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락의 풍수미학] 꽃 피는 봄, 자연 생기를 찾아 떠나라
  • 박재락 국풍환경설계연구소장∙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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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기운 분출시키는 계절 '봄'…입시와 승진, 발복을 위해 찾아야 할 곳

절기상 봄은 땅속의 지기를 받은 나무, 목(木)의 기운을 자연으로 분출시킨다. 이러한 기의 역량을 가장 크게 분출시키는 곳은 백두대간 끝자락의 지리산이다. 하지만 목기(木氣)의 역량은 산자락에서 자생하는 것과 나무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다. 즉 키가 작고 원줄기가 지표면과 맞닿은 관목(灌木)인 진달래, 개나리, 철쭉 등은 지기를 적게 받은 수종이다. 그러나 키 크고 가지를 굵게 뻗은 소교목(喬木)인 산수유, 매화, 벚꽃 등은 강한 지기를 받은 것이다. 도심속 가로수로 식재된 벚꽃과는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겨우내 움추렸던 나무들은 땅속의 지기를 받아 꽃망울을 터트리는 시기다. 이때는 전국의 지자체마다 꽃 축제를 개최하는데, 지역과 수종에 따라 꽃들이 품어내는 기의 역량은 다르다. 절기상 춘분(3월21일)을 기점으로 많은 봄꽃 중 매화와 산수유의 기가 절정에 이르렀다. 특히 지리산을 끼고 흐르는 섬진강의 상류지역인 전남구례와 하류지역의 경남하동에 걸쳐서 대표적 군락지를 이룬다. 이제 벚꽃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때에 따라 자연의 기를 공유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좋은 생기를 받는 것은 웰빙풍수의 방법론이다.

매화는 '기품있는 선비의 꽃'이다. ⓒ 연합포토
매화는 '기품있는 선비의 꽃'이다. ⓒ 연합포토

홍매화는 학문의 기를 분출

조선조 성리학의 거두 퇴계 이황은 매화를 지극히 사랑하여 도산서당에 매화를 손수 심고 가꾸었을 뿐 아니라 평생에 걸쳐 100편이 넘는 매화시를 남겼다. 그리고 설중매(雪中梅)는 추운 눈 속에서도 향기를 잃지 않는 고매한 기풍을 선비의 지조와도 비유했다. 산수유는 산자락에서 자생하면서 옅은 노란색 자태를 뽐내면서 온화한 기를 분출한다. 이처럼 산수유가 새색시 꽃이라면, 매화는 기품있는 선비의 꽃인 것이다.

지리산을 의지하고 있는 화엄사 각황전 옆에는 매화중 백미인 홍매화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풍수지리적으로 홍매화는 학문의 기를 강하게 분출하는 신목(神木)이다. 조선숙종 때 심은 것으로 약 300여 년 동안 좋은 지기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혹 입시와 승진을 앞두고 있다면 오른손을 나무 큰 줄기에 대고 3분~8분 동안 몸소 체험하면 좋은 기를 받게 된다. 또한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저장해 항상 동기감응을 받도록 한다. ‘목생화’의 상생기운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발복의 근원이 된다.

구례 산수유마을은 지리산 노고단을 주산으로 하여 네 방위에 봉우리를 세워 보국을 갖춘 곳에 입지하고 있다. 동쪽은 문필봉, 서쪽은 옥녀봉, 남쪽은 왕봉, 북쪽은 투구봉이 자리한다. 풍수지리적으로 부(富)와 귀(貴)를 분출하는 지기를 머금고 있는 봉우리를 말한다. 더구나 이곳에서 발원한 계류수가 마을을 감싸듯이 굽이쳐 흐르고 있으며 용맥을 따라 자생한 산수유가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즉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루어 생기가 충만한 곳이므로, 여기를 찾으면 웰빙을 위한 좋은 기를 받게 된다.

구례 산수유마을 ⓒ 연합포토
구례 산수유마을 ⓒ 연합포토

명당 터에 가면 지기를 받을 수 있다

섬진강 하류의 구례군 토지면 오미동의 운조루에도 들러보라. 금환락지혈(金鐶落地穴:금가락지 형태의 터) 명당 터이다. 이곳은 약 300여 년전 지리산 형제봉의 용맥을 의지해 터 잡이를 한 곳이다. 종택 뒤쪽으로 입수맥이 넓고 평탄하게 들어 온 곳이라서터의 역량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주공간은 입수용맥과 혈처(穴處)를 보호하기 위해 뒤편과 좌우의 담장을 자연친화적으로 조성했다. 또한 대문과 행랑형태도 터의 규모와 맞춰서 횡으로 길게 자리해 있다. 이러한 공간배치는 정주공간내의 지기를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고 바람에 흩어지거나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다.

종택의 공간배치는 용맥을 받도록 좌향을 놓았다. 먼저 뒤로 들어오는 중심용맥에 맞춰 안채를 배치했다. 중심용맥은 장손(長孫)의 기를 상징하므로, 가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후손의 번성을 위한 터 잡이를 한 것이다. 특히 여성공간인 안채에는 이층다락을 꾸며서 앞쪽의 넓은 명당들과 섬진강의 경관을 즐기도록 배려를 하였다. 그리고 남성공간인 사랑채는 ‘ㄱ’자 구조인데 좌우 끝부분은 루(樓)마루 형태이다. 이것은 사랑채 공간에 머물고 있는 용맥을 보호하고 지기를 받도록 비보설계를 한 것이다.

다음 양택풍수에서 집터와 마주하는 향(向)의 공간은 미래의 사회적 신분을 나타낸다. 운조루는 대문 바로 앞에 흐르는 계류수를 지당(池塘)으로 조성하여 항상 재물이 쌓이도록 비보를 했다. 풍수지리적으로 물은 재물을 관장한다. 이곳은 항상 맑은 물이  담수되어 있는데 재물이 지속적으로 모이고 바르게 쓴다는 뜻이다. 더구나 앞쪽은 넓은 중명당 들인 경제공간이 형성되어 있다. 좌로는 토지천이 우로는 마산천이 섬진강과 합수하면서 중명당을 적시는 득수형국이므로 거부를 배출하는 곳이다. 이곳 종부(宗婦)는 조상이 터를 잡은 뒤 부귀를 얻었고 항상 적덕을 베풀며 살아왔다고 한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오행상 ‘목(木)’을 상징하며 탄생과 창조, 생동감의 기가 솟아나는 시기다. 이때는 자연의 기가 분출하거나 머물고 있는 곳이 바로 웰빙공간인 것이다. 이참에 겨우내 움추렸던 신체리듬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곳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 했다. 봄기운이 충만하게 분출되고 있는 자연공간을 찾아 좋은 기운을 충전해 보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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