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공약’에 끊이지 않는 지방공항 잔혹사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8 08:00
  • 호수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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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곳 중 10곳이 적자…‘-100억 공항’ 5곳 넘지만 신공항 갈등 여전

‘2022년까지 관광객 2300만 명, 일자리 96만 개 창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2일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관광산업은 경제 발전의 핵심 동력”이라며 이와 같은 목표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관광은 세계 3대 수출산업 중 하나”라면서 “관광도 교역이나 해외수주처럼 국제적인 총력경쟁 시대에 돌입했다”고 강조했다. ‘굴뚝 없는 공장’으로 불리는 관광산업은 고용유발효과가 제조업의 두 배를 넘는 유망 산업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관광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관광지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인 출국자는 2869만 명인 반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534만 명에 불과하다. 2016년 172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외국인 관광객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등의 영향으로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작년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쓴 돈은 284억 달러(약 33조원)로 관광 적자가 132억 달러(약 15조원)다. 이는 대미 자동차 흑자 규모(130억 달러)보다 큰 수치다. 문제는 추세다. 한국 관광수지는 2001년 이후 17년째 적자 상태다. 

무안공항 ⓒ 청와대사진기자단
무안공항 ⓒ 청와대사진기자단

관광 활성화 대책 나왔지만 ‘글쎄’

이런 흐름을 바꿔보고자 정부는 ‘관광혁신전략’을 발표했다. 내용은 방대하지만 핵심 정책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압축된다. 지역의 ‘선택과 집중’이다. 국제관광도시 1곳과 관광거점도시 4곳을 선정해 콘텐츠를 발굴하고 마케팅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서울, 제주에 이어 광역지자체 한 곳을 세계 관광도시로 키우고, 기초지자체 4곳을 지역 관광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궁금했다. 문 대통령이 중점 육성하겠다고 밝힌 국제관광도시 1곳과 관광거점도시 4곳은 모두 ‘공항’이 있거나 ‘공항’과 연계된 곳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공항은 필수적으로 고려돼야 할 상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국 지방공항 14곳 중 상당수는 역할을 제대로 못 해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 몇몇 지방공항은 사람이 너무 찾지 않아 ‘유령공항’이라는 오명까지 얻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문 대통령과 정부가 천명한 관광산업 활성화는 지방공항을 활성화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하나다. 바로 ‘어떻게’다. 시사저널은 이 질문에서 시작해 지방공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집중 취재했다. 

시사저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전국 지방공항 14곳 가운데 흑자를 기록한 공항은 김포·김해·제주·대구공항 등 4곳뿐이다. 

207억원의 운영비용이 투입된 무안공항은 2018년 69억원의 수익을 거둬 138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다. 운영비가 각각 161억원과 151억원 소요된 여수공항과 양양공항도 135억원과 131억원 수준의 손실을 보였다. 무안·여수·양양공항 외에도 상대적으로 배후 인구가 많다고 평가되는 영남권 공항인 울산공항(-119억원)과 포항공항(-117억원) 등도 100억원이 넘는 적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지속·강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적자를 내는 지방공항들은 10년이 넘도록 이런 흐름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무안공항의 적자는 2010년 -69억원, 2015년 -90억원, 2018년 -138억원으로 점점 늘어만 갔다. 다른 공항들도 마찬가지다. 여수공항의 2010년 적자는 -74억원 수준이었지만 2018년에는 -135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양양공항(2010년 -68억원→2018년 -131억원), 울산공항(2010년 -65억원→2018년 -119억원), 포항공항(2010년 -67억원→2018년 -117억원) 등 한 곳도 빠짐없이 적자는 큰 폭으로 계속 증가했다. 청주공항의 경우 2010년 -51억원에서 2015년 -9억원으로 적자 폭을 대폭 줄이더니 2016년 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2017년(-58억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작년에는 적자 폭이 더 커져 -87억원을 기록했다. 

왜 이렇게 지방공항의 적자는 느는 걸까?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그만큼 지방공항을 찾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지난해 13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양양공항을 찾은 이용객은 3만7671명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100여 명이 찾는 데 그친 셈이다. 그나마 전년(1만5780명)에 비해 138%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양양공항은 해외 여행객 3만7533명이 이용했고 국내 여행객은 138명에 불과했다. 

정치논리에 휘둘리고 KTX에 뒤처지고

포항공항(8만3818명)과 원주공항(8만5725명)도 하루 평균 겨우 230여 명이 찾는 데 그쳤다. 포항공항은 전년(9만8391명)에 비해 이용객이 14.8%나 급감했다. 전국 지방공항 14곳 중 연간 이용객이 1000만 명을 넘는 곳은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3곳뿐이었다. 반면 연간 이용객이 100만 명이 되지 않는 공항은 8곳이나 됐다. 광주공항(199만 명), 청주공항(245만 명), 대구공항(406만 명) 등도 허브공항이라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왜 여행객들은 지방공항을 이용하지 않는 걸까. 내국인과 외국인의 이유가 다르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내국인들은 지방공항을 이용하는 것보다 KTX나 버스를 이용하는 게 싸고 편리하다고 느낀다. 반면 외국인들은 서울과 제주를 제외한 다른 곳을 여행할 유인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문화체육관광부 ‘2017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외래방문객의 지역별 방문 비중은 서울이 78.8%로 압도적이고 나머지 지역 방문율은 10%대에 그친다. 그나마도 경기, 부산, 제주, 인천 지역을 제외하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국내 장거리 교통수요를 담당하던 지방공항은 KTX의 괄목할 성장에 그 수요를 잠식당하고 있다. KTX 전라선이 대표 사례다. 최창호 전남대 교수와 임영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이 쓴 논문 ‘여수공항의 KTX에 대응한 경쟁력 확보방안 연구’에 따르면, KTX는 전라선 복선전철화사업을 마무리하면서 기존 용산역~여수엑스포역 간 소요시간을 5시간13분에서 3시간31분으로 1시간42분 단축했다. 같은 구간을 항공기를 이용하면 KTX 대비 60~120분 더 빨리 갈 수 있지만, 4만1800~4만8700원이 더 소요된다. 항공기가 더 비싸지만 통행시간은 확실히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포↔여수’ 항공노선의 승객 수는 KTX의 속도 개선 이후 눈에 띄게 감소세를 보였다. 논문에 따르면, 전라선 KTX의 운행은 ‘김포↔여수’ 항공노선 승객 수를 25% 정도 감소시키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왜 이용객들은 KTX를 선호했을까. 

최 교수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수공항을 이용한 이유는 시간단축이 84%로 압도적이었지만 ‘접근성이 좋아 이용한다’는 응답비율은 2.7%에 그쳤다. 즉 수도권에서 여수공항까지 가는 것은 분명 빠르지만, 여수공항에서 여행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데 많은 불편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런 경향은 전국 지방공항 상당수에서 관찰된다. KTX는 분명 비행기보다 이동시간이 느리지만, 역 도착 후 목적지까지 이동할 때 훨씬 경쟁력이 있다. 반면 지방공항은 접근교통체계가 아직 불편한 게 사실이다. 최 교수는 “항공운임 상시 할인과 접근교통체계 정비를 통한 항공이용 총비용 인하 방안 마련, 관광산업과 연계한 항공수요 창출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더 큰 문제는 지방공항이 항공 수요의 적정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정치논리에 의해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역대 정부는 국토균형발전과 지역개발사업 명목 아래 수천억원 규모의 공항을 건설해 왔다. 노태우 정부 때 경북 예천공항이 개항했고, 김영삼 정부 때 강원 양양공항 건설계획이 확정됐다. 김대중 정부 때는 경북 울진공항이 들어섰다. 하지만 성적표는 처참하다.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깔린 후 예천공항은 수요를 찾지 못해 2004년 공항 간판을 떼고 군 시설로 공군에 편입됐다. 양양공항은 적자 늪에 허덕인다. 울진공항은 한국항공대 등이 비행훈련센터로 사용한다. 

대규모 토목사업인 공항 프로젝트는 해당 지역에서 확실한 표를 보장한다고 인식된다. 신공항 입지를 앞두고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아직도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이 과정에서 장밋빛 수요 예측이 동원된다. 양양공항은 당초 연간 200만 명이 찾을 것이라 예측됐지만 현재 실제 이용객은 4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무안공항도 사업 시행 전 최초 수요 예측에서는 연간 990만 명 넘게 찾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예측치의 5% 수준인 50만 명이 이용하는 수준이다. 


“정치논리 검증할 독립기구 필요”

문제는 이런 잔혹사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서남부 지역에 무안·청주 공항이 있음에도 새만금국제공항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했다. 무안공항과 새만금은 차량으로 불과 1시간 남짓 거리에 불과해 이용객과 비행기 노선은 겹칠 수밖에 없어 ‘중복투자’이자 ‘제살 깎아먹기’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국책사업인 공항 건설에 정치논리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양양공항 사례를 중심으로 ‘정책실패의 반복과 관성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쓴 최선미 박사(연세대)는 “공항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의 비용은 국가 전체적으로 분산되는 반면 이익은 공항을 유치한 지자체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수혜집단이 보다 적극적으로 조직화되어 수혜집단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이 형성되기 쉽다”며 “정책결정자의 무리한 사업 추진을 막을 수 있는 독립적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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