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교육감 “앞으론 진로가 입시 동의어 되지 않을 것”
  • 경기취재본부=서상준·박승봉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30 15:00
  • 호수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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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5년째 경기도 교육 짊어진 이재정 교육감 “가능한 한 다 해보고, 실패도 해봤으면…”

“앞으로는 진로가 입시의 동의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진로는 꿈을 찾아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경기도 교육을 5년째 책임지고 있는 이재정 교육감의 경험적 철학이자 소신이다. 이 교육감은 4월24일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5년간 학생들을 만나보니 자기 꿈이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가능한 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보고, 실패도 좀 해 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 교육감은 자신의 교육철학이 담겨 있는 ‘경기혁신교육 3.0’을 아직 진행 중이라며, 미래 경기교육의 청사진을 ‘그린라이트’로 표현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혁신교육의 일환으로 ‘꿈의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인권 보장과 자율권을 확대하고, 학생 스스로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뒀다.

ⓒ 경기도교육청
ⓒ 경기도교육청

경기도교육청에서 유일하게 ‘꿈의학교’와 ‘꿈의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성과와 앞으로 방향에 대해 설명해 달라.

“꿈의학교는 학교 안팎의 학생들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기획·운영하는 학교 밖 교육 활동이다. 올해 운영되는 꿈의학교는 1908개로 지난해(1140개)보다 60% 가까이 늘었다. 구체적으로 ‘학생이 찾아가는 꿈의학교’ 892개, ‘마중물 꿈의학교(예비 꿈의학교)’ 262개, ‘학생이 만들어가는 꿈의학교’ 754개로 정리되는데, 이 가운데 학생이 직접 운영하는 ‘학생이 만들어 가는 꿈의학교’가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는 것이 놀라운 성과로 볼 수 있다.”

경기도교육은 학생이 학습 동기를 찾고 학생 스스로 꿈꾸고 도전하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꿈의학교와 꿈의대학은 경기도교육청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일치한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꿈의학교에 참여하는 학생은 3만8923명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꿈의학교에 대한 도민과 학생들의 관심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을 개설해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재정 교육감의 핵심 공약 하면 ‘고교평준화 확대’가 먼저 떠오른다. 지금까지 추진 성과는.

“현재 도내 고교평준화 지역은 모두 12곳(수원·성남·안양·과천·군포·의왕·부천·고양·광명·안산·의정부·용인)이다.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아직 절반 정도가 비평준화 지역이다. 그러나 여러 지역에서 고교평준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4월17일 ‘김포고교평준화 추진단’이 고교평준화를 요구하는 시민 청원서를 경기도교육청에 냈다. 화성시와 평택시도 지난 2015년과 2018년에 고교평준화 도입 청원서를 제출, 현재 고교평준화 도입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평준화 청원’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두고 고교평준화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고교평준화는 고교 입시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고교 서열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김포·화성·평택 등 청원서가 접수된 지역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지역 특색에 맞는 고교평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고교평준화 여론 형성을 위한 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2학기부터 고교 무상교육, 무상급식이 전면적으로 실시된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되나.

“올해 2학기(9월)부터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이 시작된다. 이후 2021년이면 모든 학년이 고교 무상교육 혜택을 받게 된다. 고교 교육이 이제라도 국가 책임으로 시행된 점은 정말 다행이다. 

다만, 경기도교육청이 무상교육 예산을 감당하기에 부담이 굉장히 크다. 당장 올해 2학기 고교 무상교육은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소요되는 예산이 1011억원이다. 여기에 무상급식비(1493억원)를 포함하면 25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기존 저소득층 감면·지원액을 제외하면 조금 줄어들겠지만 상당한 액수다. 또한 2021년 전 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시행하려면 무상교육비와 급식비를 합쳐 1조74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간다. 고교 무상교육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서는 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이 인상돼야 한다. 기존 경기도교육청 예산은 초·중학교 교육을 위해 배정된 예산이다.”

국회는 고교 무상교육 재원 확보를 위해 교부금 교부율을 0.87%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관련 법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이후 ‘통일’이 주요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학생들에게 올바른 통일관을 일깨워주기 위해 필요한 교육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과거 통일교육은 사실상 안보교육 중심이었다. 국가가 정해 준 안보, 통일의 개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그쳤다. 그러나 통일시대의 주역인 우리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통일의 개념을 정의하고 다가올 평화 통일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 

이에 맞춰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중심·체험중심 통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통일시민교과서를 제작해 교과과정에 활용하고 있으며, 통일을 주제로 한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 등 접경지역에서 통일 체험학습을 진행한다. 경기도교육청은 분단의 현실과 평화통일의 필요성을 온몸으로 느끼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다. 조언을 해 준다면.

“지난 5년(2014년 첫 교육감)간 학생들을 만나보니 자기 꿈이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자기 꿈에 대해 말할 기회,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학생들에게 진로는 그저 어떤 대학에 입학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진로가 입시의 동의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진로는 꿈을 찾아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생들의 ‘꿈을 찾는 과정’을 열렬히 응원하고 지원하고 있다. 가능한 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보고, 실패도 좀 해 봤으면 좋겠다. 우리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꿈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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