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일부 고교서 영어듣기 도중 ‘정전’…비상 매뉴얼 무용지물
  • 경기 = 서상준 기자 (sisa220@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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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등 비상상황 매뉴얼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A학교, 정전 복구 후 ‘재시험 고지’ 없이 시험 종료
"학교 측, 내신 반영 안될거라며 상황 모면하기 급급"
"교육청 보고 없어, 문제 될 거라 생각치 못한 듯"

4월18일 전국영어듣기평가 도중 경기 동탄지역 일부 고등학교에서 '정전'이 발생해 큰 혼란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전 등 비상 상황을 대비해 만들어 놓은 매뉴얼은 지켜지지 않았다.

시사저널 취재결과, 이날 오전 11시13분께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치러진 영어듣기평가 도중 동탄2신도시 일부 지역에 정전이 발생했다. 정전은 7분 가량 계속돼 해당 지역 대다수 고등학교가 피해를 봤다.

최근 경기 동탄의 일부 고등학교에서 영어듣기평가 도중 '정전'이 발생해 큰 혼란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동탄 A고등학교. ⓒ시사저널 서상준
최근 경기 동탄신도시 일부 고등학교에서 영어듣기평가 도중 '정전'이 발생해 큰 혼란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동탄 A고등학교. ⓒ시사저널 서상준

정전 등 비상상황을 대비해 학교마다 비상발전기가 설치되어 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일부 학교는 비상발전기가 고장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영어듣기평가 2주 전쯤 관할 고등학교에 공문을 보내 정전 등 비상 상황에 대비토록 지침을 전달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셈이다.

특히 일부 학교는 정전 복구 후 '재시험 고지' 없이 그대로 시험을 종료했다. 지침에는 일단 정전이 발생하면 학생들을 대기시켰다가 EBS 등 해당 시험 홈페이지에 업로드 된 문제로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

고교 3학년에 진학한 후 첫 시험을 준비했던 일부 학생들은 크게 반발했다. 동탄 A고 김아무개(18)군은 "고 3이 된 후 첫 시험이라 제대로 잠도 못자고 준비했는데 한순간에 무너진 느낌"이라며 "어떻게든 집중하려고 했지만 같은 반 친구들은 망연자실하며 책상에 엎드렸다"고 전했다. 최아무개(18)양은 "고3은 순간 순간이 긴장의 연속인데 학교에선 내신 반영 안될거라며 상황 모면하기만 급급했다"며 "시험이 끝난 후에도 (정전에 대한)명확한 설명이나 추후 조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는 상황이 심각해지자 "내신에 반영하지 않을테니 신경쓰지 말라"며 학생들을 안심시키기에 급급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번에 실시된 영어듣기평가는 필수 과정이지만, 내신 반영은 학교 재량에 맡겼다.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학교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있다. 이번 영어듣기평가 시험이 수행평가에 반영되지 않다보니 준비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A학교 관계자는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그날 비상발전기 작동이 안 됐다"면서 "이번 (영어듣기평가)시험이 수행평가에 반영이 됐더라면 다들 긴장을 했을텐데 (그렇지 못한 점이 있다)"라고 말을 흐렸다. 학교 측은 정전 후 매뉴얼을 재정비하는 등 비상회의를 개최하고, 시험은 정전되기 전까지 푼 13번 문제까지 채점하는 걸로 마무리했다.

경기도교육청은 A학교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영어듣기평가는 방송이 나가기 전까지 수학능력시험과 똑같이 보안이 유지되므로 중요하게 치러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확인해보니 학교 측의 대처가 미흡했다. (매뉴얼을)몰라서 그랬던 것인지 좀 더 조사를 해봐야겠다"면서 "영어담당 부장과 통화했는데 현재까지 교육청에도 보고하지 않았다.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치 못했나 보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서울 모 고등학교에서는 언어영역 듣기평가에서 문항이 뒤바뀌어 나오는 방송사고가 발생해 시험 종료 후 듣기평가를 다시 치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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