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서 손흥민과 로페즈가 양 날개?
  • 기영노 스포츠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6 16:00
  • 호수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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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선수로 활로 모색하는 한국 스포츠…오주한은 황영조·이봉주 계보 잇는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는 23명 가운데 앙투안 그리즈만, 킬리안 움바페, 폴 포그바, 은골로 강테 등 21명의 선수가 외국 태생이거나 이민자들이었다.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첫 우승을 차지할 때만 해도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 등 12명으로 50%가 안 되었는데, 이제는 90% 이상이 다국적 출신 선수들이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1개로 종합 1위를 차지했던 러시아도 대한민국 출신의 귀화선수 빅토르 안(안현수·금메달 3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은 아시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 최강국이었다. 1983년 서울 대회부터 1993년 바레인 대회까지 5연패를 하는 등 2012년까지 무려 10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유럽의 귀화선수로 구성된 중동(카타르·바레인·UAE·사우디아라비아) 국가들에 밀려 우승은커녕 결승 진출도 못 하고 있다. 4월25일 카타르에서 끝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단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한 반면, 바레인은 아프리카계 귀화선수들의 활약으로 중국·일본 등을 물리치고 금메달 11개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4월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우라와 레즈(일본)의 경기에서 로페즈가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4월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우라와 레즈(일본)의 경기에서 로페즈가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라성, 한국 아이스하키 수준 한 단계 끌어올려

우리나라도 각 종목 귀화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국가대표 130명 중 15%에 해당되는 19명이 귀화선수들이었다. 그 가운데 남자아이스하키의 골리 한라성(맷 달튼의 한국 이름) 선수는 한국의 아이스하키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라성은 캐나다에 이어 제2의 조국이 된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과 애국심이 남다르다.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헬멧에 충무공을 그리고 출전하려 했지만 ‘정치적 표현’ 문제로 실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4월29일부터 5월5일까지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진 2019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1그룹 A(2부리그)에서는 당당히 충무공을 앞세워(헬멧에 그려놓고) 수없이 날아오는 적(퍽)의 공격을 막아냈다. 

2018~19 남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모비스가 인천 전자랜드를 4승1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는데, 귀화선수 라건아(30세·199cm·리카르도 라틀리프·미국)가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라건아는 챔피언결정전 내내 인천 전자랜드 공격력의 40%를 차지한다는 외국선수 찰스 로드를 적절하게 막아내면서, 공격과 수비에서 최고의 활약을 했다. 라건아를 앞세운 한국 농구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오는 8월 중국에서 열리는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본선에서 사상 처음 1승을 노리는데, 한국은 B조에서 아르헨티나(8월31일), 러시아(9월2일), 나이지리아(9월4일)와 경기를 갖는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면,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24년 만에 올림픽 본선에 오르게 된다. 

2018년 9월 특별귀화에 성공한 케냐의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는 오주한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하고 있다. 오주한은 귀화하기 전에 서울국제마라톤대회 4회 우승, 경주국제마라톤대회 2회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고, 2016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 때는 대회신기록을 수립(2시간05분13초)했다. 이 기록은 이봉주가 보유한 국내 최고기록 2시간07분20초보다 1분53초나 빠른 기록이다. 오주한은 올해 안으로 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해 2시간11분30초(도쿄 올림픽 기준기록) 안에만 결승선을 통과할 경우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있는데 아킬레스건 부상만 회복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평가다. 만약 오주한이 도쿄올림픽에 출전한다면 메달 획득도 가능하다. 한국은 지난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남자마라톤 은메달 이봉주를 끝으로 올림픽 마라톤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남자아이스하키 핀란드와 경기에서 2대5로 패한 후 한국팀 골리 한라성(오른쪽)이 태극기를 들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남자아이스하키 핀란드와 경기에서 2대5로 패한 후 한국팀 골리 한라성(오른쪽)이 태극기를 들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당예서·공상정, 귀화선수로 올림픽 메달 획득

4월18일 전북 현대 오른쪽 공격수 로페즈가 SNS에 ‘붉은 전사’로 변신한 자신의 캐리커처를 올려놓아 화제를 모았다. 로페즈는 오래전부터 “태극 마크를 달고 뛰고 싶다”고 말해 왔기 때문에 전북 현대 차원에서 작업(귀화)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로페즈는 2015년 제주 유나이티드를 통해 K리그와 인연을 맺었다. 그 후 2016년부터 전북 현대로 이적해 올해로 4년째 뛰고 있다. K리그에서 5년 동안 130경기에 출전, 44골 28도움으로 출전 경기 가운데 56%(72포인트)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있다. 로페즈는 오른쪽 공격수로 기술과 파워, 슈팅력을 겸비해 만약 귀화한다면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좌우 날개(왼쪽 손흥민, 오른쪽 로페즈)가 균형을 이뤄 막강전력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대 귀화선수 가운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는 2명뿐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때는 당예서(중국 이름 탕나) 선수가 여자단체전 동메달 결정전 2단식에 나서 일본 여자탁구의 간판 후쿠하라 아이를 꺾어, 한국이 일본을 3대0으로 물리치고 동메달을 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예서는 탁구 귀화선수로는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되었고, 대한항공 소속으로 활약하고 있다. 

역대 귀화선수 올림픽 메달리스트 1호가 당예서 선수라면, 최초의 귀화선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공상정 선수다. 공상정의 부모는 대만 국적의 화교 2세다. 공상정은 1996년 춘천에서 중국계 외과의사(춘천하나병원 원장) 공번기·진신리 부부의 1남2녀 중 차녀로 태어났다. 공상정은 한국이 아닌 대만 국적을 물려받은 채 유년기를 보냈다. 2011년 11월 공상정은 체육우수인재 특별귀화로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대한민국 국적을 얻었다. 공상정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쇼트트랙 3000m계주에서 심석희·김아랑·조해리·박승희 선수 등과 함께 한국의 금메달 멤버로 활약했다. 당시 공상정 선수는 준결승전에서 몸이 좋지 않았던 김아랑 선수 대신 출전해 대한민국이 결승에 진출하는 데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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