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휩쓴 신종자본증권 ‘부채 폭탄’ 될까
  • 이용우 시사저널e.기자 (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9.04.04 11:00
  • 호수 15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대 금융지주 자본 확충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 열풍
부채 전환 시 금융사 건전성 급락 우려도

대형 은행을 거느리고 있는 국내 4대 금융지주사들이 일제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목적은 대체적으로 자기자본비율(BIS비율) 제고와 인수·합병(M&A)에 필요한 실탄 확보를 위함이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이 부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금융사의 건전성을 떨어뜨릴 ‘부채 폭탄’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5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져 하이브리드(hybrid) 증권으로도 불린다. 만기는 통상 30년 이상이다. 특히 만기에 재연장이 가능해 반영구적 자본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는 만큼, 금융권에서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자기자본 확충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BIS비율 계산 시 기본자본(Tier1)으로 잡히기 때문에 연말 배당과 기업대출 등 위험가중자산이 빨리 늘 수밖에 없는 은행권 입장에선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가장 손쉬운 자본 확충 방안이 되고 있다.

금융권 신종자본증권 통해 M&A 노리나 

이 때문에 주요 금융사들이 최근 일제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다. KB금융은 3월19일 이사회에서 4000억원 한도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KB금융의 지주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이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임에도 5년 또는 10년 중도상환옵션이 붙는다. 우리은행도 3월18일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 3000억원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후순위채는 10년 만기, 2.68%의 고정금리로 발행됐다. 우리은행의 신종자본증권 보유량은 약 3조1000억원에 달한다. 1년 전보다 4.8% 증가한 수치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300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5년 콜옵션을 보유한 영구채이며 금리는 3.3%로 발행됐다. 신한금융이 보유한 신종자본증권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1년 전보다 262% 증가했다. 하나금융지주와 KEB하나은행도 최근 1년 동안 1조4000억원이 넘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자본 확충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3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 금융지주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린 것에 대해 시장에선 “금융사들이 BIS비율 제고와 M&A를 위한 자본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이유가 있다”고 평가했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이유를 자산 건전성 개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대로 금융사의 BIS비율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금융의 경우 최근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BIS비율은 0.18%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과 KB국민은행의 BIS비율은 최근 2년 동안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의 BIS비율은 14.60%로 1년 전보다 0.63포인트 줄었다. 국민은행의 BIS비율은 15.43%로 전년 대비 0.58%포인트 감소했다. KB금융 측은 “연말 배당, 기업여신 중심의 성장에 따른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은행 BIS비율 역시 이번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으로 0.19%포인트 상승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측은 최근 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선제적 기본자본 확충, 안정적인 자기자본비율 관리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신한은행의 BIS비율은 0.17%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권고하는 BIS비율은 14%로 4대 금융지주사들은 모두 이 권고치를 웃돈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의 BIS비율은 16%, 우리은행 15.9%, 하나금융 14.9%, KB금융 14.6%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금융지주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M&A에 필요한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최근 우리금융은 지주사 전환 이후 M&A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도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자금 여력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KB금융은 올해 과감한 M&A로 경쟁력을 높인다며 인수·합병 대상은 생명보험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종자본증권 조달 금리 3% 중반서 4%대 

이같이 금융지주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있지만 이 증권이 차후 부채로 전환될 수 있다. 금융지주들이 향후 ‘부채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현재 금융상품의 표시 회계기준(IAS32)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다. IAS32는 금융상품을 자본이나 부채로 분류할 때 기준이 된다. 지난해 하반기 IAS32에 대한 토론서에 따르면, 종전까지 자본으로 분류되던 신종자본증권은 앞으로 부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또 신종자본증권 투자자가 콜·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고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하이리스크 상품이니만큼 높은 금리로 책정돼 발행기관 입장에서는 원금, 이자 지급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은행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3% 중반에서 높게는 4%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신종자본증권을 부채로 전환하는 게 낫다는 것이 IASB와 국내외 회계 관계자의 공통된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에서 부채로 변경되면 이를 발행한 금융사들은 부채 폭탄을 맞을 수 있다”며 “그러면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려고 발행한 것이 일시에 부채가 되면서 건전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