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PK) 사수 위한 여권의 3대 무기
  • 박석호 부산일보 서울정치팀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30 09:00
  • 호수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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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돈·정책 이벤트 총동원하며 민심 잡기 노력 중

더불어민주당이 4·3 재보선이 끝난 뒤 당 전략기획국 차원에서 매우 이례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민주당은 거의 매달 전국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과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등의 여론조사를 해 왔는데 이번엔 유독 부산·울산·경남(PK) 지역만을 따로 떼어 조사한 것이다.

이 여론조사는 이해찬 대표의 지시에 따라 민주당 전략기획국이 극비로 실시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22일 해양수산부 장관을 마치고 당에 복귀한 김영춘 의원(부산 진구 갑) 등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만찬 자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2월13일 부산을 찾아 김해신공항 문제에 대해 “검증 논의를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월13일 부산을 찾아 김해신공항 문제에 대해 “검증 논의를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청와대 제공

민주당, PK 대상 별도 여론조사

민주당이 PK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로는 특정 지역의 민심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없다면서 이번엔 PK에서만 1200명에 달하는 표본으로 민심을 조사한 것이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4·3 경남 창원 성산 및 통영·고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의미를 긍정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는 ‘사실상 참패’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부산 6명, 울산 1명, 경남 3명 등 모두 10명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활동하는 20대 국회보다 PK 지역에서 당세가 더 쪼그라들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PK 지역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 민주당은 영남에서의 영향력을 다시 상실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전으로 여야의 지역구도가 회귀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올해 1~3월 월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PK 지역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1월 39%, 2월 40%, 3월 35%(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였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긍정평가는 1월 47%, 2월 47%, 3월 44%였다. PK 지역 정당 지지율을 보면 여당인 민주당은 1월 32%, 2월 29%, 3월 30%였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월 24%, 2월 27%, 3월 32%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답보, 한국당은 상승세다. 총선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PK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PK 지역에 엄청난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다. 사람과 돈과 정책 이벤트라는 3가지 무기가 동시에 동원되고 있다.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부산 북·강서 갑)은 최근 당과 청와대의 주요 인사들과 함께 PK에 출마할 수 있는 범여권의 가용자원을 정리했다. 여기에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과 김외숙 법제처장 등 정부의 주요 포스트에 자리 잡고 있는 PK 인사들이 총망라돼 있다.

전 위원장은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인재 영입 가이드라인을 부산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정운영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정했다”며 “이 기준에 맞는 대표적인 인물이 조국 수석”이라고 말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저는 조 수석의 출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정부나 청와대에서도 아주 역량이 있는 분들이 내년 총선에 참여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 혜광고 출신인 조 수석 외에 거론되는 청와대 인사들은 김영배 민정비서관(부산 브니엘고), 윤건영 국정상황실장(부산 배정고), 도규상 경제정책비서관(부산 배정고) 등이 있다.

정부에는 김외숙 법제처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김 처장은 경북 포항 출신이지만 문재인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법무법인 ‘부산’에서 오랫동안 인권·노동 분야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앞서 류영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올 초 부산으로 내려갔고,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후임만 구해지면 언제든 자신의 지역구(해운대 을)로 갈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정부·여당이 PK에 쏟는 정책적 지원도 무시하지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연말부터 올해 2월까지 차례로 경남, 울산, 부산을 직접 찾아 경제 행보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3일 경남 창원에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심사가 진행 중인 남부내륙고속철도를 언급하며 “지역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예타 면제를 곧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예타 면제 대상사업을 지난 1월29일 공식 발표했는데 문 대통령은 경남의 숙원사업에 대해 한 달 앞서 예타 면제를 약속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2월13일 부산을 찾아 김해신공항 문제에 대해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의 뜻이 하나로 모아진다면 결정이 수월해질 것이고, 만약 생각들이 다르다면 부득이 검증 논의를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울·경 3개 시·도는 그동안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새로운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위해 국무총리실의 검증을 요구해 왔는데 이를 수용한 것이다. PK의 야권 인사들은 문 대통령의 지역 방문에 대해 “말이 경제 행보지 사실상 선물 공세였다”고 비판했다.

얼마 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부산에서 예산정책협의회(3월13일)를 열어 “김해신공항을 관문공항으로 결정한 국토교통부보다 총리실이 주관해 재검토해야 하며 후속 조치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부·울·경 3개 시·도는 4월24일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 최종보고회를 열고 ‘김해신공항 백지화 및 총리실의 재검증’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부산의 여당 인사는 “부·울·경이 이 정도로 나가는 것이 위쪽(당·청 고위급)과의 교감 없이 진행될 수 있겠느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도 부산에서 개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개최되는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를 PK로 내려보낸 것도 예사롭지 않다. 정부는 ‘2019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가 11월25~26일 부산에서 개최된다고 최근 밝혔다. 10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것은 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초청될 가능성도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김 위원장이 총선을 불과 5개월가량 남겨놓고 부산을 찾는다면 그야말로 PK 여당으로서는 ‘대박’이다. 물론 김 위원장이 오지 않더라도 전혀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여권의 PK 접수 전략이 내년 총선에서 과연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민주당이 영남의 또 다른 축인 대구·경북(TK)에 대한 고려 없이 PK에 전력투구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21대 총선에서 PK에서 이길 경우 한국당을 사실상의 ‘TK 자민련’으로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당은 위상추락과 외연축소가 불가피하고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이 훨씬 용이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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