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 사보임은 ‘위법’”…대의민주주의와 법치의 위기
  • 이명웅 변호사(법학박사·전 헌법재판소 부장연구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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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보임은 의장이 국회법 오해하고 재량권 남용한 것
“과거에도 그랬다”는 변명은 ‘시대착오적’

한 국가의 권력기관이 자유롭게 양심에 따라 권한행사를 하도록 보장하는 것은 국가라는 정치적 공동체의 존립목적인 국민전체의 공익 추구, 즉 ‘공공선(公共善)’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당파적 이익과는 대비된다.

법관들이 헌법 103조에 따라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여야 하듯이, 국회의원도 국가이익을 우선하며 양심에 따라 일해야 한다(헌법 46조). 만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자들이 당파적 이익에 빠지면, 공동체의 존립근거가 흔들려 국가는 와해될 것이다. 

당파적 이익이 누구 것이냐에 따라 정치적 공동체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소외된 국민의 공익 또한 담보해줄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는 최소한의 장치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과 오신환 의원이 4월25일 오후 사개특위 논의가 진행중인 국회 운영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유승민과 오신환 의원이 4월25일 오후 사개특위 논의가 진행중인 국회 운영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법치주의는 ‘당파 이익’ 막는 장치

법관은 국가기관이 아니지만 개개의 의원은 선거로 뽑힌, 헌법상 ‘국가기관’ 지위를 갖는다. 의원은 특정 지역에서 선출됐더라도 전 국민의 대표자이며 권한 행사에 있어 지역구민 등 그 누구로부터도 제약받지 않는다. (무기속 위임의 원칙) 의원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 법률안 심의·표결권이다. 

오늘날 많은 인구와 사회의 복잡함 때문에 정당은 국민과 국가의 중개자로서 ‘정치적 통로’의 기능을 한다. 다만 그 법적 성격은 특수한 ‘사적 결사’에 불과하다. 원래 현대헌법은 정당과 같은 당파 조직을 적대시했다. 미국 연방헌법 제정 시 연방주의자에게 분파(faction)의 존재는 당파적 이익 추구로 여겨졌다. 즉 입헌주의와 민주주의를 해칠 수 있는 경계대상이었다. 

우리 헌법도 8조에서 정당조항을 두게 되었다. 이는 정당 자체가 고상하고 소중해서가 아니라, 선거제도의 민주화와 국민주권을 실질적으로 현실화하고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 구현에 기여하는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92헌마37등). 그런데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한국에서 정당들이 얼마나 그러한 목적을 구현했나. 정당들이 얼마나 국민의 지지와 격려를 받았던가.

본질적으로 정당은 양날의 칼과 같이 위험한 조직이다. 그 강력한 힘은 때로 입헌주의와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다. 필자는 『헌법논총 13집』(‘헌법 8조의 양면성’·2002)을 통해 “헌법이 정당을 수용하고 지원하면서도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를 강하게 요구하고, 심지어 정당해산까지 예고한 것은, 당근과 채찍을 병행한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정당을 수용하고 보호하되 강령과 의사결정, 의원·대통령 후보 공천 등은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원이 정당 시녀 되지 않도록 해야

정당정치와 의원의 권한 행사가 부딪힌다고 해서, 정당 내부의 단체 의사 보호를 앞세워 국민의 대표자이자 국가기관인 의원의 자유로운 의사활동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의원 개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정당이 강제로 개입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 그 바탕엔 공천과정의 민주화가 깔려 있다. 국민이 뽑은 의원이 정당의 시녀가 되지 않도록 방어해야 한다. 

따라서 헌법과 국회법은 의원의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정당정치에서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정당정치의 효율성을 내세워 의원의 권한행사가 국민 전체의 이익과 양심을 저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입법자들의 대표자로서 누구보다 헌법과 법률에 정통해야 하고, 이를 올바로 해석하고 수호해야 한다. 그것이 국회의장이 당적을 가지지 못하게 한 근본 이유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정당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이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을 명백히 그 독자적인 소신을 이유로 소속 위원회에서 강제로 사임(퇴출)시키고, 그 정당의 다수의사에 순응하는 다른 국회의원으로 보임(대체)시킨 것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하나 참고하고자 한다. 헌재는 정당과 국회의장이 소속 의원(김홍신)의 위원회를 강제로 바꾼 사안(김홍신 의원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청구한 권한쟁의 사건)에서 다음 두 가지 이유로 청구인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렸다. (2002헌라1)

① 의원의 국민 대표성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도 특정 정당에 소속된 의원이 정당기속 내지는 교섭단체의 결정(소위 ‘당론’)에 위반하는 정치활동을 한 이유로 제재를 받는 경우, 의원 신분을 상실하게 할 수는 없으나 ‘정당 내부의 사실상의 강제’ 또는 ‘소속 정당으로부터의 제명’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당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소속 의원을 당해 교섭단체의 필요에 따라 다른 상임위원회로 전임(사보임)하는 조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정당 내부의 사실상 강제’의 범위 내에 해당한다.

② 오늘날 교섭단체가 정당국가에서 의원의 정당기속을 강화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정당소속 의원들의 원내 행동통일을 기함으로써 정당의 정책을 의안심의에서 최대한으로 반영하기 위한 기능도 갖는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국회의장이 국회의 의사(議事)를 원활히 운영하기 위하여 상임위원회의 구성원인 위원의 선임 및 개선에 있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고 그의 ‘요청’에 응하는 것은 국회운영에 있어 본질적인 요소라고 아니할 수 없다. 피청구인은 국회법 제48조 제1항에 규정된 바에 따라 청구인이 소속된 한나라당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을 서면으로 받고 이 사건 사보임 행위를 한 것으로서 그 절차·과정에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하여 재량권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나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문희상 국회의장(가운데)이 4월24일 오전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문제로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피해 이동하다 김명연 의원 등에게 막히고 있다. ⓒ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가운데)이 4월24일 오전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문제로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피해 이동하다 김명연 의원 등에게 막히고 있다. ⓒ 연합뉴스

헌재 결정이 ‘오신환 사보임’ 정당화 못하는 이유

그런데 지금 문제되는 오신환 의원의 경우, 위 결정을 근거로 의원의 상임위를 강제로 바꾼, 즉 특정 상임위원의 지위를 박탈하는 교섭단체 대표와 국회의장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위 헌재 결정엔 법리적·논리적 문제점이 있다. 헌재는 당론에 위반하는 정치활동을 한 이유로 제재를 받는 경우, ‘정당 내부의 사실상의 강제’ 또는 ‘소속 정당으로부터의 제명’은 가능하다고 본다. 이로써 사보임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당이 소속 의원을 내부적 제재나 제명하는 것은 사적 결사인 ‘정당의 내부 문제’이지만, 의원의 상임위원직을 박탈당하는 것은 ‘헌법과 국회법상의 중요한 문제’다. 후자는 정당정치와 대의민주주의, 또 의원의 국민 대표성과 자유로운 의정활동의 본질을 건드리는 문제다. 차원이 다르다. 즉 같은 헌법적 평가를 내리기가 부적절하다. 따라서 위 결정의 유추 논거는 설득력이 약하다. 

둘째, 위 헌재가 결정할 당시 국회법 48조는 국회의장의 국회법 위반여부를 명백히 판단할 아무런 구체적 규정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48조는 결정에 배치되는 규정을 명시적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사정이 다르다. 

위 헌재 결정에 적용된 국회법 48조는 교섭단체 대표의 요청과 국회의장의 선임만 있으면 사보임이 가능했다. 따로 요건에 관한 규정은 없었다. 그러므로 헌재는 김홍신 의원에 대한 사보임에 있어 ‘그 절차·과정에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하여 재량권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나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런데 헌재에 위 사건이 계류 중이던 2003년 초, 국회가 ‘임시회의 경우 사보임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등 국회법에 새 조항(48조 6항)을 추가했다. 이는 원칙적으로 임시회 기간에 사보임을 금지한다. 대신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얻은 경우’에만 허용하는 것이다. 

 

사보임은 법상 실체적·절차적 문제 있다

오신환 의원의 경우, 임시회 기간 중에 당한 사보임은 국회의장이 국회법을 잘못 해석하고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 명백하다. 이유는 다음 세 가지다. 

① 국회법 48조 6항은 위원에게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것을 예외적인 사보임 요건으로 규정한다. 여기서 ‘질병 등’의 뜻이 질병과 같이 위원에게 매우 이례적인 특수한 사정, 혹은 그와 유사한 법적 평가를 할 만한 사항을 의미한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입법자들이 잘 알 것이다. 그것이 법률용어에서 사용되는 ‘등’의 일반적 해석이다. 그러한 ‘등’의 해석에 정치적인 당파적 이유로 새로운 주관적 사항을 포함시키거나, 어느 정당의 다수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소속 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보임을 강행하는 정치적 사항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법해석에서 상식과 사회통념에 반하고 문리해석의 범위를 초월하는 자의적인 법해석이다. 

② 같은 조항 단서는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라고 규정하고, 따라서 단서가 적용되려면 ‘위원이 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교섭단체 대표가 위원의 위임 없이 허가신청을 할 수는 없다. 교섭단체대표가 만일 해당 위원의 위임 없이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하면, 자신이 ‘해당 위원’이라는 언어 모순이 초래된다. 나아가 이미 같은 조항이 1항의 개선절차, 즉 교섭단체 대표의 요청절차를 전제하고 있으므로, 다시 교섭단체 대표가 나서서 허가를 받는 것까지 중복해 전제할 이유도 없다. 

③ 입법 연혁상 2003년에 추가된 48조 6항은 위 사안에 대한 논란이 일자 입법자들이 스스로 임시회에서 사보임을 제한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입법은 사실상 헌재 판례를 변경하는 효과를 낳는다. 권한쟁의심판의 재판규범은 헌법뿐만 아니라 법률도 포함된다. 따라서 위 헌재결정 이후 국회가 개정한 국회법 규정에 따라 임시회 중 사보임의 요건을 강화하였으므로, 종전 헌재결정 논지는 중대한 사정변경으로 더 이상 선례로서 구속력을 지닐 수 없다.

 

정치권이 안 바꾸면 헌재가 나서야

결론적으로 오신환 의원의 경우, 패스트트랙 대상이 된 공수처 설치법안 등의 적정성과 상관없이 그에 대한 사보임은 헌법과 국회법상 중요한 실체적·절차적 문제를 갖고 있다. 국회의장이 무리하게 이를 강행한 것은 대한민국의 대의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불행한 선례가 될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다는 식의 변명은 시대착오적이다. 국회의장이 그러한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법해석의 전문적 검토도 없이 순식간에 이를 허용한 행위는 대의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수준에 열등감을 느끼게 한다. 입법자들 중의 입법자로서, 법해석과 헌법수호의 전문가여야 할 국회의장이 상식과 사회통념에 반하는 자의적이고 무리한 법해석을 한 것이다. 

그것이 자신과 관련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당파적 이해관계를 고려한 것이라면, 이는 국가라는 정치적 공동체의 존재 의미를 뒤흔드는 ‘당파성의 추구’와 다를 바 없다. 정치권이 지금이라도 이를 교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헌재가 또 한번 대의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본정신을 지켜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을 이행해주기 바란다.

※ 이 칼럼은 외부 필자의 의견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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