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안에 전 지구적 시스템 변화 이뤄야”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4 11:00
  • 호수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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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 통해 기후변화 대책 제시한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오늘날 많은 사람은 기술 진보에 기반한 성장이 사회문제뿐 아니라,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지구공학은 산업과 에너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도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약속한다는 점에서 호소력을 갖는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사람이 만든 체계를 바꾸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무관심한 데는 일종의 안이한 믿음도 깔려 있다. 갑자기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서 우리를 구해 줄 거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를 곤경으로 몰아넣은 원인을 그대로 방치한 채 눈앞의 현실에만 몰두하게 하는 무분별한 사고방식을 더욱 강화할 뿐이다. 우리의 미래를 불완전한 기술에 의지할 수는 없다.” 

대기 과학자로 불리기를 원하는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이 《파란하늘 빨간지구》를 펴냈다. 조씨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여러 사안을 알기 쉽게 풀어놓는데, 기후변화에 따르는 피해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주로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한다. 온대 지역인 대한민국은 아직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저위도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이미 기후변화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하고, 그 일에 담긴 의미와 파급 효과에 대해 고민해 보자고 호소한다. 

《파란하늘 빨간지구》 조천호 지음│동아시아 펴냄│292쪽│1만6000원 ⓒ 동아시아 제공
《파란하늘 빨간지구》 조천호 지음│동아시아 펴냄│292쪽│1만6000원 ⓒ 동아시아 제공

“기후변화는 인간이 만든 사회 시스템에도 균열 내”

“인류의 문명이 인간 지성의 필연적 결과라고 생각하는 오만을 저지르고 있지만, 지구 역사를 보면 이 역시 좋은 기후 조건을 만난 덕에 일어난 우연한 사건일 뿐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수억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화석연료를 태워 오늘날의 번영을 이뤘다. 하지만 이 번영은 과거 7000년에 걸친 문명을 지탱해 왔던 안정된 기후를 붕괴시킬 정도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제 인류는 자연적인 기후변동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체가 됐다.”

조 전 원장은 올해 큰 화두가 된 미세먼지부터 시작해 인류의 건강과 생명, 재산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설명한다.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기후변화 시대의 본질을 설명하는 한편 전문가답게 과학적 데이터를 첨부한다.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46%, 메탄은 157%, 아산화질소는 약 22% 증가했다. 1958년 이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극지방 빙하 코어에 갇힌 기포를 분석해 측정할 수 있다. 1850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100만 개 공기 분자 중 285개, 즉 285ppm이었는데 이 수치는 지구가 빙하기와 간빙기를 반복하는 동안 변할 수 있는 자연 범위에서 가장 높은 농도다. 그 후 1958년 마우나로아에서 처음 측정할 당시 이산화탄소 농도는 315ppm이었다. 오늘날 405ppm에 달하고, 매년 2ppm씩 상승하고 있다.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80만 년 사이 그 어느 때보다 높고, 훨씬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과거에서 찾으려면 300만~500만 년 전까지 가야 한다. 그 당시 기온은 지금보다 1~2도 더 따뜻했고, 해수면은 지금보다 10~20미터 더 높았다. 인류는 이러한 조건에서 생존해 본 경험이 없다.” 

조 전 원장은 현재 인류가 지구에 끼치는 가장 큰 악영향 중 하나가 지구의 평균 온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이나 생태계 파괴 같은 대규모 환경 재앙이 일어나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미 북미 대륙을 덮치는 허리케인이나 폭염, 폭우 같은 기상 이변 앞에서 문명은 속수무책이다.

“지금까지 일어난 환경 파괴나 재난은 지역적인 성격을 보였다. 하지만 오늘날 일어나는 기후변화 문제는 지구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2010년 러시아에는 가뭄이 찾아왔고, 러시아 정부는 밀 생산량 부족을 우려해 수출을 제한했다. 그러자 밀 가격이 치솟아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자연을 파괴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사회 시스템에도 균열을 내고 있다. 아직 상대적으로 그 영향이 크지 않지만, 우리도 거대한 흐름에서 안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계 날씨 예측하는 수치모형 국내 처음 구축

조 전 원장은 국립기상과학원에서 30년 동안 일한 만큼 대기와 바다가 이 세상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고민하고 있다. 세계 날씨를 예측하는 수치모형과 지구 탄소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처음 구축했던 그는, 기후변화와 지구 환경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으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나 사회 시스템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아야 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인간과 문명이 가능했던 조건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유지해 갈 수 있을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하는 행동에 따라서 미래의 기후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뤄가는 것’이다.” 

그래서 조 전 원장은 기후변화의 원인을 찾는 일에서나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서나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너무 풍족해서 일어났다. 결핍이 아니라 과잉으로 인해 발생했다. 과잉생산 체계가 기후변화의 주원인이다. 이 체제를 지구적 차원에서 바꿔야 한다. 바꾸는 건 너무 어렵다고들 하겠지만, 이대로 대량생산체제를 놔둔다면 인류는 더 큰 파국에 직면할 것이다. 현재 예측 모델에 따르면 2020년대가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시간이다. 이 시간 안에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인류가 이기심을 버리고 지구적으로 협력해 시스템의 전면적 변화를 꾀해야만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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