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프로젝트①] 정치권은 ‘기-승-전-조국’, 왜?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2 09:00
  • 호수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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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총선 필승 전략 ‘조국 프로젝트’ 실체
친문 인사들 전진 배치하며 총력체제 가동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의 최고 뉴스메이커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상징’이 되었다. 만 2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조 수석은 뉴스의 한복판에 서 있다. 그야말로 ‘기·승·전·조국’이란 말이 회자될 정도로 그를 향한 시선은 차고 넘친다. 그게 따뜻한 눈길이든, 차가운 눈길이든.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조국 수석은 정치권이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다. 그동안 정치권의 러브콜이 올 때마다 조 수석은 “나는 체질적으로 정치 근육이 없는 사람”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지난해 말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 사건이 터졌을 때 조 수석은 일부 언론에 “모든 비판을 감내하며, 해야 할 일을 수행한 후 학교로 돌아갈 것”이라며 현실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해야 할 일’은 검찰 개혁으로 불리는 사법제도 개편이다. 

조 수석을 잘 아는 지인들은 한결같이 “조 수석은 현실정치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한다. 조 수석의 부산 혜광고 동문으로 현재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A씨는 “조 수석은 사석에서 이상만 갖고 현실정치에 투신했다 실패한 교수들의 이야기를 자주 했다”면서 “중·고교 동문회에 얼굴 한 번 비친 적이 없을 정도로 사교성을 갖추고 있지 못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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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체질적으로 정치 근육 없는 사람”

실제로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변 지인들의 인사청탁 전화를 모두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사법제도 개편 과정에서 불거질 검찰의 반발을 우려해 주변 관리에 철저했다는 것이다. 조 수석의 또 다른 지인 B씨는 “딸이 특목고를 다녔다는 이유로 ‘강남좌파’로 낙인찍힌 조 수석은 현실정치에 뛰어들게 되면 자신의 가족들이 대중에게 노출될 텐데 그런 것을 극도로 꺼린다”며 “본인보다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라도 정치 참여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다. 청와대로 들어간 이상 조국 수석은 문재인 정부와 일심동체가 됐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조 수석이 주장한 진보 집권플랜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를 보여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민정수석 취임은 ‘정치인 조국’의 또 다른 시험대였다. 조 수석의 지인 C씨는 “민정수석으로 발표 나기 며칠 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다이어리를 펴 보이며 ‘미수·공범 법률과 관련해 올 한 해 동안 쓸 논문이 이렇게 많다’며 청와대행을 극구 부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것만 갖고 조 수석을 온전히 평가하긴 힘들다. 실제로 사법제도 개혁을 향한 조 수석의 의지는 상당하다. 텔레그램 등 조 수석의 SNS 프로필 사진은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로 시작해 ‘공수처’로 끝난다. 소주 ‘처음처럼’을 패러디한 ‘공수처럼’이나 ‘공수처 라면-개운한 맛’ 등의 패러디물도 눈에 띈다.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는 차원에서 민정수석 자리를 수락했다는 것이다. 

당초 문 대통령은 사법제도 개혁이 마무리되면 조 수석을 대학으로 돌려보낸다는 생각이 확고했다는 후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까지 현실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던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조 수석이 현실정치에 들어와서 적잖이 상처 입을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수석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생각하기에는 지금 여권 앞에 놓인 정치 환경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까지만 해도 여유가 있었던 여권은 믿었던 남북관계마저 답보상태에 이른 데다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서 다급한 기색이 역력하다. 

조국 민정수석(맨 오른쪽)이 4월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조국 민정수석(맨 오른쪽)이 4월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잘생긴 외모에 엘리트 스펙…대중성 갖춰

여권이 본격적으로 조국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데는 지난 4월3일 치러진 재보선 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선거에서 민주당은 창원 성산을 정의당에 양보하고 당력을 통영·고성 한 곳에 집중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두 곳 모두 민주당이 시장(통영시장)·군수(고성군수) 자리를 차지했지만, 불과 8개월 만에 지역 분위기는 역전됐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PK(부산·울산·경남) 위기감은 증폭됐다.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해당 지역구에 막대한 예산 투입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양문석 후보 득표율(37.73%)은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59.09%)에 많이 못 미쳤다.

상황이 바뀌면서 민주당의 내년 총선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조국 차출론’은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이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산 발전에 도움이 되고, 국정 경험이 있는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조국 수석”이라고 밝히면서 쟁점화됐다. 전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내년 총선은 PK 지역의 승패에서 판가름 난다”면서 “중앙당에 부산 지역 전략공천을 적극 요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 의원의 발언이 처음 보도됐을 때만 해도 정치권 기류는 “부산시당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홍영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조 수석 차출을 요구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양정철 전 비서관이 민주연구원장을 맡고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이 출마를 선언하는 등 이른바 ‘친문’ 인사들의 정치권 진입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한가운데에 ‘조국 출마’가 있다.  

조 수석 출마에 대한 긍정적 기류도 강해지고 있다. 적절한 시기를 봐야 할 뿐 출마 여부는 이미 판가름 난 사안이라는 것이다. 내년 총선 승리에 ‘올인’한 민주당이 강력하게 요구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외면할 수 없으며, 조 수석 역시 한사코 거절할 수만은 없다는 논리다. 총선 차출론은 인사 검증 실패 공세에 휘말린 조 수석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차원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한 대목이라는 게 여권의 생각이다. 청와대에서 함께 수석비서관으로 뛴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도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내년 총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알기 때문에 때가 되면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조 수석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정치권에서 보는 조 수석은 ‘준비된 선수’다. 정치인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갖춰야 할 대중성이 확보됐다. SNS상에서 조 수석은 이미 유명 스타 반열에 올라 있다. 특히 수려한 외모는 스타성에 날개를 달아줬다. 여기에 만 16세에 서울대 법대 입학, 만 26세인 1992년 울산대 법대 최연소 교수(전임강사)로 임용된 것도 화제를 모았다. 스펙도 화려하다. 미국 서부 명문인 UC(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에서 법학박사를 받고 동국대 법대 교수를 거쳐 2001년 모교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됐다. 

조 수석이 대중의 관심을 끈 것은 울산대 교수 시절인 1993년 6월 사노맹(남한 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산하 남한사회주의과학원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면서다.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5개월간 수감번호 118번으로 서울구치소 생활을 해야 했다. 세계 최대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당시 조 수석을 ‘올해의 양심수’로 선정했고, 이듬해 사면 복권됐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김경수 카드’를 내세워 재미를 본 여권에 조 수석은 내년 ‘PK 목장 대혈투’를 이끌 호재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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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참여 거부는 저급한 자들에 의해 지배당하는 것”

조국 수석에겐 이젠 어느 지역으로 출마하느냐만 남았다. 현재로선 조 수석이 나고 자란 부산 출마가 가장 현실성이 높다. 하지만 최대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4월16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조 수석이) 언젠가는 현실정치를 할 것”이라면서 “부산 상황(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부산에선 출마 못 한다. 수도권에선 출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내에서도 개혁 성향인 조 수석의 이미지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수도권이 제격이라는 의견이 있다.  

반대로 조 수석을 향한 야권의 십자포화는 나날이 강도를 더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조 수석을 최대한 흔들어 문재인 정부 핵심 참모 3인방(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전 정책실장, 조국 수석)에게 정치적 내상을 입히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과거 대통령 밑에 ‘소통령’이 있었는데, 지금은 ‘조통령’이 있는 것 아니냐”고 한 것이나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조 수석은 인사검증 실패의 핵심 원인이자 무능·무책임의 상징”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북경노적사’(북핵·경제·노동·적폐청산·사법부)라는 쓰나미가 오는데 1년 전부터 총선 준비에 나선 여당은 처음 봤다”면서 “여권이 ‘조국 차출’을 꺼낸 것은 시기도 적절치 않을뿐더러 전략적으로 아주 미숙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2014년 펴낸 책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서 조 주석은 중요한 결단을 내릴 때마다 UC버클리 박사논문 지도교수였던 말콤 필리(Malcolm Feeley) 교수가 한 ‘Kill your Father’라는 말을 떠올린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여기서 말하는 ‘Father’는 ‘아버지’가 아니다. ‘나’ 자신도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그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교수직 정년보장과 같은 안락함은 한순간 사라진다. 당선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서울대의 경우 선출직은 선거 기간 중엔 휴직, 당선되면 교직에서  떠나야 한다. 조 수석은 10년 전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정치인의 삶의 중심은 대중적 세를 형성하고 확장하는 것이다. 최선이 아니라 차선이나 차악을 택하면서 시대적 흐름을 한 차원 바꾸는 능력을 갖춘 정치인의 존재는 소중하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조 수석이 정치판에 뛰어든다면 그가 생각하는 시대정신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가 종종 인용하는 “정치 참여를 거부하는 데에 대한 벌 중의 하나는 당신보다 저급한 자들에 의해 지배당하게 되는 것”이라는 철학자 플라톤의 말은 ‘정치인 조국’의 탄생을 조심스럽게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그의 휴대전화 컬러링 곡인 영화 《여인의 향기》의 OST인 탱고곡 《Por Una Cabeza(간발의 차이)》처럼 조 수석이 과연 정치라는 낯선 무대에 성공적으로 발을 디딜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정국의 또 다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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