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은사 통행료, 32년 만에 폐지
  • 전남취재본부 전용찬 기자 (sisa615@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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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천은사 노고단길 산문 32년 만에 개방 …전남도, 29일 환경부·문화재청·천은사 등과 협약

전남 구례 천은사 노고단길 산문이 32년 만에 개방됐다. 지리산 노고단에 오르는 길목인 천은사 앞길에서 받던 ‘통행료’가 완전히 사라지면서다.

전남도는 4월29일 구례 천은사에서 환경부, 문화재청, 천은사 등 8개 관계기관과 구례 천은사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 폐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 직후부터 천은사는 입장료를 폐지하고, 지방도 861호선의 사찰 입구에 위치한 매표소도 철수할 방침이다. 이로써 ‘산적 통행료’ 논란까지 불러왔던 지리산 탐방객과 사찰 간 입장료 징수를 둘러싼 갈등이 10여 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전남 구례 천은사 ‘공원문화유산지구 산문 개방 관계기관 업무협식’이 29일 오전 구례 천은사에서 열린 가운데 김영록 전남도지사, 이용재 전남도의회 의장, 박종호 한국농어촌공사 전남본부장, 권경엽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김현모 문화재청 차장, 박천규 환경부 차관, 김순호 구례군수, 덕문 화엄사 주지, 종효 천은사 주지 등 참석자들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전남도
전남 구례 천은사 ‘공원문화유산지구 산문 개방 관계기관 업무협식’이 29일 오전 구례 천은사에서 열린 가운데 김영록 전남도지사, 이용재 전남도의회 의장, 박종호 한국농어촌공사 전남본부장, 권경엽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김현모 문화재청 차장, 박천규 환경부 차관, 김순호 구례군수, 덕문 화엄사 주지, 종효 천은사 주지 등 참석자들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전남도

1600원 받던 천은사 통행료 29일부터 ‘0’원

천은사는 조계종 소속 화엄사 아래 있는 절로, 화엄사·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사찰로 꼽히는 곳이다. 천은사는 1987년부터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관람료를 지리산국립공원 입장료와 함께 매표소에서 징수해왔다. 천은사 매표소는 절 바로 앞이 아닌, 사찰과 1km 정도 떨어진 구례군 광의면 861번 지방도로에 있다. 이 길은 지리산 노고단을 갈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이다.  

문제가 불거진 건 2007년 국립공원입장료가 폐지되고 나서다. 폐지 이후에도 천은사 측은 절 방문 여부와 상관없이 매표소를 통과하는 탐방객 모두에게 입장료를 꼬박꼬박 징수해왔다. 심지어 차를 타고 지방도로를 지나는 경우에도 1인당 1600원씩을 거둬 탐방객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천은사 측은 “매표소 일대 지방도를 포함하는 땅까지가 모두 천은사 소유기 때문에, 단순 통행세가 아니라 문화재 관람료 및 토지 관리 비용”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2010년과 2013년 탐방객 105명과 참여연대 등은 각각 천은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천은사 측은 입장료를 없애지 않았다. 그러자 청와대 게시판에는 천은사 통행료를 규탄하는 청원이 최근까지 20건 넘게 올랐다. 한 청원자는 “자동차를 타고 절 구경 가는 것도 아닌데 통행세를 납부해야 하냐”며 “신종 산적”이라고 날을 세웠다.

전남 구례군 광의면 861번 지방도로에 위치한 천은사 매표소 ⓒ시사저널 전용찬
‘철수되기 직전’ 4월 29일 오전, 전남 구례군 광의면 861번 지방도로에 위치한 천은사 매표소 모습 ⓒ시사저널 전용찬

상생협약으로 2007년부터 불거진 통행료 논란 종지부

논란이 커지자 전남도 등 관계당국과 천은사 측은 협상에 나섰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해 10월 천은사 주지인 종효스님을 직접 만난데 이어 관계기관들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했다. 갈등은 불거진지 10여 년 만에 전남도, 천은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상생협약으로 일단락됐다. 

천은사가 입장료 징수를 멈추는 대신 전남도가 사찰 소유 지방도 861호선 부지를 매입하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천은사 주변 탐방로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문화재청도 문화재 보수와 천은사 운영사업 등 관광자원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날 맺은 협약은 구례 천은사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 폐지’와 ‘지리산 권역 관광 활성화’에 방점이 찍혔다. 주요 내용은 △천은사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 폐지 △탐방로 및 무장애 탐방로 사업 지원 △천은사 운영 기반 조성사업 지원 △지방도 861호선(천은사 구간) 도로부지 매입 △문화재 보수 및 관광자원화 지원 △천은사 활성화를 위한 문화행사 지원 △천은제 토지사용 허가 등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환경부와 문화재청, 천은사 등 관계기관이 협력해 천은사 산문 개방이 이뤄져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관광 구례’, ‘관광 전남’ 발전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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