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통인 줄 알았는데 삼차신경통?!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4 10:00
  • 호수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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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한쪽에 반복되는 통증…신경외과 찾아야

60대 김아무개씨는 치통과 같은 통증이 생겨 치과를 찾았지만, 치아에는 이상이 없었다. 통증은 이따금 생겼기 때문에 처음엔 스트레스 때문일 것으로 생각했다. 통증은 점점 심해져 음식을 씹을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대학병원을 찾아 검사한 결과 삼차신경통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얼굴 감각(통각·온도 등)과 씹는 기능에 연관된 신경을 삼차신경이라고 한다. 크게 눈·코(광대뼈)·입(턱) 부위, 세 갈래로 갈라져 있는 이 신경에 어떤 이유로든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통증이 삼차신경통이다. 

삼차신경통은 흔하지는 않지만, 대학병원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질환이다. 이 통증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심한 통증 가운데 하나여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통증의 원인을 찾지 못해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대학병원을 찾는다. 삼차신경통을 앓았던 사람은 얼굴 한쪽을 칼로 도려내는 듯하다거나 전기에 감전된 것 같다고 표현한다. 김진욱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개인에 따라 통증의 정도가 다르지만, 심한 환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며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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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차신경통의 5가지 특징

삼차신경통에는 5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특징은 통증이 갑작스럽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마치 전기가 흐르는 듯한 통증이 입속이나 얼굴의 한 지점에서 다른 곳으로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두 번째로는 얼굴의 한 부위를 만지거나 움직일 때 통증이 잘 생긴다. 통증은 일반적으로 입 주위, 잇몸, 코 주변에서 잘 생기는데, 통증이 심해 입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세 번째 특징은 통증이 몇 초 또는 수 분 동안 이어지다 사라지며, 며칠 또는 몇 주일 후 다음 통증이 나타날 때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네 번째로는 통증이 대부분 얼굴의 왼쪽 또는 오른쪽, 한쪽에만 나타난다. 다섯 번째로 통증은 있지만, 감각이 마비되는 증상은 없다. 통증이 아니라 경련이나 마비가 오는 것은 삼차신경통이 아니다. 

어떤 증상일 때 삼차신경통을 의심하고 병원에 가는 게 좋을까. 통증이 입 주변 또는 턱에 생기면 치통과 구분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치통인 줄 알고 치과 병원을 찾기 십상이다. 김진욱 교수는 “치과에서 치아를 여러 개 뽑은 후에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뒤늦게 신경외과를 찾는 환자가 있다. 치과 치료를 받아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으면 치과 의사가 환자에게 뇌 사진을 찍어보거나 신경과를 가보라고 권한다. 한쪽 얼굴에 통증이 생기면 신경외과를 찾아 검사받는 게 좋다. 방치하면 통증은 점점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삼차신경통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예방법이 없다. 다만, 동맥이나 정맥이 삼차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차신경통의 5~8%는 특정 질환(뇌종양, 뇌동맥류, 외상 등)으로 삼차신경이 손상돼 통증이 발생하는 이차성 삼차신경통이다. 감염 질환도 삼차신경병증을 일으키는데, 가장 흔한 것이 대상포진이다. 김진욱 교수는 “20~30대 젊은 사람이 삼차신경통이라면 종양을 의심하고 검사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증상을 자세히 설명하는 게 중요

삼차신경통이 의심되면 신경과나 신경외과를 찾으면 된다. 치통 등 얼굴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 많으므로 의사에게 통증의 양상과 정도를 자세히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권도훈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얼굴에 이상 증상을 보이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목·귀·혀 뒷부분에 통증이 있는 설인신경통, 불특정한 안면 부위에 통증이 있는 비특이성 안면통,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이 있다. 이런 질환이 없고 삼차신경통이 의심되면, 흔히 뇌 MRI(뇌자기공명영상)와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 검사를 한다. 특히 특별한 이유 없이 생긴 삼차신경통은 뇌혈관이 삼차신경을 압박하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0명 중 7명, 항경련제 등 약물로 통증 조절

삼차신경통으로 진단되면 의사 대부분은 약을 권한다. 일반적으로 항경련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환자 10명 중 7명은 통증이 사라진다. 부작용과 약물 내성 때문에 약물치료는 8주가량만 한다. 약물치료의 부작용으로는 어지럼, 구역, 설사, 두드러기 등이 있다. 특히 간과 조혈 세포에 이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혈액검사를 받으면서 투약하게 된다. 투약 기간이 길수록 내성이 생겨 약효는 감소한다. 

이 기간에 통증이 사라지면 다행인데, 만일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심하면 약의 종류를 바꾼다.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수술을 고려한다. 과거엔 알코올이나 페놀로 신경을 파괴하는 방법을 사용했으나, 치료 후 감각 이상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아 최근에는 거의 하지 않는다. 

요즘은 삼차신경을 누르고 있는 뇌혈관을 분리하는 수술을 한다. 그러나 전신 마취가 필요하고 두개골을 절개하므로 노인이나 쇠약한 사람에게는 부적절하다는 게 의사들의 의견이다. 고주파 등을 이용해 신경을 차단하는 시술법도 있다. 입원 기간이 짧고 반복 시술도 가능하지만, 시술 후 불가피하게 안면 감각이 약간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최근엔 의료기기의 발전으로 방사선을 이용한다. 삼차신경통에 대한 방사선치료는 1951년 스웨덴의 세계적인 신경외과 의사인 렉셀이 고안했다. 그렇지만 당시 의학기술로는 삼차신경을 정확히 찾기가 힘들어 치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권도훈 교수는 “MRI나 CT 등 의료기기의 발전으로 최근엔 삼차신경을 정확히 찾을 수 있다. 또 첨단 뇌수술장비(감마나이프)에 대한 경험이 많이 축적돼 있기 때문에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수술 합병증이 없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차신경통은 연간 인구 10만 명당 4.5명꼴로 발생한다. 중년 이후 특히 50대가 전체 환자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환자 10명 중 7명은 여성일 정도로 여성에게 잘 나타난다. 2017년 약 5만1000명이 이 질환으로 치료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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