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그린 기업 매출 지도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3 08:00
  • 호수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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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웃고’ 미세먼지에 ‘울고’
가전·안티 더스트 상품 뜨고, 아웃도어·외식업 지고

매일 아침, 기온이나 강수 확률보다 먼저 확인하는 항목이 미세먼지가 됐다. 건강과 직결됐기에 이미 삶의 깊은 곳까지 침투해 버린 미세먼지는 외출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자 물품을 구매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배경이 됐다. 현대사회 사람들의 행동반경과 소비 패턴까지도 바꿔버린 미세먼지의 위력. 그로 인해 울고 웃는 기업들은 어디일까. 

이제 미세먼지가 ‘불편’을 넘어 ‘불안’과 ‘공포’의 대상이 되면서 ‘안티 더스트(Anti-Dust)’ 상품의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는 ‘나쁨’을 기록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 관련 제품의 매출이 뚜렷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제품은 역시 공기청정기다. 미세먼지가 치솟은 기간에 공기청정기 매출은 특히 급격히 뛰었다. 롯데홈쇼핑이 올해 1월부터 3월15일까지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가전·식품·뷰티 등 전 카테고리에 걸쳐 미세먼지 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공기청정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9배까지 뛰었다.

‘안티 더스트’ 주도하는 가전시장 함박웃음

공기청정 기능이 있는 에어컨의 인기도 함께 올라갔다. CJ오쇼핑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17일까지 에어컨 주문금액은 전년동기 대비 3배 증가했다. 서울과 수도권에 7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이달 초에는, LG전자가 출시한 공기청정 기능이 있는 300만원대 고가 에어컨이 매진되기도 했다. 최근 유통업계는 미세먼지 농도를 예측해 안티 더스트 상품을 홈쇼핑 편성에 반영하는 전략까지 펼치고 있다. 

과거 생활가전 부문의 틈새시장으로만 여겨졌던 의류건조기, 의류관리기 판매도 급증했다. 빨래를 말리며 나오는 먼지를 차단하고, 창문을 열지 않아도 빨래를 말릴 수 있는 의류건조기가 세탁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필수가전으로 부상했다. 의류건조기와 의류관리기 시장을 주도하는 LG전자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이유다. 올해 LG전자 생활가전 부문 매출은 2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사상 최대 매출이다. 

유해물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기레인지의 인기도 함께 올라갔다. 가스레인지에 비해 유해물질 배출량이 적다는 점이 유효하게 작용하면서 니즈가 늘어난 것이다.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전기레인지의 국내 물량을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현대렌탈케어와 코웨이, SK매직 등 가전 렌털업체들도 ‘미세먼지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안티 더스트 제품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기업들의 주가에도 미세먼지 특수가 반영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기청정용 필터 제조업체 크린앤사이언스의 주가는 올해에만 113% 급등했다. 또 공기청정기 제조업체 위닉스와 황사 및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제조업체 웰크론 주가 역시 각각 88.3%와 57.3% 상승했고, 공기청정기 생산업체 신일산업(46%), 대유위니아(38.7%) 등도 훈풍을 맞았다. 

미세먼지에 대한 사람들의 직접적인 불안감은 마스크 구매량으로 입증됐다. 마스크를 판매하는 CU, GS25 등 편의점과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의 매출도 덩달아 올랐다. CU에 따르면, 지난 1~2월 크리넥스, 에티카, 파인텍 네퓨어, 애니쉴드 등 미세먼지 마스크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80% 늘었고, 2년 전과 비교해 668%나 뛰었다. 올리브영에서는 크리넥스, 3M, 파인텍 네퓨어 등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매출이 무려 43배나 증가했다. 

화장품 트렌드도 미세먼지 이슈를 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안티 폴루션(Anti-Pollution) 기능이 있는 자외선 차단제를 출시했다. 초미세먼지가 주름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LG전자가 이끌어오고 있는 LED마스크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화장품업계는 미세먼지에 노출된 피부를 청소해 주는 클렌징 제품과 모공 브러시, 모공마스크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미세먼지로 인해 야외 활동은 자제하고 실내 활동은 늘어나는 추세다.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영화관, 멀티플렉스, 쇼핑몰 등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해당 업계도 웃음을 짓고 있다. 비씨카드가 2018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세먼지가 실제 소비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수준이 ‘나쁨’ 이상일 때 영화관 및 멀티플렉스의 일평균 이용금액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세계그룹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기간에 대형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방문객이 평소보다 10% 늘었다고 밝혔다.

실외 활동 연계 업계, 미세먼지와 함께 ‘나쁨’

반면 미세먼지가 ‘나쁨’이면 함께 ‘나쁨’인 업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외식업계다. 미세먼지로 인해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식당과 노점상은 매출에 직격타를 맞았다. 도시락업체도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배달음식업은 때아닌 특수를 맞았다. 식재료 온라인몰 마켓컬리는 미세먼지가 나쁜 날 수요가 평소보다 2배 증가했고, 서울과 수도권에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날 매출은 직전 주말 토요일 대비 30%까지 올랐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 역시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날의 주문 건이 직전 주말보다 대폭 증가했다. 

패션업계도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요 패션 브랜드의 로드숍은 내방객이 줄어들면서 매출이 하락했다. 특히 신상품 반응이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여성복의 봄 시즌 판매가 미세먼지에 발목이 잡혔다. 아웃도어 업계도 여느 때와 달리 봄철 장사가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3월1~11일 아웃도어 판매 신장률은 2%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2% 증가한 것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올해 비교적 빨리 따뜻해진 날씨에 따라 신상품에 대한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세먼지로 인해 집객력이 줄어들고, 야외 활동이 줄어들면서 판매량 신장이 저조한 상황이다. 업계는 미세먼지 방지 아이템을 출시하고, 구매 고객에게 마스크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활로를 찾고 있다.

여행·레저업종들도 봄날 된서리를 맞았다. 소셜커머스 위메프에 따르면, 날씨가 따뜻해지는 3월은 일반적으로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임에도, 봄꽃여행 상품 매출이 13% 감소했다. 국내여행 전체 매출 역시 7%가량 감소했다.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추세가 계속되면서 자전거 시장도 타격을 입었다. 삼천리자전거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796억원으로 전년 대비 28.3%나 감소했다. 삼천리자전거는 미세먼지 등 환경적 요인에 따른 야외활동 감소를 실적 악화의 주요인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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