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종교단체 JMS, 대우조선해양건설 무자본 인수?
  • 송응철·김종일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7 08:00
  • 호수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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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목회하던 목사가 60억원 투입해 상장사 릴레이 인수…이사 등재 목사들 “명의만 빌려줬다”

검찰이 기독교복음선교회(JMS)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액의 교회 자금을 횡령해 무자본 인수·합병(M&A)을 벌였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사건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평생 목회만 해 오던 목사가 돌연 수십억원을 동원해 기업을 인수하고, 또 그 기업을 통해 다른 상장사들을 연이어 인수했다. 이렇게 인수된 기업들은 자산 대부분이 유출돼 상장 폐지 기로에 놓이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타깃으로 거론된 기업 가운데 대기업 계열사였던 대우조선해양건설도 포함돼 있다는 점은 충격을 준다. 그러나 사건에 이름이 거론된 목사들은 모두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시사저널 고성준
ⓒ 시사저널 고성준

화진 인수한 뒤 자산 519억원 유출

의혹의 첫 단추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화진 인수다. JMS의 김아무개 목사는 2017년 5월 메타센스를 설립하고 그해 7월 화진 최대주주와 지분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메타센스가 화진 지분 42.98%를 583억원(계약금 60억원·중도금 240억원·잔금 283억원)에 인수한다는 내용이었다. 메타센스는 계약금 60억원을 지급하고 주식을 먼저 넘겨받았다.

이후 화진의 요직은 JMS 목사들로 채워졌다. 강아무개 목사와 또 다른 김아무개 목사가 사외이사를 맡았고, 윤아무개 목사도 한때 사내이사에 등재됐다. 국정원 출신인 윤 목사는 성범죄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정명석 당시 JMS 총재(현 JMS 고문)의 해외도피를 도운 사실이 발각돼 해임된 이후 목사로 활동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화진 대표이사는 JMS 회원으로 알려진 한아무개씨가 맡았다. 그는 화진에서 대우조선해양건설로 이어지는 기업 인수 실무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경영권 확보가 완료되자 자산 유출이 시작됐다. 우선 화진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에이치제이피와 라움코퍼레이션에 194억8000만원과 72억5000만원을 각각 대여했다. 또 화진이 최대주주인 보스톤성장지원5호투자조합(보스톤투자조합)에 55억원을 출자했다. 이 밖에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방법 등을 동원해 모두 519억원에 달하는 자산이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가 최근 만난 화진 주주들은 이렇게 빠져나간 자산이 회사 인수 중도금과 잔금 등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진 자산으로 화진을 인수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화진은 2017년 145억3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최근 외부회계법인으로부터 2018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화진 주주들은 새 경영진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현재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진 무자본 인수에 거론된 JMS 목사들은 모두 한씨에게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메타센스 최대주주인 김 목사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한씨가 기업 M&A를 위해 법인을 설립해야 하는데 명의를 빌려 달라고 제안해 왔다”며 “명의만 빌려줬을 뿐 메타센스가 어떻게 화진을 인수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화진 사외이사로 등재된 강 목사와 김 목사도 “윤 목사가 화진 사외이사에 참여하면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해 명의를 빌려준 것”이라며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아 화진 내부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화진은 다른 상장사 인수에도 이용됐다. 화진이 지배하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인터불스 경영권을 확보했고, 보스톤투자조합을 통해 섬유업체 에스마크(옛 가희)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에스마크는 화진의 전철을 밟았다. 엔터테인먼트·이미지코딩·오디오코딩·화장품 유통업 등에 투자금 형태로 자산 대부분이 유출됐다. 이 때문에 에스마크는 2017년 84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현재는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JMS의 본거지인 충청남도 금산군의 월명동자연성전 ⓒ JMS 홈페이지 캡처
JMS의 본거지인 충청남도 금산군의 월명동자연성전 ⓒ JMS 홈페이지 캡처

다른 상장사 인수에도 화진 활용

인터불스의 경우는 다시 기업 인수에 활용됐다. 타깃은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2017년 6월 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공개매각을 진행하면서다. 그 결과 키스톤프라이빗에워티(키스톤PE)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가는 구주 인수대금(45억5000만원)과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발행대금(125억원)을 더한 170억5000만원이었다. 키스톤PE는 구주 대금 45억5000만원을 우선 납부하고 대우조선해양건설 지분 100%를 인수했다.

JMS는 키스톤PE가 신주 발행대금 마련을 위한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등장한다. 2017년 11월 한아무개씨가 대표이사인 JR파트너스가 전략적투자자(SI)로 선정된 것이다. 2015년 5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다. JR파트너스는 75억원을 유치했다. 20억원은 자체 조달하기로 했고, 나머지 55억원이 인터불스에서 나왔다.

키스톤PE는 2017년 12월 ‘DSC밸류하이1호’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구주를 넘겼다. 이 과정에서도 JMS가 나타난다. DSC밸류하이1호 지분 50%를 확보한 닥터핏 최대주주가 윤아무개 목사(33%)였다. 닥터핏은 지난해 3월 인터불스에 DSC밸류하이1호 지분 39.6%를 49억5000만원에 매각했다.

이후 키스톤PE는 JR파트너스에 경영권을 위임했다. 그 뒤 대우조선해양건설에서도 화진과 유사한 일이 벌어진다. ‘경영권 확보→이사진 교체→자산 유출 시도’ 공식이 그대로 적용됐다. JR파트너스의 첫 경영권 행사는 경영진 교체였다. 경영진 7명 중 6명이 한씨 측 인사로 선임됐고, 대표이사도 한씨의 친형이 맡았다. 다음엔 대여를 통한 자산 유출 시도가 이어졌다. 가치가 전무한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내주거나, 부지조차 마련되지 않은 공사 수주를 빌미로 자금 대여를 추진하는 식이었다. 특히 자금 대여에 하청업체들을 동원한 일도 있었다. 인터불스 등은 올해 초 DSC밸류하이1호 지분 100%를 한국테크놀로지에 매각해 30% 규모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윤 목사는 “닥터핏은 JMS와는 별도로 생계를 위해 설립한 회사”라며 “특허권자가 대표이사를 맡아야 정보통신부로부터 기술보증기금을 받기 용이해 대표를 맡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DSC밸류하이1호 매입 경위나 자금 출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목사는 “지인인 한씨를 통해 DSC밸류하이1호 인수자로 나서주면 닥터핏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향후 사업적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서 동의한 것뿐”이라며 “어떤 회사를 인수하는지도 전혀 몰랐고 어디서 자금이 나왔는지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법인 통장을 통해 자금 출처를 공개해 달라는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JMS 측 “명의 빌려준 것뿐 전혀 사실무근”

문제는 화진에 투입된 ‘시드머니(Seed Money)’ 60억원의 출처다. JMS 일각에서는 자금 창구로 화장품업체인 A사를 지목하고 있다. 문아무개 JMS 회장(39%)과 그의 부인 전아무개씨(41%), 두 아들(각 10%) 등 일가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기업이다. 과거 JMS 총무·사업업무를 담당하던 문 회장은 현재 JMS 내 실세로 분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 매출 규모는 높지 않았다. 2015년 영업이익은 15억원 정도였다. 그러나 2017년 갑자기 영업이익이 453억원(매출 951억원)으로 3000% 이상 급상승한다. 더욱 눈길이 가는 점은 영업이익률이 47%에 달한다는 점이다. 국내 대표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9.1%였다. 공교롭게도 문 회장 일가는 2017년 배당금으로 60억원을 지급받았다. 화진에 계약금으로 전달된 금액과 정확히 일치하는 액수다. JMS 일각에서 A사가 교비 세탁 창구로 이용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문 회장은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해 매출이 급등하게 된 것”이라며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은 품질에 집중하면서 홍보와 마케팅에 비용을 지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배당금 60억원이 화진 인수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 회장은 배당금 사용 내역에 대해선 “사적인 영역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JMS 장로단은 이번 일이 교단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장로단 관계자는 “일부 목사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장로단 차원에서 엄중하게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씨가 벌인 사건에 목사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본 것”이라며 “한씨는 등록된 회원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건의 중심에 있는 한씨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른 목사들도 “현재 한씨와는 연락이 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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