만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국 대학이 똑같은 입장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학제 개편에 가장 민감해야 할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밀실행정으로 처리한다는 데 있다.

공청회를 준비하고 진행한 이성범 학생 역시 “학생의 미래를 결정하는 부분을 학교 맘대로 진행하고 결정했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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