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막힌 심장혈관도 약물로 치료 가능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3 14: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성완전폐색병변 40% 이상은 시술 부담 해소  

오랜 기간에 걸쳐 심장 혈관이 서서히 좁아지다가 결국 완전히 막힌 것을 만성완전폐색병변(CTO)이라고 한다. 이때 스텐트(혈관을 확장하는 그물망)를 삽입해 막힌 혈관을 뚫는 게 좋은지, 약만 먹어도 치료할 수 있는지를 놓고 세계 심장학계에 논란이 있었다. 

국내 연구진에 의해 심장 혈관이 100% 막혔더라도 약물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환자는 위험과 경제적 부담을 다소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이승환, 이필형 교수팀은 2010년부터 6년간 전 세계 5개국 19개 센터에서 진행된 다기관 임상연구에서 '관상동맥 만성완전폐색병변’ 환자 815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약물치료만 받은 환자가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와 거의 비슷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제공

항혈전제, 항협심증제, 고지혈증 치료제 등의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군(398명)에서 치료 기간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이 15.3%였다. 스텐트를 삽입해 막힌 혈관을 뚫는 시술을 받은 환자군(417명)에서는 15.8%로 나타났다. 중증 합병증 발생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또 재시술 비율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약물치료 환자가 추가 시술을 받는 재시술률은 11.0%였고, 스텐트 환자는 10.6%로 분석됐다. 

관상동맥 만성완전폐색병변은 시간이 지나면서 협심증 증세가 악화되고 심부전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대부분 환자는 심장 기능이 정상이고 증상도 없거나 경미한 수준이다. 심장이 주위 다른 혈관에서 혈류 공급을 받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내원 환자의 약 46%는 심장 기능이 정상이고 증상이 없어서 약물치료가 가능했다. 스텐트 시술을 받은 사람은 약 36%에 그쳤다"고 말했다. 

관상동맥의 일부가 막히는 협심증이나 심장혈관에 쌓인 노폐물(죽상반)이 터지면서 갑자기 막혀 심장근육의 괴사를 일으키는 심근경색증에서는 스텐트 시술이 기본 치료법이다. 

박승정 교수는 “그동안 만성완전폐색병변의 치료 방침이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치료 방침을 바꿀 중요한 결과를 얻었다”며 “만성완전폐색병변에 있어 스텐트 치료가 아니더라도 주변 혈관들을 잘 치료하고 최적의 약물치료를 시행한다면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상이 있거나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으면 약물치료보다 스텐트 시술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승환 교수는 “흉통·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기능 저하와 부정맥이 있는 만성완전폐색병변 환자는 스텐트 시술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따라서 만성완전폐색병변을 진단받은 환자는 치료 경험이 많은 전문의를 통해 적절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