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 축제로 미세먼지 막자”
  •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3 15:00
  • 호수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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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황량한 농지에서 날림먼지 발생

재난 수준으로 치닫는 미세먼지에 다급해진 정부가 코미디 수준의 황당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인공강우·공기정화기·광촉매·플라스마는 모두 자연의 규모가 얼마나 거대한지를 고려하지 못한 비현실적인 발상이다. 서해 바닷물을 바가지로 퍼서 옮기겠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도다. 어처구니없는 일에 소중한 예산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미세먼지(PM10) 해결을 위한 ‘수도권 대기 질 개선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1995년이었다. 자동차 운행을 제한하고, 굴뚝을 막아버리는 대신 매연 절감을 위한 신기술을 도입하고, 연료를 개선했다. 휘발유·경유의 황 함유량을 세계 최저 수준인 10ppm으로 낮추었고, 촉매전환장치·매연저감장치(DPF)를 장착시켰고, 자동차의 성능도 유로 수준으로 강화했다. 가정·아파트용 연료도 등유·벙커C유·LPG에서 LNG로 교체했다. 해마다 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민간의 부담도 적지 않았지만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2005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에만 한정되어 있던 매연·스모그·미세먼지가 강원도 산골까지 확산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봄철의 한반도 전체가 초미세먼지(PM2.5)에 뒤덮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중국 중남부를 거쳐 아프리카 서해안에 이르는 거대한 미세먼지 벨트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서울에만 한정되어 있던 먼지가 전국 규모로 확대되어 버렸다.
자동차와 굴뚝 이외의 새로운 배출원이 등장했다는 뜻이다.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는 전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49%인 11만5000톤이 농지·공사장·도로에서 날려 올라간 ‘날림먼지’(비산먼지)였다. 실제로 겨울 농사를 포기해 버린 농경지는 황사가 발생하는 중국 서북부 건조지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변했다. 평양과 중국 중남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농민이 농기계로 작업을 하자 흙먼지가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농민이 농기계로 작업을 하자 흙먼지가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농지에 사용한 화학비료가 미세먼지 악화

화학비료 사용량이 많이 늘어난 것도 문제가 된다. 실제로 우리의 비료 사용량은 2009년 헥타르당 4.29톤에서 2017년 6.7톤으로 급증했다. 질소 비료는 질소산화물(NOx)·암모니아로 변환되어 미세먼지를 악화시킨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15년 발생한 미세먼지에 의한 조기 사망자 1만9355명 중 28.6%가 농업에 의한 미세먼지 때문이었다. 2015년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에서도 농경지가 많은 전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서울보다 더 많았다. 

이제 검은 먼지를 내뿜는 배기구·굴뚝 중심의 패러다임을 날림먼지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청보리 축제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엉터리 기술에 낭비하는 예산으로 농가의 겨울 농사를 지원하면 된다. 청보리는 입춘 무렵인 2월초에 새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전통 세시 풍속이었던 보리밟기도 즐기게 된다. 건강에 좋은 보리도 생산하고, 화학비료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싹이 제법 무성해지는 2월 중순부터는 청보리가 회색빛 날림먼지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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