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검증 실패, 청와대 민정실에선 무슨 일이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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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수석 “사법개혁만 처리한다” 소문…‘PK 보이지 않는 손’ 지적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월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치경찰제 도입 당·정·청 협의에서 참석했다. ⓒ시사저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월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치경찰제 도입 당·정·청 협의에서 참석했다. ⓒ시사저널

현 정부 내에서 조국 수석은 상징적인 인물이다. 조 수석과 문재인 대통령은 둘 다 부산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고, 법학을 전공했다는 점과 대학 진학 후 운동권에 투신, 옥고를 치룬 점 등 삶의 궤적이 비슷하다. 대학 졸업 후 문 대통령은 법조인, 조 수석은 학자의 길로 갔지만, 두 사람 모두 ‘진보 지식인’이라는 숙명을 거부하진 못했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 역시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조 수석을 막강한 권한을 가진 민정수석에 발탁한 것은 개혁인사의 상징과 같았다. 야당이 사사건건 조 수석을 물고 늘어나는 데에는 이러한 정치적 계산법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조 수석에게 정치적 내상을 입혀야만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상처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청와대는 야당과 보수언론이 부실 인사검증의 모든 책임을 조 수석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을 정략적인 의도로 본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 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생각한 민정수석은 모든 권력을 틀어쥐었던 ‘박근혜 정부 때 우병우’가 아니다. 조 수석 스스로가 권력 욕심이 없다보니 민정수석실 내 역할 구분을 놓고 혼선은 있었지만, 확실한 건 조 수석이 인사 문제로 관계 기관에 연락한 게 단 한 건도 없었을 거라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역할론은 문재인 정부의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현재 민정수석실은 조국 수석 아래에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 김영배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김형연 법무비서관이 포진해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막강한 파워를 자랑한다. 민정비서관실이 국정과 관련해 시중의 민심을 파악한다면 반부패비서관실은 고위공직자 비리 조사, 법무비서관실은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한 법률 검토를 맡는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은 공직기강비서관실 소관이다. 이 안에 있는 인사검증팀이 각 정부부처에서 올라온 동향을 파악해 윗선에 전달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로 볼 때 민정수석실의 업무 범위는 문재인 정부 국정 전반에 걸쳐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민정수석이 막강 파워를 자랑한 것도 이런 구조적인 이유 때문이다. 구조상으로 보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육군 지상작전사령관 인사도 잡음 터져

문재인 정부 인사와 관련해서는 근거 없는 소문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단행된 군 대장급 장성 인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남영신 육군지상작전사령관 임명이다. 국방부 주변에서는 남 대장의 승진 기용을 파격으로 여긴다. 남 대장의 직전 보직은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기무사령부) 사령관. 기무사령관 출신이 대장에 기용된 것은 DJ정부 때인 1999년 이남신 대장 이후 20년 만이다. 더군다나 남 대장은 비육사 출신(ROTC 23기)으로 중장 시절을 특전사령관, 군사안보지원사령으로 지냈다. 야전군 사단장 경험은 2015년 3사단장이 유일하다. 

국방부 주변에서는 “당초 국방부는 ‘김운용 육참총장-서욱 지작사령관’을 건의했지만, 정작 청와대 검증과정에서 ‘서욱 육참총장-남영신 지작사령관’으로 바뀌었다”는 소문이 나온다. 남 지작사령관이 부산 동아대(교육학과)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군 인사의 보이지 않는 ‘PK 손’이 움직였으며, 조국 수석도 그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남 대장이 안보지원사령관으로 재직하면서 보고 체계 라인에 있는 조국 수석과 인연을 맺었다는 이야기가 국방부 주변에서 들리고 있다. 물론 이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2018년 9월1일 오전 경기도 과천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국군기무사령부)에서 열린 부대 창설식에서 남영신 초대 군사안보지원사령관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남 사령관은 올해 군 인사에서 육군 지상작전군사령관(대장급)으로 진급했다. ⓒ시사저널
2018년 9월1일 오전 경기도 과천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국군기무사령부)에서 열린 부대 창설식에서 남영신 초대 군사안보지원사령관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남 사령관은 올해 군 인사에서 육군 지상작전군사령관(대장급)으로 진급했다. ⓒ시사저널

청와대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조 수석은 통상적인 민정수석비서관과 업무스타일이 다르다. 상당부분 업무 권한을 실무자에게 위임했다는 것이다. 조 수석이 중점적으로 챙기는 일은 사법개혁으로 요약되는 검찰 개혁이다. 청와대에 들어올 때부터 조 수석의 미션은 분명했다는 후문이다. 조 수석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함께 쓴 대담집 《진보집권플랜》에서 “참여정부 때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으로 일하면서 검찰 개혁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참여정부가 칼을 휘두르려면 확실히 휘둘렀어야 하는데 어정쩡하게 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 칼이 다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돌아왔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진보·개혁 진영이 권력을 잡았을 때 검찰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파를 뒷조사하거나 먼지를 터는데 검찰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지나치게 이상적인 발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낭만적 민주주의’다. 법과 제도개혁은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사찰과 검증이라는 경계에서 어정쩡한 모습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소식을 종합해보면, 문재인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기초적인 조사부터 부실할뿐더러, 사실관계를 확인해도 본인 소명만 갖춰지면 ‘문제없음’으로 결론 내려진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경우 집권기간 동안 인사검증에 실패한 인원이 각각 11명이었는데, 문재인 정부는 2년도 되지 않아 이미 8명에 이른다. 조 수석을 비롯해 민정수석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실패한 인사검증 시스템은 정권의 지지도를 깎아먹는 요인이 되고 있다. 코드인사와 관련해서도 조 수석은 《진보집권플랜》에서 “코드인사는 나쁜 게 아니다. 정권을 잡았으면 자신의 정책을 펼치기 위해 소신과 베짱이 있는 사람끼리 호흡을 맞추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개혁에만 몰두하다보니 조직 장악력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조 수석 아래에 있는 4명의 비서관 간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정치권 출신인 백원우, 김영배 두 전‧현직 민정비서관에 비해 조직 장악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이 4월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시사저널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이 4월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시사저널

 

인사검증 실패하며 문 정부 지지율 빠르게 하락

조 수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수록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불을 보듯 뻔하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폭로가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의 단초가 됐다는 점은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장관 위주로 내각 진용을 짠 것 자체가 인사검증 문제를 키웠다고 말한다. 내각에 들어간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대거 민주당으로 복귀해야 한다. 청문회라는 기본적인 통과 과정이 전임 정부보다 많으면서 지금의 논란이 커진 점 또한 부정할 게 없는 사실이다. 물론 사법 개혁에 따른 검찰의 조직적인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 사법개혁을 적극 추진하던 주성영, 최인기 전 의원이 검찰수사를 받은 것은 조 수석 스스로가 너무도 잘 아는 사실이다. 두 전직 의원은 전임정부 시절 검찰의 경찰 수사권 지휘와 관련해 법 개정안을 내는데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런 이유로 훗날 검찰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때문에 여권은 조국 수석 사퇴의 뒤에는 사법 개혁을 반대하는 저항세력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 거 아니냐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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