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비리 의혹…삼척에 무슨 일이?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4 17:00
  • 호수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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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호 삼척시장, 계속되는 구설
‘강원랜드 청탁’ ‘기업 유착’ 이어 ‘채용 비리’ 의혹

“비리나 부정에 단 한 건이라도 관련됐다면 후보 사퇴뿐만 아니라 지금 남은 삼척시장 임기도 그만둘 각오가 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양호 삼척시장은 지난해 5월8일 시장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첫날 청렴을 강조한 이유는, 선거운동 개시 전부터 김 시장의 ‘도덕성’이 상대 진영 후보들의 표적이 됐기 때문이었다. 김 시장이 출마 의사를 밝힐 무렵, 그가 시장 재직 중 친분을 앞세워 특정 기업에 이익을 몰아주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김 시장은 “법적인 조치를 하겠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그 뒤 그는 재선에 성공해 지역사회 권력의 정점에 섰다.

그러나 불과 1년 뒤, 김 시장이 다시금 비리 의혹에 휘말렸다. 경찰이 수사를 통해 그의 ‘채용 비리’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이 시청 압수수색까지 단행한 가운데, 김 시장은 이번에도 무죄를 호소하고 나섰다. 과연 그가 시장으로 재직한 지난 5년 동안 삼척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김양호 강원 삼척시장이 2017년 3월8일 시 번영회 시장 초청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양호 강원 삼척시장이 2017년 3월8일 시 번영회 시장 초청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前 삼척시장, 아들 ‘부정 채용’ 관여했나

4월30일 강원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양호 삼척시장과 삼척시청 A과장 등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시장 등은 지난 2015년 삼척시의 출자기관인 ‘블랙밸리 골프장’에 전직 삼척시장의 아들인 B씨가 채용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블랙밸리는 2004년 8월13일 지역개발법인으로 설립됐다. 삼척시 일원에 조성된 골프장은 삼척시로부터 석탄산업합리화자금 656억원(72.4%)의 출자를 받았다. 이 외에 ㈜강원랜드 150억원(16.6%), 한국광해관리공단 100억원(11%) 등 총 906억원의 자금을 지자체와 정부기관이 출자해 만들어졌다. 블랙밸리 이사회는 정관 및 투자협약서에 따라 삼척시장, 지식경제부 석탄산업과장 등 정부기관 관련자 8명이 당연직 이사로 참여한다. 이사회 구성원이자 경영진인 대표이사, 상임이사 및 감사도 주주인 삼척시 등 정부기관이 선임한다. 블랙밸리에 미치는 삼척시의 영향력이 매우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김 시장이 삼척시의 영향력을 악용해 채용 압력을 가했다’는 제보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접수되면서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2월 권익위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은 경찰은 4월16일 김 시장의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단행한 배경에는 실제 B씨의 채용과 관련해 ‘석연치 않은 정황’ 등이 포착돼서다. B씨는 채용 조건에 맞는 관련 자격증이 없었던 탓에 당시 실무부서에서도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김 시장은 2014년 취임 직후 블랙밸리에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을 내보내고, 대신 과거 자신이 삼척시청 비서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모셨던 전 시장의 아들 B씨를 채용하라는 압력을 가했다는 게 권익위에 제보된 내용이다.

삼척시의 출자기관인 ‘블랙밸리 골프장’ ⓒ 블랙밸리cc 홈페이지 캡처
삼척시의 출자기관인 ‘블랙밸리 골프장’ ⓒ 블랙밸리cc 홈페이지 캡처

김 시장 측 “정치적 음해…입장 밝힐 때 아냐”

검찰이 관련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지역 내 비난여론은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1순위 근절 목표로 내세운 ‘권력형 비리’ 의혹이 유독 김양호 시장에게서 연달아 불거진 탓이다. 김 시장이 2014년 삼척시장으로 당선된 이후 ‘부정부패’ 논란에 휩싸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직함을 앞세워 관계 기관이나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은 김 시장의 재임기간 중 여러 차례 제기됐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5월에는 삼척 지역 내 특정 업체와 김 시장의 유착의혹이 제기됐다. 당초 ‘출처 불문’의 선거철 악성 루머로 취급되던 해당 의혹은 지난해 10월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에 의해 다시금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삼척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포스코그룹 계열 포스파워의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과정에서, 허가권자인 삼척시가 포스파워에 특정 관광사업자의 동의를 받아오라 요구했다는 것이다. 발전소 건설 허가권이 상실될 위기에 있었던 포스파워는 1조2000억원대의 사업권을 특정 업체에 줄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이 의원 측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삼척시, 그리고 김 시장이 ‘왜’ 특정 업체에 이 같은 이익을 안기려 했냐는 것을 두고 공방전이 벌어졌다. 한국당 강원도당은 이를 ‘권력형 비리’로 낙인찍었다. 그러자 김 시장은 허위사실이라며 반발했다. “기업과 기업 간의 사업 협의는 시장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는 게 김 시장 측 주장이다.

일각에선 김 시장을 둘러싼 의혹을 ‘정치적 음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시장을 끌어내리려는 야당의 ‘흠집내기’에 불과하단 얘기다. 그러나 2018년 3월에는 ‘같은 진영’에 의해 유탄을 맞기도 했다. 당시 이훈 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강원랜드 채용 청탁 명단’을 공개했다. 공개된 명단에는 2012년에서 2013년 사이에 지원한 강원랜드 신입 직원 지원자 이름 옆에 추천자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추천자들 대부분이 소위 ‘지역 유지’ 혹은 ‘고위 공직자’였다. 강원랜드가 특정 지원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이 같은 리스트를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런데 이 리스트에도 김 시장의 이름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김 시장은 ‘청탁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강원도 의원 시절, 지인의 아들이 강원랜드에 지원해 최흥집 전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합격 여부를 알아본 것으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시장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비리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김 시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비서실은 ‘(시장의) 개인 일정’을 이유로 거절했다. 비서실 관계자는 “(채용 비리 의혹은) 전직 임원이 과거 골프장에서 퇴사하는 과정에서 불만을 품고 (김 시장을) 음해하려는 시도”라고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시장이 1년에 몇 번 보고를 받기 위해 (블랙밸리 대표를) 만날 수는 있지만, 압력을 가할 만한 위치나 입장은 아니다”며 “경찰이 압수수색을 해 갔지만 과거 시장의 일정 등만 가져간 것으로 특별한 물증을 확보한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니만큼 입장을 밝히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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