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 흉물 방치 건물 101억 매입 논란…특혜 시비 일듯
  • 경기 남양주 = 서상준 기자 (sisa220@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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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매각 불발된 건물, 시가 나서 매입 '특혜 의혹'
소유자 '매각 요청' 50일만에 전격적 토지 계약
남양주시 재정자립도, 경기 31개 시·군 중 24위…GRDP '꼴찌'

경기 남양주시가 '역사공원을 조성하겠다'며 10여년 째 흉물로 방치되던 예식장을 101억원을 들여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남양주시가 역사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밑그림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주의 '매각 요청'에 101억원을 들여 건물을 매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시가 매입한 목화예식장 전경 ⓒ시사저널 서상준
남양주시가 역사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밑그림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주의 '매각 요청'에 101억원을 들여 건물을 매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시가 매입한 목화예식장 전경 ⓒ시사저널 서상준

11일 시사저널 취재결과, 남양주시는 해당 건물을 포함 금곡동 434-36번지 일원 1만4057㎡을 매입해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금곡동 뉴딜사업' 연계 명목으로 (구)목화예식장 매입(금곡동 434-5 외 5필지 연면적 2424㎡ 지하 2층 지상 5층)을 완료했다. 홍유릉 역사공원 조성 사업비 총 470억원 중 토지보상비(시 자체예산) 320억원, 조성비 150억원(국비 75억, 도비 50억, 시비 25억)으로 세분화했다.

해당 건물은 예식장 영업 부진을 이유로 2011년부터 폐업한 상태다. 소유주가 수차례 매각·임대 매물로 내놨지만 불발돼 현재까지 흉물로 방치(상반기 철거예정)돼 있다.

남양주시가 역사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밑그림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주의 '매각 요청'에 101억원을 들여 건물을 매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부동산 매각 의사 확인서 ⓒ시사저널 서상준
남양주시가 역사공원 조성사업과 관련해 소유주의 '매각 요청'에 101억원을 들여 건물을 사들여 논란이 일고 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부동산 매각 의사 확인서 ⓒ시사저널 서상준

문제는 건물 매입과 관련한 특혜 시비 논란이다. 지난해 12월6일 시 도시재생과에 등기 한통이 배달됐다. 목화예식장 건물주(법인)가 발송한 1장 짜리 '부동산 매각 의사 확인서'였다. 12월11일에는 '남양주시청의 선보상 조건하에 101억원에 매각의사가 있음을 확인한다'는 문서가 팩스로 도착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홍유릉 전면부 역사공원 조성사업' 추진 현황에는, 남양주시는 지난해 8월18일 역사공원 조성계획을 세운지 불과 5개월만에 101억원을 들여 예식장 건물을 매입한다. 역사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밑그림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주의 '매각 요청' 50일 만에 건물부터 사들인 셈이다. 시는 2021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해당 건물 철거 후 이 자리에 다시 '역사관'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숨어 있었다. '101억원 매각의사 확인서'. 남양주시가 예상했던 매입 금액과 거의 일치했다. 남양주시는 이상할 정도로 급하게 일처리를 진행했다. '역사공원화 사업 토지보상 계획'도 매각의사 확인서를 받고 난 이후인 12월13일에 이뤄졌다. 시는 남양주도시공사에서 위탁해 토지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1월25일 101억원에 매입해 등기이전을 완료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남양주시가 역점문화거점 지역으로 육성하는데 있어 시의 취지에 환영하는 시민들이 있는 반면, "수년간 방치되던 건물을 비싼 값에 매입한 것 아니냐"는 등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공무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취재진에게 "어차피 사용하지 않을(폐업) 예식장 건물을 100억원이나 들여 매입하는 것은 예산 낭비로 비춰질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2월21일 남양주 시의회에서도 '역사공원 조성 추진'과 관련해 졸속 행정을 문제 삼은 바 있다. 원병일 시의원은 "금곡 지역만 공원을 조성하는 데 1000억원이 (소요)될 것 같다"며 "시가 당면한 당장 필요한 우선 순위 등 많은 일이 산적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돈이 한꺼번에 공원 조성에 투자된다는 것은 무리한 투자라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추구하는 시정 방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 시장은 지난해 취임 후 첫 간부회의(7월23일)에서 "내년도(2019년) 예산은 제로베이스 방식으로 편성해야 하고, 급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꼼꼼히 따지고 열악한 재정을 감안해 근검절약이 기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도시의 자족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탓에 남양주시 등은 '낙후(落後) 도시'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23년 인구 80만명을 바라보는 남양주시의 재정자립도는 34.17%(2017년 기준)로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24위에 불과하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경기도에서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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