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두 개의 대한민국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6 10:00
  • 호수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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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두 나라입니다. 한 나라가 아닙니다. 영토로서는 하나지만 내용적으로는 아닙니다. 하나는 ‘진보의 대한민국’입니다. 다른 하나는 ‘보수의 대한민국’입니다.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쳐 있습니다. 진보는 보수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적폐 세력’입니다. 보수도 진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친북 세력’입니다. 오로지 자신들만 옳고 상대는 잘못됐다고 주장합니다. 서로 잘한 점이 있고 잘못한 점도 있을 텐데 상대만 비난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는 것도 지겨울 정도입니다. 때로는 자신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대의 주장을 받아들일 법도 한데 그러지 않습니다. 임계점을 넘었습니다. 갈등과 분열이 일상화됐고 모욕과 비난이 낯설지 않습니다. 의회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교과서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수도권의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비수도권의 대한민국’도 있습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토 균형발전을 추진한 지가 꽤 됐는데 지방의 아우성은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지방 6대 도시의 아파트 중위가격 차이가 5억8537만원까지 벌어졌습니다. 역대 최대입니다.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비수도권이 반발하는 것은 살려달라는 호소입니다. 비수도권 변호사시험 합격자 통계에서도 수도권과 지방 대학 간 서열화가 고착되는 흐름을 보입니다. 그러나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붕괴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부자의 대한민국’과 ‘빈자의 대한민국’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소득은 늘고 있지만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 간 차이는 더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5.47배에 달했습니다. 격차가 2003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세대 간 갈등도 이미 하나의 뚜렷한 전선을 형성했습니다. 이념-경제-세대-지역으로 양극화됐고 해소되기보다 오히려 심화되는 분위기입니다.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는 실종됐습니다. 통합적 리더십이 보이지 않습니다. 협상 당사자들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거대 양당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오히려 상대를 거친 말로 비판합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갈등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개의 대한민국을 하나의 대한민국으로 통합·조정할 리더십을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은 당분간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적’으로 보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정치의 복원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여야 대표끼리 또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 밤낮없이 만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번 호에서도 알찬 기사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통일교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고발자 인터뷰와 고 문선명 총재의 7남이 어머니인 한학자 총재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낸 고소장 내용을 중심으로 커버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10문10답으로 최근 ‘패스트트랙 정국’을 쉽게 풀어보았습니다. 지방공항들의 부실 실태, 마약 수사에 바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르포도 보도합니다. 이제 더워집니다. 건강 잘 챙기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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