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화력발전소, 천연동굴 나왔는데 공사 ‘ing’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4.30 11:00
  • 호수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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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화력발전소, ‘부실 환경조사’ 의혹…삼척시, 기초조사 결과 비공개 입장 고수

삼척 포스파워 화력발전소 건설 부지에서 최근 천연동굴이 발견된 가운데, 시사저널 취재 결과 해당 동굴의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는 기초조사 결과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삼척시는 지난해 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천연동굴이 발견되자 올해 1월부터 동굴 규모 및 생태계 등을 조사해 왔다. 조사를 통해 동굴의 보존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날 경우 인근의 화력발전소 건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재계와 환경단체는 조사 결과를 주시해 왔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기초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척 화력발전소 부지 인근에서 발견된 동굴은 최소 ‘지방문화재급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척시는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고도 지역사회에 관련 세부내용을 알리지 않고 있다. 화력발전소 건설이 천연동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공사는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발전소 시행사인 포스파워와 삼척시가 환경조사를 부실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삼척 화력발전소 건설 부지에서 천연동굴이 처음 발견된 건 지난해 8월이다. 부지 가장자리를 정리하던 현장 노동자가 처음 발견했다. 당시 나온 동굴의 규모는 지름 3m, 길이 70m 정도로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넉 달 뒤인 12월 건설 현장 인근에서 지름 3m, 길이 600m의 대규모 동굴이 또다시 발견되면서, 공사 현장에 ‘이상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매장문화재법에 따르면 건설공사로 훼손될 수 있는 매장문화재를 사전에 파악하고 매장문화재가 발견되면 보호조치를 내려야 한다. 이에 따라 시공사와 감독기관이 해당 절차를 허술하게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삼척 화력발전소 부지 인근에서 발견된 천연동굴 입구 ⓒ 환경운동연합
삼척 화력발전소 부지 인근에서 발견된 천연동굴 입구 ⓒ 환경운동연합

동굴 길이만 1km…“천연기념물 준하는 가치”

삼척시는 올해 1월 부랴부랴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천연동굴이 발견된 부지 소유주인 포스파워와 인근에 광구를 두고 있는 삼표시멘트, 쌍용양회 등과 협의를 거친 뒤 전문기관인 한국동굴연구소에 기초조사를 의뢰했다. 동시에 동굴 주변에서 석회석을 채굴해 왔던 삼표시멘트와 쌍용양회는 일부 구간에 대한 발파작업을 중지했다. 다만 동굴과 약 300m 떨어진 화력발전소 건설은 중단하지 않기로 했다. 환경단체 등이 발전소 건설도 잠정 중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자, 당시 삼척시는 “나타난 (동굴의) 규모는 모두 추정치”라며 기초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호구역 등을 판단하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 뒤 약 두 달간 기초조사가 진행됐고, 최근 그 결과가 나왔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기초조사 결과 동굴등급표에 따르면 삼척 화력발전소 건설 부지에서 발견된 천연동굴은 길이 1310m로 ‘나 또는 가’ 등급을 받았다. 천연동굴의 등급은 통상 5단계로 분류된다. ‘가’ 등급은 천연기념물, ‘나’ 등급은 시·도지정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동굴, ‘다’ 등급은 문화재자료적 가치가 있는 동굴, ‘라’ 등급은 매장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동굴, ‘마’ 등급은 학술적, 문화재적 가치가 없는 동굴을 뜻한다. 천연동굴의 지질학적·생태계적 가치를 평가하는 다양한 기준 중 단 하나의 항목이라도 ‘가’ 등급을 받는다면 해당 동굴은 천연기념물로 인정받는다.

삼척 화력발전소 인근에서 발견된 천연동굴은 총 3개 항목에서 ‘가 또는 나’ 등급을 받았다. ‘동굴생성물의 다양성과 성인적으로 특이한 형태의 분포와 발달정도’ ‘동굴의 형태 및 미지형의 지질학적 가치, 동굴의 성인을 알려주고 과거 환경을 알려주는 동굴의 단면 및 미지형’ ‘동굴 내 퇴적물의 가치, 과거 퇴적환경을 알려주거나 고기후를 알려주는 퇴적물’ 항목에서 천연기념물, 적어도 시·도지정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척시가 해당 결과를 관련 기업 및 유관 기관과만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 세부 내용은 철저히 ‘비공개’에 부치고 있다. 천연동굴의 기초조사 시작은 공개했지만 그 결과는 알리지 않는 것을 두고, 삼척시와 포스파워 측이 화력발전소 공사의 ‘잡음’을 우려해 환경평가 공개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도 있다.

환경단체 “조사 과정·보존 계획 공개해야”

이에 대해 삼척시 문화공보실 관계자는 “시로서는 (동굴이) 문화재로 지정받는 게 좋다. 이를 나쁘게 바라볼 이유가 전혀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기초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문화재청에 아직 관련 보고가 올라가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기초조사 결과를 공개하면 문화재 검토 과정에서 혼란을 부추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아직 (동굴의 등급이) 최종 확정된 단계도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설계도상에는 발전소 내 오염방지시설 등이 동굴 입구 인근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칫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진동이 동굴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삼척시 관계자는 “발전소 부지가 동굴보다 지형이 낮고 위치도 광산에 비해 떨어져 있어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근거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에 해당 관계자는 “현재 전문가들과 발전소와 동굴 간 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어 다음 달 중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삼척 화력발전소 내 천연동굴의 가치가 알려지면서 국내 환경단체 및 지역주민들의 단체행동도 예고된다. 배여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삼척시와 문화재청 등 당국은 (천연동굴) 조사 과정과 보존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과정에 주민 참여도 보장해야 한다”며 “부실한 환경평가가 계속될 시 지역주민 및 국내 환경단체들과 기자회견 등을 추진해 해당 문제의 심각성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각종 ‘잡음’ 끊이지 않는 삼척 화력발전소  

삼척 화력발전소를 두고 발생한 잡음은 동굴뿐만이 아니다. 삼척 화력발전사업은 2013년 7월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으며 2017년 12월29일 발표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건설이 확정됐다. 이후 2018년 삼척시, 동해시 등 발전소 영향권역 내 거주하는 시민 785명은 해안침식과 대기오염 등을 이유로 발전사업 최종허가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삼척 화력발전소 인허가 과정에서 약 1조2000억원대의 특혜를 포스파워가 특정 관광사업자에게 주기로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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