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끝에 패스트트랙 성사…한국당, 장외투쟁 예고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4.3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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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회의장 바꿔가며 새벽 1시쯤 상황 마무리
황교안 “文대통령 무릎 꿇는 날까지 싸우겠다”
4월30일 오전1시쯤 패스트트랙 지정 직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항의의 표시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밖에서 드러누워 복도를 점거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4월30일 오전1시쯤 패스트트랙 지정 직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항의의 표시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밖에서 드러누워 복도를 점거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선거제·개혁법안이 진통 끝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자유한국당의 강한 반발에 여야간 긴장 국면은 2라운드로 흐르는 모습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4월29일 전체회의를 열고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의결했다. 이날 국회 본청 604호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는 정개특위 재적위원 18명 가운데 한국당(6명)을 제외한 여야 4당 소속 의원 12명이 투표에 참여해 패스트트랙 지정에 찬성표를 던졌다. 의결정족수인 5분의 3(11명)을 충족했다.

앞서 정개특위 전체회의는 한 차례 개의 시간을 연기하고 회의 장소를 바꾸는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 속 예정 시간보다 20분이 지난 오후 10시50분쯤 열렸다. 회의 장소가 당초 공지된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본청 445호)에서 정무위원회 회의실(본청 604호)로 바뀐 걸 뒤늦게 알게 된 한국당 의원들은 격렬히 항의하며 회의장에 입장했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시간25분간의 의사진행 발언 끝에 4월30일 오전 0시 20분쯤에야 선거제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안 무기명 투표를 시작했다. 심 위원장은 패스트트랙 지정이 가결된 직후 "오늘 이후 최장 330일이 걸리지만, 내년 총선 일정을 감안해 연내에 선거제 개혁안이 최종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방금 전 제가 두드린 의사봉은 개혁의 망치이자,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증오의 정치를 뚫고 죽어가는 정치를 되살리는 희망의 망치"라고 밝혔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도 4월29일 오후 10시52분쯤 전체회의를 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2건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의결했다.

회의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뒤로하고 1시간가량 진행됐다. 애초 국회 본청 220호에서 개의할 예정이었으나, 한국당의 회의장 봉쇄에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소리 없이 옮겨간 끝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장인 507호에서 열렸다. 회의 시작 후에도 소란은 계속됐다. 사개특위 위원장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반발하는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수차례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며 경고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동의안 무기명 투표에는 민주당 8명,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 등 의원 11명이 참여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전체 사개특위 재적 위원 18명 중 5분의 3 이상인 11명이 찬성하면서, 역시 의결 정족수를 맞췄다. 한국당 사개특위 위원들은 회의에 참석해 의사진행발언 등을 이어갔으나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패스트트랙 지정이 결정되면서, 공수처법 2건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특위 심사,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본회의 부의 등의 절차를 거쳐 최장 330일 후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번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성사를 위해 공조해온 여야 3당(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최종 법안 처리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한편, 패스트트랙 지정 직후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항의의 표시로 정개특위 회의장 밖에서 드러누워 복도를 점거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저와 한국당은 지금 눈물을 머금고 떠날 수밖에 없지만, 전국을 돌며 이 정권의 독재 실상을 낱낱이 알리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앞에 무릎 꿇는 그 날까지 투쟁하고, 투쟁하고, 또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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