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버닝썬 게이트,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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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질에서 벗어난 길로 가고 있는 버닝썬 게이트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가 1월에 터졌을 때 이 사건이 온전히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강남의 클럽에서 단순 폭행 사건으로 시작된 이후 SBS funE 채널이 승리가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경찰총장’ 등이 언급된 사실을 보도하며 경찰과의 유착관계까지 속도감 있게 수사가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 중순 버닝썬·김학의 사건과 관련된 보고를 받고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야 하며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검찰과 경찰의 지도부는 조직의 명운을 걸고 해당 사건을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닝썬 게이트를 파헤치기 위해 대규모 경찰 수사진이 투입되며 승리, 정준영 등을 비롯해 버닝썬 사건 의혹의 당사자들이 줄줄이 소환됐지만 지금까지 구속된 건 정준영과 버닝썬 클럽 대표인 이문호 뿐이다. 물론 경찰은 버닝썬 게이트 관련 마약 혐의로 11명을 이미 구속시켰지만 아직까지 사건의 본질에 대해서는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언론에서도 정준영 단톡방에서 이뤄진 단체 성폭행 등에 초점을 맞출 뿐 버닝썬 게이트가 왜 발생했는지 어떤 추이로 전개되고 있는지 제대로 짚어주지 못하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
ⓒ 시사저널 포토

정준영을 비롯한 단톡방 멤버들의 집단 성폭행을 가볍게 보자는 건 결코 아니다. 정준영은 이미 불법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단체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언론에서 이들의 추악한 집단 성폭행을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나 올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버닝썬 게이트에서 우리가 살펴봐야 할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까지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인물들은 왜 구속이 되지 않았는지를 함께 거론해야 마땅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 초기부터 본질적인 문제가 잘 해결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도 소위 말하는 ‘사건의 물타기’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버닝썬 게이트의 본질은 무엇인가 

대다수 언론이 초기부터 해당 사건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시사교양 프로그램 및 뉴스를 통해 버닝썬을 파헤쳤으나 속 시원히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과 본질을 건드린 기사는 많지 않았다. 정보의 부족과 과열 취재 탓이기도 하지만 상당수 프로그램과 기사가 쏟아낸 정보는 중첩돼 있었고 이미 수많은 보도를 통해 우리가 확인했던 기사의 재탕뿐이었다. 정준영 패거리의 집단 성폭행 및 관음증을 유발하는 카톡 대화방 기사에 모든 언론이 관심을 보이면서 정작 버닝썬 게이트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별 다른 언급이 없다.

첫째, 버닝썬 게이트에서 시급히 확인해야 할 부분은 처음 이 사건을 제보한 김상교씨를 폭행한 VIP가 과연 누구냐에 있다. 클럽에서 강제로 끌려가던 여성을 돕기 위한 남자 손님 이른바 김상교씨를 폭행하고 현재까지 언론 및 경찰에 언급조차 되지 않는 VIP가 누구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공익 제보자를 폭행하고 버닝썬 사건의 도화선을 당긴 VIP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여러 추정이 돌고 있으나 해당 인물은 여전히 명확한 언급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당시 클럽에서 VIP를 본 인물이 적지 않은데 아직까지 언급이 안 되고 있는 점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둘째, 버닝썬 게이트는 경찰 및 고위층과의 유착이 사건의 본질이다. 3월에 단톡방에서 언급된 ‘경찰총장’ 메시지는 이 사건이 경찰 및 고위층과의 유착이 담긴 권력형 의혹 사건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버닝썬 사건 초기, 경찰 내부에서는 이미 윤 총경의 이름이 수 차례 언급되었지만 유착 의혹을 밝히기 위한 기본적인 압수수색도 실시하지 않았다. 김학의 사건의 경우 경찰 수뇌부는 지금도 청와대의 당시 외압을 폭로하고 있지만 이번 버닝썬 사건에서는 유독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윤 총경이 아닌 최고위층과의 유착이 어디까지 이뤄졌는지 밝혀야 할 부분이다. 

셋째, 이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은 마약 유통에 있다. 버닝썬 대표 이문호의 구속으로 수사는 다시 활기를 찾고 있지만 어떤 유통 과정을 거쳐 마약이 버닝썬에 들어올 수 있었는지 그리고 마약을 함께 하며 밀폐된 방에서 수많은 VIP 또는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로비를 펼친 이유는 무엇인지 자세히 분석해야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린사모 등 외국인 투자자들을 찾아내긴 했지만 이는 사건의 핵심과 거리가 멀다. 결과적으로 마약을 유통한 이와 마약을 함께 한 투자자 또는 VIP들이 누구인지 명확히 밝혀야 버닝썬 게이트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넷째, 버닝썬 게이트의 막후 인물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마약을 불법 유통했고 외국인 투자자에게 성 상납을 펼쳐 왔음에도 경찰과 검찰 등이 눈을 감았다면 이는 승리 정도의 인물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승리가 버닝썬 사건으로 경찰 소환 조사를 끝마친 후 자택으로 귀가한 3월28일 새벽, YG엔터테인먼트는 공교롭게도 전문 파쇄 업체를 통해 대량의 기록들을 파쇄 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승리를 지켜주기 위해 그것도 새벽에 YG가 파쇄 업체를 불러 신속히 파쇄를 진행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버닝썬 게이트, 시작도 안 했다

버닝썬 게이트에 대해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가졌지만 여전히 본질에 대한 보도는 시작도 안 한 느낌이다. 김학의 사건 역시 6년 전 시사저널이 최초로 이를 보도하며 수사의 필요성을 외부에 알렸지만 지금까지도 수사는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다. 버닝썬 사건 또한 수많은 언론이 취재를 해왔지만 관음증만 유발하는 집단 성폭행에 맞춰져 보도가 이뤄졌을 뿐 마약 유통, 권력형 비호, 김상교씨 등을 폭행한 VIP의 실체, 막후 인물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안개 속에 머물러 있다. 뒤이어 이어진 연예인들의 마약 스캔들로 버닝썬 사건은 관심에서도 벗어난 상황이다.

버닝썬 게이트에 대해서 대통령이 직접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를 해달라고 당부하고 촉구한지 한 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에 있는 인물들은 여전히 언론 인터뷰를 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법의 테두리 밖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그 사이 버닝썬 게이트는 정준영 몰카 및 성폭행 등으로 본질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불법 촬영물 유포와 집단 성폭행은 반드시 단죄해야 할 엄중한 사건이다. 그러나 연예인의 마약 사건 등과 함께 흥미 위주로 전개되고 있는 사건 보도는 버닝썬 게이트의 진실 파헤치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이 연이어 보도되는데 놀랍게도 이들 사건과 관련된 기사에는 하나같이 김학의 사건 및 버닝썬 게이트 등이 아직 본질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네티즌들의 비판 댓글이 줄기차게 달린다. 초대형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인과 관련된 또 다른 사건을 터뜨리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네티즌 더 나아가 국민을 속이기 어렵다. 과거에는 소수의 사람들이 사건의 핵심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제는 대다수가 사건의 본질을 기억하고 있고 엄정(嚴正)한 법의 심판을 요구하고 있다. 본질을 밝히지 않는 한, 버닝썬 게이트를 이 정도 선에서 끝내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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