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만에 ‘판호’ 빗장 푼 중국 ‘게임 한류’ 큰길 열릴까
  • 원태영 시사저널e. 기자 (won@sisajournal-e.com)
  • 승인 2019.04.17 15:00
  • 호수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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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갈등으로 국내 게임 중국 진출 어려움…최근 허가권 발급 허용으로 게임업체 기대감↑

중국 게임 사업을 관장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4월초 홈페이지를 통해 3월말 새로 판호를 발급받은 외산 게임 30종의 명단을 공개했다. 판호란 중국 내에서 게임 서비스를 위해 발급받아야 하는 일종의 허가권이다. 중국 기업이 만든 게임에 대한 판호를 ‘내자 판호’, 외산 게임에 발급하는 판호를 ‘외자 판호’라 부른다. 

중국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우리 정부와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2017년 3월부터 국내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사실상 거부해 왔다.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업계는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3월부터 외자 판호는 물론 내자 판호 발급까지 중단했다. 이후 9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내자 판호에 대해서만 발급을 재개했다. 올해 3월말 해외 게임 판호 발급을 중단한 지 13개월 만에 빗장을 푼 것이다. 

이번에 허가받은 외산 게임 30종은 플랫폼별로 모바일 22개, PC 5개, 콘솔 3개 등이다. 특히 일본 게임이 대거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게임은 이번 허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게임사인 NHN의 일본 자회사 NHN플레이아트가 개발해 일본 시장에 내놓은 모바일게임 ‘컴파스’가 이번 판호에 포함됐으나, 이를 국내 게임으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중국 정부가 13개월 만에 외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허용하면서 엔씨소프트 등 중국 진출을 기다려온 국내 게임업체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중국 정부가 13개월 만에 외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허용하면서 엔씨소프트 등 중국 진출을 기다려온 국내 게임업체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새로 허가받은 30종 중 국산 게임 전무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굳게 잠가놨던 외자 판호의 빗장마저 풀면서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해외 게임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 다수의 국내 게임사들 역시 중국의 외자 판호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오매불망 중국 시장 진출을 기다리고 있는 까닭은 중국이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16년부터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게임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2017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2036억 위안(약 34조4328억원)에 달한다. 전 세계 1위이자, 전체 게임 시장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아울러 중국 시장은 오래전부터 국내 게임사들이 활발히 진출하던 곳이다. 특히 PC 온라인게임의 경우 한때 중국 시장을 장악하기도 했다. 지금도 넥슨의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는 중국 내 국민 게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 텐센트는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하면서 넥슨코리아 자회사 네오플에 연간 1조원가량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최근 넥슨 매각과 관련해 유력한 인수 업체로 텐센트가 떠오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한국 게임의 중국 외자 판호 발급 시기에 대해서는 현재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자 판호가 열리기 시작했고 공동 개발이지만 한국 업체들과 연관 있는 게임들이 판호를 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판호 정책은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중국 노출도가 높은 국내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도 “이번 외자 판호 발급에 국내 게임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외자 판호 발급을 시작한 것만으로도 국내 게임사들에는 큰 호재”라며 “현재 각 게임사들은 중국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니만큼,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 정부의 판호 발급 거부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 정부와의 갈등을 외교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판호 발급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게임업계는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재개되더라도, 국내 게임사가 과거와 같이 중국 내에서 높은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히려 중국산 게임들이 한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2017년 국내 중국 모바일게임 성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출시된 중국산 모바일게임은 136개로, 전년의 114개보다 22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한국 구글플레이 매출랭킹 TOP 20에 단 한 번이라도 진입한 중국산 게임 수는 2016년 11개에서 2017년 16개로 대폭 늘었고, 이들 게임의 연간 총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마블게임즈는 2018년 모바일 전략게임 ‘아이언쓰론’을 공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 연합뉴스
넷마블게임즈는 2018년 모바일 전략게임 ‘아이언쓰론’을 공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 연합뉴스

전문가들 “장밋빛 전망은 금물”

이러한 변화는 매출랭킹 TOP 20에 진입한 중국산 게임 중 6~10위 중간급 게임들의 연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292% 급증한 데 따른 결과다. 아울러 TOP 20에 진입한 중국산 게임의 게임별 연평균 매출액 또한 전년 대비 20% 늘었다.

업계는 중국산 게임의 특징 및 변화로, 최근 중국 게임들이 특유의 중국적인 색채를 벗어나기 시작한 점을 꼽고 있다. 과거 국내에 출시된 중국산 게임들은 대체적으로 중국 특유의 이른바 ‘중국풍’을 띠고 있었다. 중국풍의 캐릭터, 게임 배경, 게임 스토리 등이 그 대표적 예다. 최근 출시된 중국산 게임들은 개발사를 따로 확인하지 않을 경우, 중국에서 만들었다는 것을 알기 어려울 정도다. 

업계에서는 이미 중국 게임들의 경쟁력이 국내 게임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말한다. 판호 발급이 재개되더라도 한국 게임이 중국 현지에서 성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3~4년 만들 게임을 중국은 상대적으로 싼 인건비 등을 활용해 1년이면 만들 수 있다”며 “속도 면에서는 이미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기획력 등에선 한국이 앞섰으나, 이마저도 최근엔 거의 따라잡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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