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다던 독일 집값과 임대료는 왜 폭등했나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5 11:00
  • 호수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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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주택문제 해결은 신규공급·대중교통망 투자에 달렸다는 교훈 줘

2019년 4월6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는 수만 명의 시민이 임대료 상승에 항의하면서 임대사업자들이 보유한 주택을 유상 몰수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2018년 5월에도 임대료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은 리모델링을 위해 비어 있던 건물을 점거하면서 임대료 폭등과 젠트리피케이션에 항의했다. 오랫동안 부동산 및 주택 가격이 안정된 국가로 알려져 왔던 독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2018년 4월 영국의 부동산 정보회사 나이트 프랭크가 발표한 글로벌 주거 도시 지표에 따르면, 베를린은 2016~17년 사이에 주택 가격이 20.5% 상승해 조사 대상 150개 국가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베를린 외에 함부르크(14.1%·7위), 뮌헨(13.8%·8위), 프랑크푸르트(13.4%·10위)도 매우 높은 주택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0년 이후 독일 전체 주택 가격은 60% 올랐다. 임대료도 베를린의 경우 2008년 이후 2배, 뮌헨은 61% 상승했다. 

최근 독일에서는 주택 임대료 폭등이 사회문제로 떠올라 연일 시위가 열리고 있다. 시위대는 민간 부동산 회사의 재산을 몰수하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독일에서는 주택 임대료 폭등이 사회문제로 떠올라 연일 시위가 열리고 있다. 시위대는 민간 부동산 회사의 재산을 몰수하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 연합뉴스

베를린 임대료 2008년 이후 두 배 상승

베를린은 2001년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시장 취임 이후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를 표방하면서 유럽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다양한 예술인들이 몰리면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으며 임대료 역시 유럽의 다른 주요 도시에 비해 80% 수준으로 저렴해 체코,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등 외국의 젊은이들이 예술 활동 및 창업을 위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서 베를린은 세계 도시별 스타트업 생태계 가운데 7위를 기록하며 유럽에서는 영국 런던(3위) 다음의 위치에 올라섰다. 참고로 서울은 2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2013~17년까지 베를린에서는 하루에 하나꼴로 스타트업이 새로 생겨났다. 투자금액 역시 런던보다 더 많은 20억 유로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미지 개선 및 창업 열풍 그리고 과거와 달라진 대학 진학 욕구 증대에 따라 독일 대도시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베를린에는 연간 4만 명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뮌헨의 경우도 매년 1만5000명 이상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민간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베를린의 경우 2020년까지 총 38만 가구의 신규주택 공급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실제 공급되고 있는 물량은 연간 1만5000가구 수준에 머무르면서 매매, 임대 모두 강한 상승압력에 노출되고 있다. 

과거 비교적 풍부했던 공공임대주택 물량이 감소한 것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베를린의 경우 통독 이전 구 동독 정부가 체제 선전을 위해 대규모로 건설한 공동주택이 많았으며, 이들이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공급됐지만 2000년대 초반 베를린시 정부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사회주택을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임대사업자인 도이치 보넨의 경우 11만5000채를 매입하는 등 기업형 임대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됐다. 

인구 증가에 따라 주택수요는 많아지고 있지만 신규공급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베를린의 경우 구 템펠호퍼공항 등 비교적 여유로운 토지를 확보하고 있어 주택공급이 쉬울 것으로 여겨졌지만 대규모 개발을 반대하는 님비 성향의 강화로 주택공급 계획이 취소됐다. 뮌헨 역시 지난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을 거듭한 까닭에 신규택지 확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수요가 몰리는 주택은 1~2인이 거주할 수 있는 소형주택인데 비해 공급은 대형, 고가의 주택에 치우치고 있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뮌헨의 경우 전체 가구의 50%가 1인 가구인 데 비해 기존 주택 대부분은 방이 많은 대형주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독일 연방정부가 지속적으로 주택의 에너지 효율 및 소방 등 각종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있으며, 지자체들이 주택 건설 시 유치원, 학교 등과 같은 시설을 같이 짓도록 요구함에 따라 개발업자들은 비용 상승을 감내할 수 있는 고소득층을 겨냥한 고가 대형주택에 집중함으로써 수요공급 불일치가 심화되고 있다. 

임대료 폭등,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대두되자 연방정부 및 지자체들은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2015년 6월부터 베를린시 정부는 임대료 상승 제한규정을 시행했다. 원래 기존 세입자의 거주기간 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임대료 인상을 금지하고 있었는데, 신규 임대차 계약 시에도 임대료를 지역 평균보다 10%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세입자 보호조치를 강화했다. 함부르크시의 경우 신규주택 건설 시 사전에 임대료를 확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뮌헨의 경우 신규주택의 30%는 사회주택으로 남겨놓거나 공공 기반시설에 일정 비용을 투자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 역시 2021년까지 150만 채의 아파트 형태 공동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 가운데 10만 채는 임대아파트인 사회주택으로 건설하기 위해 50억 유로의 예산을 책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독일 특유의 분산된 의사결정체계와 정치적 이해득실에 대한 고려 등으로 공급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신규공급으로 인한 인구 유입에 따른 혼잡 증가와 보유한 주택가격 하락 등을 원하지 않는 주민들의 반발, 좌파 성향의 인구 유입에 따른 선거구민의 정치적 반대를 우려한 우파 정부의 판단 유보로 인해 공급계획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급속한 인구 유입, 지지부진한 신규공급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지 않자 베를린의 시위대는 3000채 이상을 보유한 주택임대회사의 주택보유분을 유상으로 몰수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으며, 이를 위한 시민투표를 위해 서명을 받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베를린 시의회에 따르면 약 360억 유로(약 46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여론은 44%가 찬성, 39%는 반대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사회적 갈등 역시 높아지고 있다. 

독일 전문가들은 기존 대형주택을 다수의 분리된 임대공간을 갖춘 주택으로 리노베이션하거나, 1920~30년대 지어진 저층 공동주택의 증축을 통한 공급확대를 제안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 강화를 통해 외곽으로의 이주와 정착을 유도함으로써 도심권의 주택 가격 및 임대료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어느 것 하나 당장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독일의 저렴한 임대주택, 임대료 규제 정책 등은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대안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조치들은 지자체 재정부담 확대, 기존 주택 공급억제로 인한 공급부족 등의 문제를 초래해 왔으며 결국은 시민의 불편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주택문제 해결은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지속적인 신규공급, 그리고 편리한 대중교통망 투자에 달려 있는 것임을 우리는 독일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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