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에 발목 잡힌 ‘M&A 전도사’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8 13:00
  • 호수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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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그룹, 지난해 인수한 대우전자-대유위니아 시너지 효과 미미

박영우 대유그룹 회장은 M&A(인수·합병) 전도사로 통한다. 2000년대 초부터 기업 M&A를 통해 자산만 수조원대인 지금의 대유그룹을 일궜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회사로 자동차 부품업체인 대유에이텍이 꼽힌다. 이 회사는 현재 다스와 함께 국내 카시트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1조1102억원의 매출과 6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박 회장이 2003년 인수한 회사로, 15년 만에 매출을 300배 이상 증가시키는 수완을 발휘해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박 회장은 2010년 창업상호저축은행(현 스마트저축은행)을 인수해 금융업에도 뛰어들었는데, 인수 자금의 출처를 두고 뒷말이 적지 않았다. 대유신소재(현 대유플러스)는 2010년 5월 1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이 BW를 솔로몬저축은행과 한양증권, 신한캐피탈 등이 인수했고, 정확히 열흘 뒤 대유신소재는 창업상호저축은행을 인수했다. 당시 상호저축은행법은 차입금으로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박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였다는 점을 들어 ‘뒷배설’까지 나오기도 했다. 

박 회장은 2016년과 2018년 위니아만도(현 대유위니아)와 동부대우전자(현 대우전자)마저 집어삼키며 사업영역을 가전으로 확대했다. 무엇보다 대우전자는 한 해 매출만 1조5000억원대로, 국내 가전 3위 업체다. 재계에서는 기존 가전 계열사인 대유위니아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4월28일  미국 LA 빌트모아 호텔에서 열렸던 대유위니아-대우전자 북미 출범 컨벤션. ⓒ 뉴시스
지난해 4월28일 미국 LA 빌트모아 호텔에서 열렸던 대유위니아-대우전자 북미 출범 컨벤션. ⓒ 뉴시스

스마트저축은행 인수 자금 두고 논란 

대유위니아의 경우 김치냉장고인 ‘딤채’로 잘 알려져 있지만, 내수가 대부분이다. 해외시장에서 판로가 확보돼야 외형 성장이 가능했다. 대우전자는 멕시코와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나올 정도로 해외시장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대유위니아의 해외 진출에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대우전자는 내수가 약하다. 전국 100여 곳의 대유위니아 지점과 양판점을 활용할 경우 대우전자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1000%에 이르는 부채 부담에도 불구하고 박영우 회장이 대우전자를 인수한 이유이기도 하다. 

두 회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화학적 결합에 나선 상태다. 우선 대우전자와 대유위니아의 통합 인트라넷망을 구축했다. 이후 두 회사의 연구·개발(R&D)과 생산, 판매망을 합치고 있다. 대유위니아의 전국 판매망인 ‘위니아 스테이’를 최근 ‘위니아-대우전자 스테이’로 바꾸고 대우전자와 제품 공동판매에 나섰다. 대우전자와 대유위니아가 각각 보유한 부평과 성남에 있던 R&D 조직도 하나로 합치고, 대우전자 성남물류센터와 부평연구소를 중복 자산으로 분류해 매각했다.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만 3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일부 언론은 보도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2018년 대우전자의 연결 기준 매출은 1조4198억원으로, 전년(1조5498억원) 대비 8.4% 감소했다. 소폭이지만 흑자를 기록하던 영업이익 역시 2017년 적자로 전환됐고, 2018년부터는 적자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대우전자의 영업손실은 731억원으로, 전년(372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무엇보다 미처리 결손금 증가로 부채총계가 자본총계보다 많은 자본잠식 현상이 올해부터 나타나고 있다. 

대유위니아의 상황도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은 5574억원으로 전년(5000억원) 대비 11.48%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17년 91억원에서 2018년 -12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2017년 40억원을 기록한 당기순이익도 -134억원을 기록했다. 인력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양사 제품 공동개발 및 마케팅을 통해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탓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유그룹 측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준비 단계였다. 인사와 총무, 홍보 등 서로 다른 조직을 합치다 보니 눈에 띄는 시너지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두 회사의 결합이 본격화되는 올해부터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중구 대우전자 대표이사 등이 3월14일 언론인 초청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스1
안중구 대우전자 대표이사 등이 3월14일 언론인 초청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스1

대유그룹 측 “올해부터 인수 효과 기대”

하지만 그룹 안팎의 시각은 달랐다. “승자의 저주가 아니냐”는 말까지 재계에서 회자될 정도다. 김영도 대우전자 노조위원장은 “대유그룹이 대우전자를 인수할 역량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 1년간 회사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직원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빅 회장은 대우전자를 인수하면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지만 한 달 만에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단순히 고정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대우전자 내부에서는 재무구조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최근 몇 년간 대우전자의 경영상황이 급격이 악화됐다. 부채율은 2015년 357%에서 2017년 1029%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박영우 회장은 당초 개인 출자와 그룹 내부 자금으로 대우전자 구주를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대유그룹은 올해 2월 JS자산운용에 스마트저축은행 지분 82.5%를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JS자산운용은 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목적회사인 스마트투자파트너스를 설립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스마트저축은행의 대주주 자격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박 회장이 2017년 10월 대법원 3부로부터 실적 관련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대유신소재 주식을 처분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게 문제가 됐다. 스마트투자파트너스 측은 현재 박 회장과 대유그룹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대주주 부적격 판정을 받을 정도의 법을 위반했음에도 스마트저축은행 매각 계약 과정에서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마트저축은행 매각 실패에 대한 책임 공방이 진행되는 동안 ‘가전 명가’인 대우전자의 회생이 더욱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내부 직원들의 한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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