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北대사관 습격 주도한 홍 창, 북한인 1000명 탈북시켰다”
  • 김지영 기자·김원식 국제 칼럼니스트 (you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8 15:00
  • 호수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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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고위 인사 “美 한인사회가 홍 창의 자금줄인 듯”
美 정보 당국 지원설도 있어

“그들은 단순한 자체 조직이 아니다.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이 이를 잘 말해 준다. FBI 배후설이 나도는 것도 그들의 배후를 숨기려는 고도의 작전일 수 있다.”

지난 2월22일 발생한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으로 다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 이른바 ‘자유조선’의 정체에 관해 최근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정보 관련 소식통이 내놓은 말이다. 그는 단순히 탈북자나 반북 인사 10여 명이 어떤 조직을 결성해 이만한 일을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한마디로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개입되지 않고는 그들 자체 조직으로는 그만한 일을 벌일 수 없다는 것이다. 

2017년 2월 암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과 그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세상에 등장한 이 단체는 자신들을 ‘천리마민방위’라고 칭했다. 이후 지난 3월1일, 100주년 3·1절을 맞이해 북한 해방을 명분으로 임시정부를 설립한다고 선언하면서 ‘자유조선’으로 개명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정체와 배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자유조선이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실행했다는 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의 내막은 아직도 미스터리다. 

지난 2월22일, 건장한 체격의 남성 10여 명이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 앞에 모였다. 이들은 마치 사전에 약속을 한 듯 소윤석 상무관(경제참사)을 만나러 왔다며 북한대사관으로 유유히 들어갔다. 이들은 대사관 직원들을 회유했으나, 통하지 않자 바로 결박하고 대사관 내 컴퓨터와 각종 자료 및 휴대폰 등을 수거했다.

이 과정에서 포박을 풀고 탈출한 직원 한 명이 스페인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지만, 오히려 이들 중 한 명이 마치 대사관 직원인 양 아무 일 없다며 스페인 경찰을 돌려보내는 대담함도 연출했다. 5시간 가까이 대사관 내 모든 자료를 확보한 이들은 대사관 차량 3대를 탈취해 나눠 타고 유유히 대사관을 빠져나갔다. 이후 이 사건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고 스페인 사법 당국이 수사를 벌였지만 북한은 최근까지도 침묵을 지켰다. 

북한이 침묵을 지키면서 오히려 이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음모론이 확대됐다. 북한이 침묵을 지킬 만큼 중대한 기밀이 누설됐다는 추측도 나돌았다. 북한 외무성은 한 달이 훨씬 지난 3월31일에야 “엄중한 테러 행위”라면서 “외교대표부에 대한 불법침입과 점거, 강탈행위는 국가주권에 대한 엄중한 침해이고 난폭한 국제법 유린”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건 발생지인 에스파냐(스페인) 당국이 사건 수사를 끝까지 책임적으로 진행해 테러분자들과 그 배후 조종자들을 국제법에 부합되게 공정하게 처리하기 바라며 그 결과를 인내성 있게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무스타파 아부샤그르 리비아 전 부총리(오른쪽)가 2015년 3월20일 아산정책연구원 라운드 테이블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이 에이드리언 홍 창이다. 아래 사진은 2017년 당시 홍 창 ⓒ 유튜브 캡처·아산정책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무스타파 아부샤그르 리비아 전 부총리(오른쪽)가 2015년 3월20일 아산정책연구원 라운드 테이블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이 에이드리언 홍 창이다. 아래 사진은 2017년 당시 홍 창 ⓒ 유튜브 캡처·아산정책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신변 노출 위험성 알면서도 대담한 범행

하지만 자유조선은 앞서 지난 3월26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번 일은) 습격(attack)이 아니었다”며 “(북한)대사관 내 긴급한 상황에 대응(responded)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대사관에 초대(invited)를 받았다”며 “언론 보도와는 달리 결박되거나 맞은 사람도 없었고 무기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마치 대사관 내부에 공모자가 있었던 것처럼 의혹은 더 확산했다.

이들은 미 연방수사국(FBI)과의 공모설에 관해서도 “FBI와 상호 비밀유지에 합의하고 막대한 잠재적 가치가 있는 특정 정보(certain information)를 공유했다”며 “해당 정보는 자발적으로, 그리고 그들의 요청에 따라 공유된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 이후에 북한에서 탈취한 정보를 FBI에 넘겨줬다고 밝힌 것이다. 

미 NBC방송도 3월30일(현지 시각)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FBI가 정보를 입수한 것은 맞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보안에 철저한 북한 정권 특성을 고려하면 북한대사관에서 확보한 자료는 꽤 중요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유조선은 “해당 정보가 언론에 유출된 것은 엄청난 배신”이라면서 FBI와의 합의는 깨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른 정부는 개입되지 않았으며 사건 이후 우리의 활동이 끝날 때까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하노이 회담과도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FBI가 자신들로부터 받은 정보를 일부 공개하면서 조직원들의 신변 안전이 위험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FBI나 중앙정보국(CIA)은 물론 미 국무부도 이 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질문에 관해선 모두 답변을 거부하거나 “미국 정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자유조선은 FBI 연루설이 공개되면서 조직원의 신변 안전에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애초에 이들이 CCTV에 다 얼굴이 찍히는 것을 알면서도 대담하게 북한대사관을 유유히 습격했다는 점에서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어느 정부나 여타 기관과 자신들의 조직이 관계가 없다고 계속 강조하는 것도 오히려 의혹을 더 키울 뿐이다. 

이에 관해 앞서 언급한 소식통은 “북한 내부에 공모자가 있었다는 그들의 주장도 신뢰성이 없고, 다른 정보기관과 연계되지 않았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단언했다. 이 소식통은 “정보기관이 아니라 수사기관인 FBI가 그러한 정보를 넘겨받은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는 오히려 배후에 있는 정보기관을 숨기기 위한 고도의 전략일 수 있다”며 “이러한 작업에 능수능란한 CIA가 그 배후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김일성·김정일 초상화가 내동댕이쳐진 모습을 촬영한 자유조선 유튜브 채널 ⓒ 자유조선 유튜브 채널 캡쳐
김일성·김정일 초상화가 내동댕이쳐진 모습을 촬영한 자유조선 유튜브 채널 ⓒ 자유조선 유튜브 채널 캡쳐

‘자유조선’ 배후는 CIA ‘코리아 미션 센터’?

이번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신변이 가장 공개적으로 드러난 이는 바로 ‘에이드리언 홍 창(Adrian Hong Chang)’이라는 인물이다. 습격 사건을 주도한 그는 멕시코 국적자로 실제론 거의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사업가로 위장해 사전에 북한대사관 직원들과 접촉한 다음 습격 당일에도 이를 명분으로 북한대사관에 여러 명을 이끌고 나타났다. 대사관 책임자에게 탈북을 권유하고 정보를 넘기라고 회유했다.

하지만 여의치 않자 바로 결박하고 범행을 자행했다. 스페인 경찰이 출동해 대사관 초인종을 눌렸지만, 북한 배지를 단 홍 창은 마치 자신이 대사관 책임자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스페인 경찰을 유유히 따돌렸다.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건 직후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출국했던 그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범행 5일 후인 2월27일 뉴욕에서 FBI와 접촉해 탈취한 기밀을 넘겼다고 스페인 사법 당국은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밝혔다. 이후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보도되면서 자유조선과 FBI의 연루설이 급격하게 퍼졌다. 하지만 홍 창이 CIA가 아니라 FBI에 해당 정보를 넘긴 것이 여전히 의혹을 더하고 있다. 북한 체제와 관련한 정보 사안은 CIA가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의 신변을 노출하면서 오히려 배후를 감추려는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멕시코 선교사 부모 밑에서 자랐고 올해 만 35세로 알려진 홍 창은 이미 2005년 미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북한 자유(Liberty in North Korea·LiNK)’라는 이름의 비정부기구(NGO)를 설립해 반북 활동을 해 온 인물이다. 본명은 ‘홍으뜸’으로 알려졌다. 북한 민주화 단체인 ‘북한 자유’를 설립한 지 8개월여 만에 서울과 파리 등 세계 80여 도시에 지부를 세울 정도로 폭발적으로 세를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CIA는 물론 한국 국정원과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는 2009년 ‘북한 자유’가 확고한 틀을 잡자 이후 이 단체 활동에서 손을 떼고 리비아로 들어가 카다피 몰락 후 혁명정부 수립 활동에 본격적으로 관여했다. 이른바 ‘아랍의 봄’ 이후 리비아에서 활동하며 새로운 정부 구성에 관여한 것이다. 

그는 2015년 방한해 한 세미나에서 “중동에서 진행된 혁명과 재건 사업을 통해 나중에 북한에서 발생할 급변 사태와 그 이후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리비아 사태 이후 상황에 관여하면서도 자신의 목표는 북한 정권 타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러한 경력을 소유한 그가 이번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을 주도한 인물로 밝혀지면서, 그동안 북한 정권 타도를 위해 암중모색하고 있었음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3월13일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 ⓒ 연합뉴스
3월13일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 ⓒ 연합뉴스

FBI 조력설은 배후 은폐 위한 ‘미끼’ 가능성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소식통은 이에 관해 “CIA의 조력을 받는 홍 창은 2017년 1월경 김정남을 만나 북한 임시정부의 대통령이 돼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면서 이후 김정남이 암살된 사실을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이른바 2017년 천리마민방위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린 이 단체는 공교롭게도 그해 5월 “CIA가 코리아 미션 센터(Korea Mission Center)를 설립했다고 밝힌 시점과도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CIA는 당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더욱 강력하게 대처하기 위해 해당 조직을 개설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조직 내의 모든 자원과 능력, 권한을 활용하기 위해 센터를 설립했다”면서 가용한 자원을 모두 활용하고 집중시켜 대북 첩보전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후 실질적으로 미국의 대북 첩보전은 ‘코리아 미션 센터’가 전담했으며, 이 센터의 수장이었던 한국계 앤드루 김이 대북 협상 과정 전면에 나서면서 이 조직의 위상이 드러나기도 했다. 관련 소식통은 “그들이 익명의 지원을 명분으로 블록체인 기술도 사용하고 있고, 이번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단순한 자체 조직으로 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면서 “그 배후에 CIA가 있다면, 이를 주도한 것도 ‘코리아 미션 센터’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귀띔했다.

그런데 스페인 사법 당국이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한 에이드리언 홍 창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여전하다. 홍 창은 그의 한국계 부모의 성씨 ‘홍’과 ‘장’을 동시에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예일대 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2006년 중국에 억류됐던 탈북자 6명의 탈출을 도우려다 구금되기도 했다. 2010년엔 이화여대에서 인권과 외교정책에 대해 강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14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에 기고한 논평에서 “북한에서 의미 있는 야당과 시민사회를 강화하고 탈북자를 미래의 지도자로 양성하며 탈북자 교육 및 정착 프로그램 마련을 위한 노력을 국제사회가 지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2016년 3월 캐나다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과 탈북자’를 주제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해 북한에 급격한 변화가 임박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 창은 전략자문회사 ‘페가수스’ 대표로서 북한의 인권 실태를 고발하면서 정권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에이드리언 홍 창을 여러 번 만났다는 알렉스 글래드스타인 미 인권재단 전략기획실장은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스페인 북한대사관 침입 사건을 듣고 충격받았다. 개인적으로 그를 만났을 때 북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 하는 동정심이 많은 평범한 시민 같은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최근 시사저널과 만난 탈북 고위 인사는 “에이드리언 홍 창은 그동안 북한 사람 1000여 명을 탈북시켰다”며 “홍 창은 미국 한인사회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북한 사람을 탈북시키려면 탈북 브로커를 ‘고용’해야 한다. 한 명을 탈북시키려면 보통 300만원 정도를 브로커에게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인사 주장대로 1000명 정도를 탈북시켰다면 그 비용은 수십억원에 달한다. 그 자금 출처도 의문이다. 이 인사의 전언대로 미 한인사회나 미 정보기관 등에서 은밀히 홍 창에게 자금을 대줄 수도 있다.

한 탈북 고위 인사는 이번 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을 ‘일제강점기의 3·1운동과 항일무장투쟁’에 빗대 분석했다. 이 인사는 “3·1운동을 비폭력으로 전개했으나 오히려 일제의 더 강한 탄압을 받았다. 그러면서 비폭력 투쟁으론 일제로부터 독립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만주 등지에서 무장항일투쟁이 벌어졌다. 이번 대사관 습격 사건은 반북(反北) 투쟁이 비폭력에서 폭력으로 바뀌었음을 상징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폭력적인 반북 저항이 계속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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