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10대 살인범’ 父 “전문가 대처가 효율적…사법입원제 필요”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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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남 창원 10대 조현병 환자, 윗집 할머니 살해 피의자 아버지
본지에 “주변 사람들은 위험 판단 못해”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이웃 살해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병 환자 장아무개군(18)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장군은 4월24일 경남 창원시 한 아파트에서 윗집 할머니(75)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앞서 장군은 조현병 진단을 받고 약물을 복용해왔다. 

평소 간간이 이상증세를 보여 왔다는 장군은 사건 이후 경찰에 “할머니가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할머니와 내 머리가 연결돼 있다”며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군의 아버지는 4월25일 오후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지금 딱히 뭐라고 말할 상황이 아니다. 빨리 병원에 가서 약을 새로 받아와야 한다”고 했다. 

장군은 어머니와 떨어진 채 아버지와 둘이서 지냈다고 한다. 아버지는 유통회사에서 운수 일을 하며 아들을 보살펴왔다. 설득 끝에 아버지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4월24일 오전 10대 청소년이 위층에 거주하는 할머니를 숨지게 한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한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아파트 복도에 피해자의 혈흔이 남아있다. ⓒ 연합뉴스
4월24일 오전 10대 청소년이 위층에 거주하는 할머니를 숨지게 한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한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아파트 복도에 피해자의 혈흔이 남아있다. ⓒ 연합뉴스

그동안 장군이 약을 먹었는데도 증세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나?

“처방 받은 약이 잘 안 맞을 때가 있다. 일단 약을 복용하면 20일 정도는 정상인처럼 활동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잠이 부족하면 약을 먹어도 5~10일 정도는 예민한 상태가 지속됐다. 신경질을 부리거나 “약 안 먹어요” “밥 먹기 싫어요”라며 큰소리를 치곤 했다. 그렇다고 너무 강한 약을 먹이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축 처져있더라. 심하면 식물인간처럼 살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할머니에 대한 살해 징후는 없었나?

“약을 먹이는 동안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2017년 8월 할머니 측에서 ‘장군이 층간소음으로 괴롭다고 협박을 했다’며 처음 신고했다. (4월24일 시사저널 단독보도) 이후 할머니와 갈등은 없었나?

“그때가 조현병 진단을 받기 전이었다. (장군은 2018년 1월 ‘편집성 조현병’ 진단을 받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당시 아들이 할머니 집 유리창을 깨서 경찰이 출동했다. 내가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변상도 해줬고, 잘 정리됐다고 생각했다. 이후에도 아들이 서너 번 더 올라갔지만 약물치료를 받은 뒤로는 안 올라간 걸로 알고 있다. 할머니께서도 아들 문제로 나에게 따로 연락한 적은 없었다.”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권유했는데 장군이 거부해 통원치료를 받았다고 경찰이 밝혔다.

“나도 입원치료를 원했다. 내가 보살필 여건도 안 되고, 엄마도 곁에 없으니 아들 혼자 지내는 게 불안했다. 그런데 완강히 병원에 가기 싫다고 하더라. 강제로 입원시킬 방법도 없었다.”

일각에선 강제입원 여부를 법원이 판단하는 ‘사법입원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위험한 일을 저지를 것이란) 판단을 못 한다. 특히 나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문가들이 곁에서 대처해주는 게 효율적이다. 그게 환자 본인에게도 안심이 된다.”

보건당국으로부터 도움 받은 적은 없나?

“도움 받은 적도 없고, 도움을 청하려 해도 어디에 해야 하는지 몰랐다. 조현병 진단을 받기 전에는 어떤 병인지도 몰랐다. 답답하더라. 인터넷 검색해봐도 특별한 게 없고. 조언을 구할 데가 없었다.”

유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들이 아파도 내가 잘못한 건 맞다. 잘 보살피지 못한 내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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