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거나 잘 살려라” 대전시 콘텐츠산업 발전계획에 볼멘소리
  • 김상현 세종취재본부 기자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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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대전콘텐츠산업 비전선포식 및 비즈포럼 개최
대부분 예산 신규 구축, 조성사업에 집중
전시성 행사 비판, 진정성 있는 영세 업체 지원 방안 촉구

대전시가 지난 9일 ‘대전콘텐츠산업 비전선포식 및 비즈포럼’을 시청 대강당에서 열고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을 본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행사를 지켜본 현지 콘텐츠 제작 업체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들은 "콘텐츠산업 육성이라고 했지만, 기업 지원에 필요한 재원보다는 전시성 예산이 대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한선희 대전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2023년까지 진행할 문화콘텐츠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대전시는 문화콘텐츠 관련과를 신설하고 7대 핵심전략 분야 42개 세부과제에 총 5년간 5830억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기업 4020개, 매출액 1조7천억원, 일자리 1만5천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전시 발표에 따르면 2018년 현재 대전시에는 관련 업체 3473개가 있으며 1만386명이 일하고 있다.

핵심 중점과제는 ‘e스포츠 경기장 활성화’, ‘융복합 특수영상 클러스터 조성’, ‘콘텐츠 창업 생태계 조성’ 등 8가지다.

대전시가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을 본격화를 선언했지만 현장 업체들의 반응은 차갑다. 대전시
대전시가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을 본격화를 선언했지만 현장 업체들의 반응은 차갑다. ⓒ대전시

신규 구축, 조성사업에만 대규모 투자

예산에는 △융·복합 특수영상 콘텐츠 클러스터 조성에 1500억원, △시민 영상문화 향유 테마파크 조성에 230억원, △e스포츠 상설경기장 구축사업에 273억원, △콘텐츠 코리아 랩 구축 운영 100억원, △수상해양복합 시뮬레이션 촬영장 조성에 98억원, △지역 웹툰캠퍼스 조성 및 운영에 36억원 등이 포함됐다. 그 외에도 VR·AR 제작지원센터 운영, VR·AR 실증체험 및 마케팅지원센터, VR 실감형 콘텐츠 아카데미 설립 추진 등에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간다.

대부분 뭔가 새롭게 만드는 데 필요한 예산들이며 일부는 중복 사업이다. 대전웹툰캠퍼스는 이미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1억6천만원을 지원하며 운영 중이다. VR·AR 관련 센터 및 아카데미도 이미 지역 대학 및 연구기관 등에서 비슷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시는 이를 활용하거나 성장시키는 것보다는 새롭게 만드는 것을 선택했다.

영상문화 테마파크도 문제다. 대전에는 이미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에 시민 체험 공간이 있다. 그런데도 시는 230억원이나 들여서 새롭게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 바로 옆에 있는 스튜디오큐브에 만든다.

5830억원의 사업 예산 중 많은 부분이 신규 구축, 조성, 운영 사업에 들어가는 셈이다. "있는 것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콘텐츠산업을 핑계로 한 토목 사업, 자리 만들기 아니냐"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콘텐츠 제작과 업체 성장을 위한 지원 예산은 소규모로 평가

콘텐츠 제작 지원은 시장 창출형 콘텐츠 제작 지원 27억원, 지역특화 콘텐츠 개발 지원 16억원이 전부다. 일자리 창출 지원 19억원, 저작권 서비스센터 운영 9억원, 문화산업 글로벌 마케팅 지원 16억원 등도 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으로 꼽았지만, 현장 반응은 싸늘하다. 당장 4000여개 업체에 5년간 19억원의 지원금으로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결국 이번 계획 중 업체 성장에 직접적으로 도움 되는 내용은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행사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에 지원하는 비용은 극히 일부분이고 대부분 건물 세우고 새로운 기관을 만들어 운영한다는 이야기만 있다"라며 "그런 것이 없어서 지역 콘텐츠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영세 콘텐츠 기업의 진정한 어려움이 뭔지 제대로 파악도 안하고 탁상공론으로 무려 5000억원이 넘는 예산 운영 방침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시했다.

화려하게 치뤄진 행사지만, 정작 행사장에는 업체 관계자보다 학생들이 많았다. 대전시
화려하게 치뤄진 행사지만, 정작 행사장에는 업체 관계자보다 학생들이 많았다. ⓒ대전시

업체 관계자 아닌 대학생만 동원한 보여주기 선포식도 문제

이날 화려하게 치뤄진 비전 선포식도 전형적인 전시성 행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들려왔다. 행사장에는 동원된 듯 보이는 대학생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지역 콘텐츠 분야 사업체가 3473개나 있지만 정작 지역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을 공표하는 자리에는 대학생만 가득했다. 선포식 도중 눈을 붙이고 잠을 청하는 학생들도 다수 보였다.

그나마 대학생들은 1부 선포식이 끝나자 서둘러 식장을 빠져나갔다. 금세 강당 1층은 텅텅 비었다. 사회자의 "1층에 자리 좀 채워 달라"는 애처로운 호소만 행사장에 울렸다. 2부에는 콘텐츠·비즈포럼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3000개가 넘는 콘텐츠관련 사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대전시가 업체 관계자가 아닌 학생을 동원해 자리를 채웠어야 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대전시의 발표대로 지역 문화 콘텐츠의 특화분야는 특수영상, 지식정보 등이다. 첨단문화산업지구 내 영상특수효과타운, 대전CT센터, 액션영상센터, 스튜디오큐브 등 인프라 집적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적절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이 지역 업체 다수의 여론이다.

한선희 국장이 이야기한 것처럼 지역 콘텐츠관련 사업체의 대부분이 영세 기업이다. 대전시는 지역 산업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영세 업체들과 꾸준한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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