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 범행” 유령주식 판 삼성증권 직원들, 실형 면했다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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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실수로 잘못 배당된 주식 매도…주가 폭락에 시총 증발
법원, 집행유예·벌금형 선고 “전산시스템 허점서 비롯…이득 없는 점 고려”

 

2018년 4월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삼성증권 '배당 착오' 사태를 규탄하는 소액 주주들의 모임인 '희망나눔 주주연대'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삼성증권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2018년 4월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삼성증권 '배당 착오' 사태를 규탄하는 소액 주주들 모임인 '희망나눔 주주연대'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삼성증권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지난해 잘못 입고된 '유령주식'을 시장에 팔아치웠던 삼성증권 직원 8명이 1심에서 모두 실형을 면했다. 이들은 모두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주영 판사는 4월1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삼성증권 직원 구아무개씨와 최아무개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아무개씨와 지아무개씨 등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정아무개씨 등 다른 피고인 4명에게는 벌금 1000만~2000만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이들은 2018년 4월6일 담당자 실수로 자신의 계좌에 잘못 입고된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의 현금을 배당하려다가 실수로 주당 1000주를 배당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잘못 발행된 주식은 28억1295만 주에 달했다. 삼성증권 정관상 주식 발행 한도를 수십 배 뛰어넘는 유령주식이었다.

당시 삼성증권 직원 가운데 구아무개씨 등을 포함한 16명은 존재해서는 안 될 주식 501만 주를 매도했다. 이 영향으로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최대 11.7% 폭락했다. 다른 5명은 매도 주문을 냈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가장 높은 형량을 선고받은 구씨는 당시 14차례에 걸쳐 111만주를 팔았고, 최씨는 2번 만에 144만 주를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피고인들도 각각 1만~63만 주를 팔아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에 대해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이 사건은 규모가 크고 시장의 충격이 작지 않았다"며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본질인 금융업 종사자의 철저한 직업윤리와 도덕성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배반해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실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선 "사건의 발단이 회사 측의 전산시스템 허점과 그로 인한 사람의 실수에서 비롯됐고, 피고인이 평범한 회사원으로 자신 명의의 계좌에 거액이 입고되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합리성을 잃어 충동적으로 범행한 점, 이후 사고 처리에 협조하고 실제 이익을 취한 것은 전혀 없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판결문 내용과 양형 사유를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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