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범LG가 3세 소유 LK보험중개에 수백억대 ‘통행세’ 몰아주기 논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04.30 13:00
  • 호수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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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GS·LS·LF·LB 등 5개 그룹이 2500억원대 보험 가입…LK보험중개 “정상적인 절차로 일감 수주”

LG가(家)에서 ‘보험 통행세’ 논란이 불거졌다. 방계 회사인 LK그룹 구본욱 대표 소유의 보험중개업체가 LG그룹 계열사의 법인 보험 중개를 전담토록 해 거액의 수수료 매출을 올리도록 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는 그동안 재벌가에서 ‘애용’돼 온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 방식 중 하나다. 이 때문에 국회에선 최근 보험 일감 몰아주기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논란이 눈길을 끄는 까닭은 구 대표에 대한 ‘지원사격’에 ‘범(汎)LG’로 분류되는 그룹이 5곳이나 동원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그룹이 보험 일감 몰아주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LK보험중개 사무실. 작은 사진은 구본욱 LK그룹 대표 ⓒ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LK보험중개 사무실. 작은 사진은 구본욱 LK그룹 대표 ⓒ 시사저널 최준필

보험 몰아줘 챙긴 수수료, 38개월간 154억원

논란의 중심에 선 업체는 LK보험중개다. 구본욱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범LG가 3세인 그는 고(故) 구철회 LG 창업 고문의 차남인 고(故) 구자성 LG건설(현 GS건설) 사장의 장남이자,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육촌이기도 하다. 구 대표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서 근무해 오다 2015년 LIG손해보험을 KB국민지주에 매각하기 직전 LIG투자자문(현 LK자산운용)을 가지고 독립했다. 구 대표는 현재 LK자산운영과 LK보험중개 외에 LK투자파트너스와 LK앤컴퍼니 등 기업 경영도 맡고 있다.

LK보험중개는 2015년 10월부터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시작했다. 이 회사 주요 사업인 보험중개업은 보험가입이 필요한 법인과 보험사를 연결해 주는 업무를 담당한다. 업계에 따르면 보험 중개 수수료율은 업무 난이도에 따라 보험액의 최저 3%에서 최고 18%까지 책정된다. 국내에선 기업이 보험을 들 때 보험중개사를 통하는 비중은 1% 전후에 불과하다. 이 시장을 놓고 20여 개 보험중개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조다. 중개 성공 시 보험사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보험중개업체의 매출이다.

영업 시작 첫해(10~12월) 4억3419만원에 불과하던 LK보험중개의 수수료 매출은 이후 수직상승했다. 2016년 43억426만원에서 2017년 83억3224만원, 지난해에는 106억3651만원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이로 인해 설립 당시 9억원대이던 LK보험중개 총자산은 지난해 110억원대로 11배 이상 불어났다. 이처럼 급격한 사세 확장은 사실상 ‘집안’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LG·GS·LS·LF·LB 등 범LG그룹 계열사들의 보험 중개를 수의계약을 통해 사실상 독점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LK보험중개 내부 자료엔 이런 내용이 상세히 담겨 있다. 자료에 따르면, 5개 범LG그룹 가운데 LK보험중개에 가장 많은 보험 일감을 넘겨준 건 LG그룹이었다. ㈜LG·LG디스플레이·LG유플러스 등 모두 14개 계열사가 LK보험중개를 통해 보험에 가입했다. GS그룹은 GS칼텍스·GS홈쇼핑 등 5개 계열사가, LB그룹(엘비루셈)·LS그룹(LS전선)·LF그룹(㈜LF)은 1곳씩 LK보험중개와 거래했다. 이들 기업이 가입한 보험의 종류는 기업종합보험·배상책임보험·기계조립보험·공사보험·해외운송보험·운송적재물보험 등 다양했다.

범LG그룹들이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LK보험중개를 통해 가입한 보험의 전체 액수는 2510억원에 달했다. 이를 통해 LK보험중개가 올린 수수료 매출은 140억85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수료 매출의 59.3%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 2억2500만원(연매출 내 비중 52.0%)에서 2016년 26억9900만원(62.6%), 2017년 48억3000만원(58.0%), 지난해 63억3100만원(59.5%) 등이었다.

액수만 놓고 보면 여느 재벌가의 일감 몰아주기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험중개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보험중개사의 수수료 매출의 경우 다른 사업 분야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LK보험중개의 2017년과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각각 51.55%(영업이익 42억9551만원)와 45.31%(48억2023만원)에 달했다. 국내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 전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LK보험중개의 통행세 논란은 단순히 윤리적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공정거래법은 다른 사업자와 직접 거래하는 게 유리한데도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보험업법도 다른 모집 종사자의 명의로 보험계약을 모집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관건은 매개 회사가 실질적인 역할을 했는지 여부다. 만일 역할이 없어 ‘경유계약’으로 판단되면 공정거래법상 처벌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LK보험중개의 실질적인 역할은 있었을까. 업계에서는 경유계약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보험중개사는 보험 중개를 맡으면 통상 보험사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친다. 가장 유리한 조건을 내세우는 보험사를 선택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LK보험중개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대부분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과 계약이 이어졌다. KB손해보험은 특히 LK보험중개의 범LG가 기업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인정, 최고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 중개 통행세, 재벌가 편법 대물림 관행

총수 일가가 설립한 보험중개업체에 보험 일감을 몰아줘 ‘통행세’를 챙기게 하는 것은 그동안 재벌가에서 악용돼 온 편법 대물림 방식이다. 앞서 2017년 국정감사에서도 CJ그룹의 사례가 도마에 올랐다. CJ그룹 계열사들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손경식 CJ그룹 회장 친인척이 운영하는 보험대리점에 2133억원의 보험 중개 일감을 넘겨준 사실이 밝혀진 데 따른 것이다. 이를 통해 손 회장의 친인척이 챙긴 수수료는 218억9000만원에 달했다. CJ그룹 계열사들의 보험 계약도 LK보험중개와 마찬가지로 모두 삼성화재와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행태가 근절되지 않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4월10일 이른바 ‘대기업 친인척 보험일감 몰아주기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재벌 총수 일가의 친인척 등이 운영하는 보험중개사에 보험 일감을 몰아줘 수수료를 과다 취득하는 행위를 막는 것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LK보험중개 영업활동에는 제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통행세 논란과 관련해 LK보험중개 관계자는 “범LG그룹 계열사들과 거래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특혜가 아닌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일감을 수주한 것”이라며 “모든 범LG그룹 계열사들과 거래하고 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LK보험중개의 태생 자체도 범LG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보험 일감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며 “실제 LG 계열 외에 다른 기업들의 보험 중개 물량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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