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예보관도 ‘숨’ 좀 쉬고 싶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1 07:55
  • 호수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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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예보팀 24시
예보관 단 두 명이 마주 앉아 미세먼지 등급 결정

“내일 서울 미세먼지 등급, ‘보통’으로 하는 게 맞겠죠?” 

“‘나쁨’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 위치한 미세먼지예보팀 사무실에선 이러한 대화가 흔하게 오간다. ‘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 익숙한 이 네 가지 미세먼지 등급을 매일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예보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 등급에 따라 개인의 일과는 물론, 학교·지자체 등의 업무까지 좌우되면서 그 영향력은 날로 묵직해지고 있다. 

그러나 예보가 생산되는 현실은 그 지대한 영향력과는 대조적이기만 하다. 단 두 명의 미세먼지 예보관이 사무실에 마주 앉아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고 전국의 미세먼지 등급을 결정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은 2인 1조로 팀을 이뤄 하루 2교대 체제로 꼬박 12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앞선 상황처럼 예보에 앞서 미세먼지 등급에 대한 두 예보관의 의견이 갈릴 경우, 한쪽으로 논의의 무게를 실어줄 제3자조차 없다.

두 예보관은 12시간 후 다음 조와 업무 교대가 있기까지, 그야말로 ‘숨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예보에 근거가 되는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세먼지 등급을 정하는 작업은 물론, 예보에 대해 문의하는 전국 지자체와 수많은 언론에 일일이 대응하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게다가 수시로 걸려오는 민원 전화에도 충실히 응대해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하거나 예보가 다소 어긋난 날엔 어김없이 항의 전화가 빗발쳐 본 업무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 시사저널 이종현
ⓒ 시사저널 이종현

언론사 문의에 각종 항의 전화 응대까지

예보가 이뤄지기 전 이들 앞으론 전국 각지는 물론 중국에서 넘어온 다양한 유형의 미세먼지 측정 데이터들이 쏟아진다. 이러한 자료는 모두 인천에 위치한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연구센터에서 전달된다. 센터는 사실상 미세먼지 예보의 ‘본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동작구 기상청 사무실에서 실제 예보를 담당하고 있는 예보관들 역시 이곳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다. 

센터엔 전국 300개의 미세먼지 측정소 데이터와 인공위성 관측 결과 등이 전부 모이며, 매 시간 데이터 값이 업데이트된다. 3월26일 센터에서 만난 장임석 대기질통합연구센터장은 “실제 전국 관측 데이터와, 컴퓨터로 계산한 약 23가지의 모델링(모의실험) 자료를 최대한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분석해 내는 것이 예보관들의 역할”이라며 “자료에 대한 예보관들의 해석까지 더해졌을 때 비로소 정확도 70% 정도의 예보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석을 거쳐 예보관들은 12시간의 근무 동안 총 두 차례 미세먼지 예보를 생산한다. 주간근무(오전 8시~오후 8시)를 기준으로 오전 11시와 오후 5시, 권역별 미세먼지 등급을 환경부·기상청·전국 지자체 등 유관기관이 공유하는 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예보가 전달되고 나면 이들의 업무는 더욱 분주해진다. 오전 11시 첫 번째 예보가 끝나면, 각 지자체마다 그다음 날과 다다음 날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해야 하는지 그 여부를 알려야 한다. 현행 규정상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50㎍/㎥ 이상일 경우 각 지자체는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고 차량 2부제, 공사장 단축 운영 조치 등을 시행해야 한다. 지자체 공무원들의 퇴근 시간을 고려해 오후 2시경 1차로 비상저감조치 시행 여부를 사전 제공하고, 4시 넘어 다시 한번 최종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오후 5시 두 번째 예보 후엔 저녁 뉴스를 준비하는 여러 언론사의 문의에 대응하기 바쁘다. 다음에 교대될 예보관들을 위해 예보 분석서 및 업무 중 특이사항 또한 작성해야 한다. 장임석 센터장은 “예보관 두 명이 해야 할 업무가 지나치게 많아, 정작 두 차례 전국 미세먼지 예보를 위한 고민과 분석에 들이는 시간은 두 시간 남짓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권한은 별로 없는데 책임만 무거워”

이같이 적은 인력으로 빠르면서도 정확도 높은 예보를 이뤄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예보관들의 연륜과 노하우가 중요하다. 그러나 미세먼지 예보관들은 평균 근속 2년 이상을 유지하지 못한다. 애초에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나간 파견직이기 때문에 순환 근무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업무가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점이 주요한 이유다. 장임석 센터장에 따르면, 이들은 업무 시간이 길어 가사나 육아에 신경 쓸 수 없는 건 물론, 매주 주·야간으로 근무가 유동적인 탓에 고정적으로 육아를 맡아줄 보모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맞으면 본전, 틀리면 갖은 비난을 감내해야 하는 미세먼지 예보의 특성 탓에 예보관들은 매일 무거운 부담과 책임감에 짓눌려 있다고 전한다. 이 업무에 대해 “권한은 별로 없는데 책임만 무겁게 떠안아야 하는 업무”라고 말한다. 그 때문에 국립환경과학원 내에서도 기상청 미세먼지예보팀 예보관 파견은 ‘기피 대상 1순위’로 꼽힌다. 

미세먼지 이슈가 정부·지자체는 물론 국민의 최대 관심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어려움으로 2년여마다 새로운 직원이 예보를 맡게 돼 해당 업무에 대한 경륜이 축적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장임석 센터장은 “최근 몇 년간 미세먼지 문제가 환경부에서 국무총리실로, 그리고 최근 청와대 소관 업무로까지 올라가면서 예보나 분석에 있어 우리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미세먼지 예보를 권역별이 아닌 시·군·구 단위로 매 시간 해 달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며 “책임이 커지는 만큼, 더욱 정확한 예보를 위한 인력 등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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