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재산 사적 이익 위해 사용…부적절한 거래로 잃은 자산 반환해야”
  • 안성모·유지만 기자 (asm@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7 08:00
  • 호수 15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남 문형진, 어머니 한학자 총재 美 뉴욕법원에 고소… 통일교 측 “쫓겨난 사람이 뭔 말인들 못 하겠나” 반박

고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전 총재의 7남 문형진씨가 어머니인 한학자 현 총재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문씨는 2월22일 미국 뉴욕 남서부 지방법원에 자신이 통일교의 합법적 지도자라는 것을 확인해 달라며 소장을 제출했다. 통일교에서 절대적 권한을 지닌 아버지 문 총재가 자신을 후계자로 지명해 선언까지 했는데, 문 총재 사후 한 총재가 추종자들과 공모해 자신을 축출했다는 것이다.

문씨는 또 한 총재와 추종자들이 통일교의 재산을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며 미국의 리코법(RICO)을 위반했다고 소장에 명시했다. 리코법은 마피아 범죄자의 부정한 재산에 대한 소명을 범죄단체가 하도록 한 일종의 ‘부패 조직범죄 처벌법’이다. 문씨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총재가 이사 및 임원들에게 조직을 위한 최선이 아닌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2011년 2월8일 천주청평수련원에서 열린 ‘문선명 통일교 총재 탄신 91주년 축하연’에서 문선명·한학자 총재 내외와 7남 문형진씨가 건배를 하고 있다. ⓒ 뉴스뱅크이미지
2011년 2월8일 천주청평수련원에서 열린 ‘문선명 통일교 총재 탄신 91주년 축하연’에서 문선명·한학자 총재 내외와 7남 문형진씨가 건배를 하고 있다. ⓒ 뉴스뱅크이미지

문형진 “한 총재, 리코법 위반했다” 주장

시사저널이 입수한 문형진씨의 뉴욕법원 제출 소장은 첨부된 ‘증거물’을 제외하고도 37장에 이른다. 문씨는 소장의 상당 부분을 자신이 통일교의 후계자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그 논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통일교 지도자로서 문선명 총재는 산하 교회 및 조직의 수장을 임명하거나 해임하는 것, 그리고 후계자를 임명하는 데 대한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문 총재가 2009년 1월 아들 문형진을 후계자로 임명했고, 한학자와 추종자들도 이를 목격하고 인정했다. 2012년 9월 문 총재 사후 한학자와 추종자들이 문형진을 제거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을 수립했는데, 이들에게는 그렇게 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

이와 함께 한학자 총재가 통일교 조직의 자선재산 및 자산을 목적에 맞지 않게 잘못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총재가 조직을 위해 행동하지 않고 개인적 관심사를 앞세웠으며, 사적 이익을 위해 행동했다는 것이다. 문씨는 부적절한 거래로 조직이 잃게 된 자산을 한 총재가 반환하거나 대체해 놔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서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한 총재가 리코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1970년 마피아를 소탕하기 위해 도입한 리코법은 범죄조직이 보유한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씨는 조직범죄 구성 근거로 ‘우편 사기’(사기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미국 우편 이용), ‘유선 사기’(사기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라디오, TV, 유선 이용), ‘자금 세탁’(고의적으로 수많은 통화거래를 하거나 통화거래 시도)을 들었다.


통일교 측 “아주 천박한 생각…논할 가치가 없다”

그렇다면 문씨가 미국 뉴욕법원에 제기한 소송이 실질적인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문씨는 소장에서 ‘한 총재가 최소한 2012년까지 뉴욕에 상시 거주하고 있었고, 현재 미국 영주권카드(속칭 그린카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행사 및 연설 등의 활동을 통해 2018년 11월까지 상당한 수익을 뉴욕주에서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미국에서 고소한 이유를 밝혔다.

통일교 측은 문씨의 고소에 대해 “논할 가치가 없는 내용이다”고 일축했다. 통일교 핵심 관계자는 후계자 문제와 관련해 “국민이 뽑은 대통령도 책임을 못 하니까 탄핵을 당한다”며 “(문씨는) 우리가 지켜온 전통과 원칙을 지키지 않아 쫓겨난 거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전통과 원칙을) 지켰다면 많이 따라갔을 텐데 따라간 사람이 없다”며 “쫓겨난 사람이 뭔 말인들 못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한 총재가 사익을 취했다고 하는데 한 총재 이름으로 된 부동산이나 주식이 하나도 없다”며 “그런데 무슨 사익을 취했다는 거냐”고 되물었다. 이어 “(미국) 행사를 하면 오히려 돈이 들어가지 한 총재가 강연료 받으러 전 세계를 다니겠느냐”며 “아주 천박한 생각이다”고 문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통일교 깃발’ 상표권 침해 소송도 진행 중

문형진 측 “예수 십자가도 사용 못 하나” vs 통일교 측 “쫓겨난 사람은 사용 못해”

7남 문형진씨 측은 어머니 한학자 총재를 상대로 미국 뉴욕 남서부 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배경에 대해 통일교가 제기한 상표권 침해 소송을 거론했다. 통일교는 지난해 7월 문씨와 문씨 교회가 통일교 로고를 도용했다며 미국 펜실베이니아지법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 측 핵심 인사는 “소송을 제기해 오는 걸 가만히 당할 수만은 없다”며 “내부적으로 수습되기를 바랐는데 이렇게 법정 소송을 해 오니까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기독교에서 예수의 십자가와 성경을 특허·의장 등록해 놓고 이걸 사용하지 말고 사용하려면 돈을 내라는 단체가 어디에 있느냐”고 주장했다.

반면 통일교 핵심 관계자는 “교회의 깃발 사용 때문에 소송을 한 것으로 안다”며 “이런 건 조직이 가지고 있는 것이지 (조직에서) 쫓겨난 사람이 사용해서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문씨를 따라) 신도 몇십만 명이 몰려갔다면 논쟁이 되지만 몇 명이 모여서 깃발을 사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