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프로젝트④] 이제 祖國이 묻고 曺國이 답해야 할 때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2 09:00
  • 호수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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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靑 민정수석이 반드시 넘어야 할 3개의 산…백악산·부산·관악산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은 권력의 핵심이고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대통령이 민정수석에게 부여한 권한과 정치적 관계에 따라 민정수석의 역할은 이름값 이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에서 가장 먼저 맡은 보직이 민정수석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문재인 수석을 가리켜 ‘친구’라고 했다. 역대 정권을 돌아보더라도 민정수석 자리에 앉았던 인물들은 거의 하나같이 법조계(특히 검찰) 출신이었고, 대통령의 그림자 권력이었다. 

조국 민정수석을 향한 시선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민정수석 자리에 앉지 않았다면 이렇게 정치적인 관심이 높았을까. 조 수석이 역대 어느 민정수석들보다 더 주목받고 견제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지어 조 수석은 최근 인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질은커녕 도리어 더불어민주당 부산 지역 의원들로부터 내년 총선 출마 요청을 받는 상황이다. 과연 조 수석의 미래는 탄탄대로일까. 조 수석의 미래는 반드시 3개의 산을 넘어야만 부가가치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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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과제 ‘사법개혁’ 성과 내느냐가 관건

조 수석이 넘어야 하는 첫 번째 산은 ‘백악산’이다. 백악산은 상징적으로 청와대를 의미한다. 올 초 청와대 인사에서 임종석 비서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한병도 정무수석 등이 다 물러났지만 조 수석은 건재하다. 경찰·검찰·국정원·국세청 등을 관할하기 때문에 인사 검증에 관한한 민정수석은 누구보다 책임소재 선상에 있다. 인사수석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정치권과 대중의 시선은 민정수석 쪽을 향해 있다. 지난 3월말 인사청문회 이후 두 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등 인사 문제가 파국을 거듭했지만 조 수석 경질 주장에 대해 반대 여론이 찬성을 웃도는 결과로 나타날 정도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4월5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인사수석 경질 주장에 대한 찬반’을 물어본 결과, ‘경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39.4%로 나타났다. ‘경질 반대’ 응답은 50.1%였다. 지지층일수록 반대 입장은 더 뚜렷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77.5%가 경질을 반대했다. 핵심 지지층인 진보층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화이트칼라층에선 절반이 넘는 56.5%가 조 수석 경질을 반대했다(그림1). 조 수석에 대한 정권 지지층의 반응은 일반적인 민정수석의 존재감 범위를 넘어선다. 

그러나 여기에 맹점이 있다. 조 수석의 핵심 역할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대로 ‘경찰과 검찰 개혁’이다. 지지층들이 조 수석의 사퇴를 한사코 반대하는 이유는 여전히 개혁 갈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설치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목적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솔직하지 못했고 기득권 비호에 허구한 날 매달려왔던 구태를 청산하고 쇄신하는 일이다. 일하는 사람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백날 공수처를 만들어도 기존 검찰 조직과 별반 달라질 게 없다. 그러므로 조국 수석은 백악산을 뛰어넘어야 한다. 청와대 그림자를 벗어나야 더 많은 국민들에게 조 수석의 진가를 인정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수석이 넘어야 할 두 번째 산은 ‘부산’이다. 부산은 조 수석의 정치적 연고지다. 한국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병폐로 지적받는 지연이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국회의원 지망생들이 왜 고향을 찾아 출마를 저울질하는가.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 품어주고 지원해 주는 정치공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많은 정치 지망생들이 고향을 찾아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최근 조 수석 차출론을 흘렸다.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없을지를 떠나 부산 지역에서 조 수석에 대한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한 모양새다. 

그렇지만 부산이 단지 고향이라고 해서 쌍수를 들어 환영해 줄지는 의문이다. 특히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부산·울산·경남(PK) 민심은 썩 좋지 않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경쟁력이 지역에서 점차 약화되는 상황이라 PK 민심을 면밀히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4월12일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적격인지 부적격인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불과 28.8%만이 적격으로 판정했다. 조 수석의 정치적 연고지인 PK 지역에선 이 후보자가 적격하다는 응답이 24%에 불과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조사기관의 대통령 긍정 지지율(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과 비교해 보면 대통령 지지층만큼 이 후보자가 공감대를 못 얻고 있다. PK만 하더라도 대통령 지지율은 41.1%지만 이 후보자에 대한 적격 의견은 24%밖에 되지 않는다(그림2). 조 수석은 인사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PK 민심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청와대 인사에 대해 조 수석의 납득 가능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인사 참사를 뛰어넘어야 부산을 넘어서는 것이 가능해진다.

20대 학생층에서 경쟁력 더 높아

조 수석이 넘어야 할 마지막 산은 ‘관악산’이다. 서울대학교는  조 수석의 출신 대학이자 재직한 대학이다. 관악산은 젊음이고 미래다. 20대와 학생을 상징한다. 조 수석은 학생 운동권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모교인 서울대 교수직에 부임한 후로는 진보 성향의 학자로 평가받아왔다. 대한민국 최고 학부 학력, 출중한 외모, 탁월한 언변 등은 스타 정치인 이상의 잠재력을 보여주고도 남는다. 그렇지만 정치는 다른 세계다. 

오는 10월이면 역대 최장기 민정수석 기록을 남기게 될 조 수석을 향한 20대 학생들의 기대감은 평범하지 않다. 그러나 폭발적이지도 않다. 알앤써치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를 받아 올해 초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조 수석의 경쟁력은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 이재명 경기지사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김경수 경남지사보다 오히려 앞설 정도다. 조 수석은 4.2%였지만 민주당 지지층과 20대에서의 지지율은 각각 5.2%와 6%로 전체보다 더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3). 대선 출마 선언은커녕 출마 의지를 피력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이렇다. 그러나 압도적이지는 않다. 

자의든 타의든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와 공동운명체다. 3개의 산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인왕산을 넘지 못하다면 실패한 개혁가로 낙인찍힐 것이고, 부산을 넘지 못한다면 총선을 찍고 대선으로 간다는 포부는 허무맹랑한 소리가 될 것이다. 관악산을 넘지 못한다면 20대 청년 학생들의 멘토로 변신하는 일은 말짱 공염불이다. 지금이야말로 조국(祖國)이 묻고 조국(曺國)이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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