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세 올리고 경유자동차 생산 금지해야”
  • 지현영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국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2 11:00
  • 호수 15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세먼지는 사회재난…법 정비하고 실리 외교 필요

지난겨울 미세먼지는 최악이었다. 수도권 등지에서 비상저감조치가 일주일 내내 발령되는 동안,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3월24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은 2014년보다 9.4%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2014년 대비 미세먼지 감축 비율을 올해 12.5%, 내년에는 23.8%, 2021년 29.7%, 2022년 35.8%로 높일 방침인 정부의 로드맵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체감하기는커녕 왜 미세먼지 때문에 더 불안하고 막연할까. 

먼저 국민 체감과 배출량 감축이 비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지속적으로 이어진 고농도 사례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가 7일이나 고농도가 이어지는 동안 속수무책이었던 까닭은 ①미세먼지 특별법이 시행되었음에도 소극적인 현실 정책과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미이행 ②중국 배출원이나 기상이변을 고려했을 때 아직 고농도 사례에까지 영향을 줄 만큼 충분히 감축되지 못한 국내 배출량 ③중국 등 국외 배출원에 대한 통제 불가 정도로 요약된다.  

3월27일 수도권이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서울 가양대교 부근 서울 방향 도로에 설치된 알림판에 노후 경유차 단속과 운행제한을 알리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3월27일 수도권이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서울 가양대교 부근 서울 방향 도로에 설치된 알림판에 노후 경유차 단속과 운행제한을 알리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소각장도 미세먼지 배출원

①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사회재난 지정을 비롯한 미세먼지 관련 법 및 이를 뒷받침할 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따라 3월13일 관련법들이 우르르 통과됐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인한 인력 미흡은 그렇다 치더라도,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미세먼지법)이 시행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관련 조례 제정을 게을리한 대다수 시·도의 안일함은 문제 해결 의지라는 측면에서 걱정스럽다. 대부분의 실무적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부여한 미세먼지법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다가올 고농도 사례에 대한 장기적 준비와 법 정비가 필요하다.   
②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이번 감축량 세부 내용을 꼼꼼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감축량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인 산업 부문의 경우 대부분 배출시설에 대한 관리 강화(1만6710톤)를 통해 감축에 성공했다. 첨단 과학이나 거대 예산을 동원하지 않아도, 엄격한 단속을 통해 다른 조치의 5~10배에 달하는 성과를 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산업 부문에 해당하는 사업장의 경우 미세먼지가 직접 배출되는 경우뿐 아니라 2차적인 생성에 기여하는 기체상 물질의 배출까지 합칠 때 전체의 약 53%를 차지할 정도로 배출 비중이 크다. 그러나 현재까지 환경 관리는 대형 사업장 위주로 이루어지고 중소 사업장에 대해서는 배출량 통계조차 없다. 사업장의 배출량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더 촘촘히 하고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규제와 단속을 엄격하게 할 때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수송 부문은 경유차 배출허용기준 강화(1802톤), 노후 경유차 관리 강화(1792톤), 건설장비 배출 저감 사업(1640톤) 등을 통해 줄였다. 결국 ‘기승전 경유’ 관리인 것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에 등록된 경유차는 992만9537대(2017년보다 35만3142대 증가)로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을 뿐 아니라, 전체 자동차 중 경유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9년 29%에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42.8%까지 늘었다. 즉 아무리 1급 발암물질이니 해도, 경유차 선택의 결정적 이유인 연비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이상 신규 경유차 증대를 억제하기는 쉽지 않다. 경유세 인상을 통한 휘발유·경유 상대가격 조정과 경유 승용차 생산 금지를 단행해야 한다. 2009년 이명박 정부의 클린디젤 정책 시행 이후 최근 10년 사이 경유 승용차가 2.3배 증가했다. 이는 증가한 경유 자동차의 87%에 해당한다. 물론 사용량에 있어 화물차의 비중이 훨씬 크지만 경유 사회라는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경유 승용차 규제가 불가피하다.  

생활 부문은 공사장 날림먼지나 불법 소각 규제(2557톤), 생활 주변 오염원 규제(1052톤) 등을 통해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환경부가 지난해 약 3개월간 미세먼지 발생 핵심 현장을 특별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적발된 위반 사항 가운데 87.9%가 불법 소각 현장일 정도로 소각에 대한 인식 변화 및 근절 노력이 절실하다. 농어촌 지역뿐 아니라 교외에서도 폐기물 소각이 종종 이루어지고, 이에 관해서는 배출량을 잡기도 어렵다. 지속적인 점검과 시민들의 신고 등 상시적인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 

발전 부문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와 배출허용기준 강화를 통해 줄인 양이 1160톤으로, 차지하는 미세먼지 배출 기여도와 다른 부문의 감축 정도를 상대적으로 따졌을 때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과거에 허가됐다는 이유로 신규 석탄발전소가 내년 2GW(기가와트)에 이어 2021년 2GW, 2022년 3GW 추가될 예정이다. 


석탄발전을 LNG로 전환해야

전력 생산 도매시장이 발전단가가 낮은 순서로 돌아가는 ‘경제급전(CBP·Cost-Based Pool)’ 방식이기 때문에, 석탄발전의 비중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전력 생산 배경에 숨어 있는 환경오염 등 사회적 비용이 가격에 제대로 반영이 안 되어 있다 보니 아직도 석탄이 가장 싸다. 그러나 3월14일 영국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가 공개한 ‘저렴한 석탄, 위험한 착각: 한국 전력 시장의 재무적 위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파리기후협정 목표 이행을 위해 204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처럼 석탄발전을 계속할 경우 세계에서 가장 많은 106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액이 예측된다고 한다. 영국·오스트리아·이탈리아는 2025년, 덴마크는 2030년, 독일은 2038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퇴출할 계획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환경오염뿐 아니라 경제성 면에서도 석탄에서 손을 떼고 있는데, 한국은 금융 투자 및 정부 보조금을 통해 석탄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장기적 탈석탄 로드맵 및 에너지 대안을 세우고, 대규모 석탄발전사업자들을 설득해 미세먼지를 덜 배출하는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중국으로 귀결되는 국외 배출 요인에 있어서는, 기여도를 따지며 대립 구도로 가는 현재의 국면으로는 공동연구 및 각 국가의 배출량 감축이라는 최종 목표에서 점점 멀어질 뿐이다. 월경성 장거리 대기오염을 해결한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해 정부가 균형을 잡고 실리적인 외교와 충분한 국민 소통을 해야 한다. 

미세먼지는 자연재난이 아니다. 사람에 의한 ‘사회재난’이다. 따라서 대책은 분명히 있고 그 열쇠는 우리가 쥐고 있다. 산업사회를 거치는 대부분의 국가가 겪는 문제이고 선진국들은 이미 해결해 가고 있다. 우리는 아직 ‘공기 후진국’에 머물러 있는데, 이는 성장의 지표를 ‘경제’에 치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환경이다.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