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130일 때 해야 할 일 4가지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5 09:00
  • 호수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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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mmHg부터 고혈압
생활습관 개선 등 관리해야

적어도 자신의 혈압이 130mmHg일 때부터는 고혈압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인 혈압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혈압은 아니지만, 정상 수치보다 높은 혈압(120~139mmHg)도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은 고혈압을 ‘140mmHg 이상’에서 ‘130mmHg 이상’으로 수정했다. 장우진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수축기 혈압(높은 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유지하면 좋다는 게 국내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만일 자신의 혈압이 130mmHg를 넘어서면 고혈압으로 진행한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인 관리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고혈압 환자도 약물 등으로 치료하면 3분의 1은 정상 범위로 혈압을 조절할 수 있고, 고혈압 전(前)단계라면 약물 없이도 몇 가지 생활습관 개선으로 더 수월하게 혈압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혈압 1100만 명 시대다. 2018 한국 고혈압 현황 자료(국민건강영양조사 1998~2016)에 따르면, 한국인 성인의 29%가 고혈압이다. 성인 3명 중 1명은 고혈압인 셈이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질병부담연구(GBD)가 2013년 모든 사망 위험요인을 분석한 결과, 고혈압이 1위에 올랐다. 흡연(2위), 과일 섭취 부족(3위), 비만(4위), 당뇨(5위)보다 고혈압에 의한 사망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심장학회는 2017년 고혈압 기준을 ‘수축기 혈압 130mmHg 이상’으로 수정했다. 국내 고혈압 기준은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이다. 

정상 혈압은 국내외 모두 ‘120/80mmHg 미만’이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정상혈압이란 심뇌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이 가장 낮은 최적의 혈압을 의미한다. 이 말은 혈압이 높아지면 심뇌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혈압이 높아져도 증상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고혈압은 대표적인 무증상 질환이어서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증상이 없기 때문에 고혈압을 방치하기 쉽다. 또 고혈압 진단을 받아도 당장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혈압이 높다는 자체가 각종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킨다. 치명적인 손상이란 뇌졸중, 심부전증, 관상동맥질환(협심증, 심근경색 등), 신부전증, 고혈압성 망막증, 말초혈관질환 등이다. 

예컨대 혈액을 혈관으로 내보내는 심장은 혈관의 압력이 높아지면 부담을 받는다. 대표적인 것이 심장 벽이 두꺼워지는 증상이다. 심장 벽이 두꺼워지면 심부전증(심장의 기능 저하로 신체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질환)이 생길 수 있다. 또 높은 혈압은 온몸의 혈관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나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어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고혈압은 신장(콩팥)도 손상시켜 신부전(만성 콩팥병)이 발생한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수시로 혈압 측정하는 습관이 바람직

고혈압은 증상이 없으므로 이따금 혈압을 측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신의 혈압 변화를 살펴보면서 미리 조심하는 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네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무료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그런데 혈압은 수시로 변한다. 시간, 계절, 장소, 음식 등에 따라 혈압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혈압은 2~3일 간격을 두고 측정해야 정확한 값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혈압 수치가 너무 오르락내리락한다면 백의(白衣) 고혈압이나 가면(假面) 고혈압을 의심할 수 있다. 백의 고혈압은 의사의 흰 가운을 보면 혈압이 오르는 현상이다. 집에서 잰 혈압은 정상인데, 의사를 만나면 긴장과 스트레스 때문에 혈압이 5~10mmHg 상승하는 것이다. 가면 고혈압은 반대다. 평소 혈압은 높은데, 병원 진료실에서 혈압을 측정하면 정상 수치가 나온다. 

따라서 병원에서 측정한 혈압이 높다고 무조건 고혈압이라고 할 수 없고, 정상 수치가 나왔다고 안심할 일도 아니다. 실제로 고혈압 환자 중에서도 가정과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의 차이가 큰 경우가 있다. 그래서 평소에 가끔 혈압을 측정해 보는 것이 자신의 혈압 관리의 첫걸음이다. 그래도 계속 변하는 혈압 수치가 께름칙하다면 병원에서 처방하는 ‘24시간 혈압측정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 휴대용 고혈압 측정기를 24시간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15~30분에 한 번씩 혈압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전문의들은 이렇게 측정한 혈압이 꾸준히 135/85mmHg를 넘는다면 일단 고혈압 진료를 받아보는 편이 좋다고 조언한다.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고혈압은 별다른 증상이 없고 합병증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치명적인 상태일 때가 많다”며 “따라서 평소 혈압을 측정해 미리 관리하는 습관이 바람직하다. 특히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 가족력이 있다면 혈압 측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혈압 전단계에 주목해야

우리가 혈압을 측정하면서 관심을 둬야 하는 수치는 130mmHg다. 이때부터 고혈압 전단계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고혈압 전단계는 정상 혈압보다 높고 고혈압보다 낮은 상태인데,  수치가 ‘130~139mmHg 또는 80~89mmHg’일 때를 말한다. 손 교수는 “고혈압 전단계에서 생활습관을 개선해 고혈압으로 진행하거나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을 막은 경우가 많다. 생활습관 개선에도 합병증이 생기거나 계속 혈압이 높으면 약물치료를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고혈압 전단계도 고혈압만큼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문규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와 서성환 동아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팀은 40~70세 1만여 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수축기 혈압이 130mmHg인 경우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정상인(120mmHg 미만)보다 76.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정상 범위를 조금 넘어선 정도인 120~129mmHg 이하(고혈압 전단계보다 낮은 단계인 ‘주의 혈압’)인 경우도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50.6%, 관상동맥질환 발병 위험은 47.2% 높았다. 연구팀은 “혈압이 정상 기준을 벗어난 경우 발생 가능한 위험을 확인했다”며 “국내 기준으로 고혈압 전단계라도 조기에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를 통해 발생 가능한 위험을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30대도 안심해선 안 돼

고혈압이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흔하다면, 고혈압 전단계는 젊은 사람에게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0~30대 4명 중 1명은 고혈압 전단계인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이들의 99%는 자신이 고혈압 전단계인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사실은 김희동 군산간호대 교수팀이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35세 청년 1075명의 혈압 상태를 분석하면서 알려졌다. 이 분석에 따르면, 1075명 중 고혈압은 6.1%, 고혈압 전단계는 25.7%로 집계됐다. 젊은 층이 고혈압 전단계 진단을 받을 가능성은 남성이 여성보다 3배 높았다. 오히려 20대의 혈압 수치가 30대 초반보다 높게 나타났다. 비만 청년의 고혈압 전단계 위험은 정상 체중 청년의 2.4배였다. 

더 큰 문제는 젊은 층은 고혈압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설문조사를 통해 자신이 고혈압이라고 응답한 대상자는 0.3%에 불과했다. 전체의 99.2%가 모른다고 답하거나 답변을 하지 않았다. 고혈압을 중년기 이후에나 생기는 질환쯤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30대 남녀의 고혈압 인지율은 약 20%밖에 되지 않으며 치료율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청년층이 혼밥(혼자 밥 먹기)·혼술(혼자 마시는 술)·인스턴트식품·외식을 즐기는 것은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고 고혈압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청년에서 고혈압 전단계의 비율이 25.2%에 달하는 것은 만성질환 관리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며 “다수의 청년은 학업·직업 때문에 1인 가구를 이루고 있으나, 경제적 문제나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고혈압 등 건강 이상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30대 젊은 층의 고혈압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사회적 경계심은 허술한 편이다. 얼마나 많은 젊은 층이 고혈압 전단계에 놓여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통계조차 없다. 손 교수는 “고혈압 전단계는 20~30대에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건강영양조사는 고혈압과 정상 혈압만 구분하므로 고혈압 전단계 유병률을 정확히 알 수 없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 검진도 40세 이상에 해당하므로 20~30대에 고혈압이나 고혈압 전단계가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짠 음식은 혈압을 올린다. 소금 섭취를 줄이는 등 생활습관의 작은 변화로 고혈압을 막을 수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짠 음식은 혈압을 올린다. 소금 섭취를 줄이는 등 생활습관의 작은 변화로 고혈압을 막을 수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생활습관 개선은 기본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혈압이 130mmHg에 도달했을 때 할 일은 혈압 관리다. 즉 혈압을 올리는 요인을 제거하는 일이다. 혈압을 올리는 원인은 많지만, 그중에서 대한고혈압학회가 규정한 대표적인 고혈압 위험인자는 인종, 연령, 유전, 염분 섭취 과다, 비만, 운동 부족, 음주, 스트레스 등이다. 인종, 연령, 유전은 조절이 불가능한 위험인자지만 나머지는 생활습관 개선으로 조절할 수 있다. 

무엇보다 평소 음식을 싱겁게 먹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하루 평균 13g의 소금을 먹는다. 하루 소금 섭취를 6g 이하로 유지하면 혈압을 2~8mmHg 내릴 수 있다. 물론 소금 섭취만 줄인다고 혈압이 뚝 떨어지거나 정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의 30~50%, 정상인의 15~25%는 소금 섭취에 따라 혈압이 매우 민감하게 오르거나 내리는 ‘염분 민감성’을 보인다. 고혈압 환자는 대부분 5주 이상 소금을 제한하면 혈압이 떨어진다. 음식을 싱겁게 먹기 어렵다면 음식에서 소금을 줄이고 식초나 레몬 등으로 신맛을 더하는 방법이 있다. 신맛은 짠맛을 강화하므로 적은 양의 소금을 넣어도 입맛에 맞는 간을 맞출 수 있다. 또 향이 나는 채소(호박, 양파, 파, 고추, 쑥갓, 생강, 후추)나 조미료(겨자, 카레)로 싱거운 맛에 변화를 주는 방법도 있다. 

혈압을 관리하려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몸무게 1kg을 줄이면 혈압을 1~2mmHg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체중 10kg을 줄이면 5~20mmHg의 혈압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자신의 혈압이 125mmHg라면 정상 체중만 유지해도 정상 혈압을 되찾을 수 있다. 가장 안전하고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체중 감량은 일주일에 0.5kg 정도다. 하루에 냉면 한 그릇의 열량인 약 500kcal씩 줄이거나 이에 해당하는 운동을 하면 된다.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체중 감량과 무관하게 혈압을 5~7mmHg 낮출 수 있다. 속보와 같은 유산소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혈압이 최대 9mmHg 감소한다.  

술은 고혈압과 관계가 깊다. 소량(하루 1~2잔)의 알코올 섭취는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다. 하루 4잔(60g)의 술을 마시면 혈압이 5~6mmHg 높아진다. 따라서 혈압과 심장 건강을 위한 하루 음주량은 소주 2잔, 맥주 1병, 포도주 1~2잔, 양주 1~2잔까지다. 소주 2잔이나 맥주 1병 이하로 절주해도 혈압은 2~4mmHg 낮아진다. 

물론 심비대·심부전·콩팥병과 같이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이 심할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약을 복용하므로 나쁜 생활습관을 유지해도 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약물치료는 생활습관 개선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고혈압 환자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최초 약 복용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람이 많다. 고혈압약을 먹기 시작하면 원칙적으로 평생 먹는 게 맞다. 약을 중단하면 혈압이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정상 혈압을 유지하면 의사의 판단하에 약을 줄이거나 끊어볼 수 있다. 현재 증상이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혈압은 언제든지 다시 상승할 수 있다.  

 

가족력 있는 사람 4명 중 1명은 고혈압 발병한다

성인의 44%, 고혈압 가족력 보유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사람 4명 중 1명은 나중에 고혈압 환자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고혈압에 걸릴 위험이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2.5배 높다는 것이다. 손정식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2014〜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64세 성인 8280명을 대상으로 고혈압 가족력 여부와 고혈압 발생의 상관성 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을 가족력이 있는 그룹(직계 가족 중 고혈압 환자 있는 경우)과 가족력이 없는 그룹으로 분류했다. 전체의 43.8%(3626명)가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그룹에 속했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그룹의 고혈압 유병률은 25.4%로, 고혈압이 없는 그룹(13.3%)보다 높았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그룹의 고혈압 인지율·치료율·조절률은 각각 60.1%·56.0%·41.0%였다. 고혈압 가족력이 없는 그룹은 각각 44.3%·38.2%·28.3%로, 가족력이 있는 그룹에 비해 낮았다. 

이는 가족 중에 고혈압이 있으면 자신의 고혈압 발병 사실을 더 많이 알아차리고, 고혈압 치료를 받을 확률이 높으며, 혈압을 신경 써서 조절할 가능성이 높음을 뜻한다. 그러나 고혈압 가족력이 있지만, 현재 정상 혈압인 사람은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건강검진을 덜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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