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일교 ‘2000억대 횡령 의혹’ 베일 벗나
  • 유지만·안성모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7 08:00
  • 호수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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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재수사 명령…‘판도라 상자’ 열릴지 주목

검찰이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통일재단: 통일교의 사업을 담당하는 곳) 사업 과정에서 2000억원대 횡령 의혹이 제기된 고발 사건에 대해 올해 2월 재기수사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은 이 사건을 서울서부지검에 배당했다. 2017년 통일교 신자 최종근씨는 통일재단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2000억원대 배임·횡령을 저질렀다며 검찰에 통일재단 관계자 7명을 고발한 바 있다. 피고발인에는 문선명 전 통일교 총재의 4남인 문국진씨도 포함돼 있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관계자 7명 전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최씨가 검찰의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며 항고에 이어 재항고까지 신청한 결과 대검찰청이 재수사 명령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재항고가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항고가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10% 안팎이고, 재항고가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5% 미만이다. 검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접수된 재항고사건 1552건 중 재수사 명령이 내려진 사건은 32건으로, 3%에 미치지 못한다. 그동안 통일재단은 수많은 사업 과정에서 교인들이 낸 헌금을 빼돌린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번 검찰의 재수사를 통해 통일재단 비자금 조성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공사비 부풀려 2000억대 손해 끼쳐”

시사저널은 통일교 신자인 최종근씨가 2017년 6월 통일재단 전·현직 관계자들을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과 관련 자료 일체를 입수했다. 1990년 통일교에 입교한 최씨는 통일재단 재정팀과 감사팀, 계열사 감사실장 등을 역임했다. 최씨는 2017년 6월 검찰에 통일재단 전·현직 관계자 7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여기에는 문선명 전 통일교 총재의 4남인 문국진 전 통일재단 이사장과 방영섭 전 부이사장, 홍선표 전 통일재단 사무총장 등이 포함됐다. 

최씨는 총 4건의 사업에서 배임행위가 발생했다고 고발장에 적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통일재단은 △가평 천정궁박물관 건립공사 △전남 여수 오션리조트 콘도 및 워터파크 공사 △강원도 고성 파인리즈골프장 및 빌라콘도 건설공사 △용평리조트 베르데힐콘도 신축공사 등에서 공사비를 과다하게 부풀리는 수법으로 손해를 끼쳤다. 최씨에 따르면 4건의 공사에서 과다하게 부풀려진 금액은 약 2200억원에 달한다. 

먼저 최씨는 통일재단이 2004년 발주 지위를 인수한 경기도 가평군 천정궁박물관 공사에서 임의의 공사비 831억원 상당을 추가로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천정궁박물관은 2005년 12월 사용승인을 받았고 2006년 2월9일 건물등기가 완료됐다. 문선명 전 통일교 총재의 4남인 문국진씨는 당시 통일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 

통일재단은 이 공사를 재단 산하 건설사인 선원건설에 발주했다. 공사도급계약에는 2017억원가량의 공사비가 지급됐다. 하지만 2006년 건물등기가 완료되던 시점 즈음해 831억원의 공사비가 추가로 지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통일재단 천정궁박물관의 회계처리 내역을 보면 세금을 포함해 2039억여원의 공사비 외에 1094억원의 구축물 비용이 추가로 회계에 반영돼 있다. 이 경우 통일재단의 천정궁박물관 취득가액은 토지 매입비용을 포함해 총 3153억원에 달한다. 최씨는 “통일재단은 ‘구축물’ 명목으로 1094억원을 장부가액에 추가했지만, 천정궁박물관에는 구축물이라고 할 것이 없다. 선원건설에 공사 완공 이후 정당한 사유 없이 과다 지급한 후 허위 회계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남 여수에 있는 오션리조트 공사에서는 최초 공사비용보다 661억원이 증액됐고, 이 과정에서 460억원가량이 비정상적으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수 오션리조트는 통일재단 산하 일상해양산업과 일성건설이 부지 조성 계약을 체결하고 2005년 11월29일부터 공사를 진행했다. 일상해양산업은 부지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06년 11월8일 선원건설과 450억원 규모의 오션리조트콘도, 옥내 워터파크 공사계약을 체결했고, 이 공사는 2008년 7월경 완공됐다. 

최씨는 일성건설에서 선원건설로 시공사가 변경된 것을 두고 “가공으로 공사금액을 증액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선원건설 대표이사는 홍선표 전 통일재단 사무총장이었는데, 홍씨는 2007년 6월 발주처인 일상해양산업의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었다. 선원건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홍씨가 대표를 겸직하고 있던 2007년 9월 일상해양산업과 선원건설은 도급공사계약을 기존 450억원에서 852억원으로 변경했고, 2008년에는 추가로 268억원을 증액했다. 2009년 정산이 완료된 도급공사액은 최초 450억원에서 1111억원으로 약 661억원 늘었다. 

이는 통일재단 산하 일성건설에서 진행한 용평리조트의 비체팰리스 콘도의 공사비와 비교해도 과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성건설이 2006년 3월30일 착공한 비체팰리스 콘도는 오션리조트의 객실(128실)보다 2배가량 많은 246실을 가지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13층 규모로 공사금액은 총 377억원가량 들었다. 최씨는 “평당 304만원이 투입된 비체팰리스 공사금액을 디오션리조트 콘도 공사금액에 적용하면 약 235억원이 적정 공사비용”이라며 “실내·외 워터파크 공사 적정비용(약 417억원)과 콘도 공사 적정비용을 합하면 아무리 높게 잡아도 652억원이면 공사가 가능하다. 전체 공사금액 1111억원 중 460억원가량이 가공으로 조성된 공사금액”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천정궁박물관 ⓒ 시사저널 임준선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천정궁박물관 ⓒ 시사저널 임준선

“공사비 과다계상·횡령 패턴 보여”

강원도 고성에 있는 파인리즈골프장 및 빌라콘도 공사에서는 455억원가량의 공사대금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파인리즈골프장은 통일재단 산하 진흥레저파인리즈가 일성건설에 발주해 18홀 골프장 및 컨트리클럽 공사를 마친 뒤 2007년 6월11일 9홀과 빌라콘도를 선원건설에 추가적으로 발주한 사업이다. 선원건설의 공사는 2008년 7월12일 완공됐다. 선원건설의 200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9홀과 빌라콘도 조성 공사 도급공사금액은 총 401억원가량이다. 하지만 최씨는 “2008년 7월 준공 이후 2차례나 변경되면서 약 805억원으로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준공 이후인 2008년 11월1일 1차 계약 변경에서 792억원으로, 2009년 2월13일 2차 계약 변경에서 805억원으로 공사비가 늘었다. 공사 내용 중 9홀 조성 공사에 185억원이 들어갔는데, 이는 기존 18홀 공사 당시 진흥레저가 동인건설과 맺은 공사금액(약 77억원)에 비하면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최씨는 “이 공사는 비교적 단기간에 준공돼 특별한 공사 내용의 변경사항도 없었다. 그럼에도 준공 이후에 2차례나 계약금액을 올린 것에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용평리조트가 발주한 베르데힐콘도 신축공사에서도 480억원가량의 회사 자금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용평리조트는 2006년 8월경 베르데힐콘도 신축공사를 450억원에 발주해 일성건설이 공사를 진행했다. 일성건설의 2006년과 2007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공사계약은 450억원에서 318억원으로 감액 변경됐다. 일성건설이 공사를 진행하던 2006년 12월~2007년 4월 사이에 용평리조트는 선원건설에 569억원가량에 다시 발주해 2008년 공사가 완료됐다. 

하지만 용평리조트의 2006~08년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특수관계자 거래내역에 따르면 용평리조트는 콘도 공사와 관련해 기존 도급금액인 569억원보다 약 481억원가량 증액된 1050억원을 선원건설에 지급한 것으로 나와 있다. 최씨는 “공사도급계약서에 명시된 공사비 외에 특별한 변동사항이 없음에도 공사비를 부풀려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씨의 고발건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이듬해인 2018년 1월 피고발인 7명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이유가 뭘까. 검찰은 불기소 결정서에서 “고발인의 주장만으로는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최씨가 고발한 4건의 사업 중 천정궁박물관 공사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공소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3건의 공사에 대해서는 “과다하게 공사비를 지급한 행위자나 관련 계좌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불기소 결정을 받아든 최씨는 고검에 항고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이후 대검찰청에 재항고했고, 올해 2월 대검은 “보완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다. 

 

통일재단 측 “문제 될 것 없어”

검사 출신 변호사는 “재수사 명령이 떨어졌다는 것은 과거 불기소 결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며 “대검에서 검토한 결과 고발 내용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수사해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대검찰청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추가 자료도 제공했고, 계약 내용 등 세부적인 사항도 확인했다. 이번 재수사는 불기소 결정 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고발한 사건은 모두 공사비를 과다하게 지급해 교인의 헌금을 마음대로 유용한 공통적인 패턴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검 관계자는 “재수사 과정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통일재단 측은 검찰의 재수사에 대해 “검찰의 수사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당시의 공사 계약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고발장에 포함된 사업들에 대한 질문에 “개별 사업들 모두 검찰이 문제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재단 관계자는 “2017년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를 보면 통일재단 산하 일성건설과 선원건설뿐만 아니라 하도급업체의 자금 흐름에 대해서도 모두 들여다봤다. 그 결과 자금 흐름에 전혀 문제가 없었고, 정상적으로 계약이 체결됐다는 판단을 받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번 불기소 결정이 난 것을 검찰이 왜 재수사에 착수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재수사를 한다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추후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검찰이 정식으로 재수사 절차에 착수하면 차분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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